2015 지금은 여행중 /5월 헝가리 루마니아 불가리아

즐거운 묘지 , 루마니아의 사푼차 마을

프리 김앤리 2015. 4. 22. 06:00

 

<2015년 5월 투어야여행사 단체배낭 새로운 동유럽, 헝가리+루마니아+불가리아 여행준비 8> 

 

아버지의 장례식을 치르고 사무실에 정상적으로 출근한 지 꼭 사흘째다.

지난 한주일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아니 있기나 한건지 모를 정도로 나의 일상은 이전과 꼭 같다.

사람들의 전화나 메세지가 아니라면 아버지의 부재를 느낄 수 없는 똑같은 하루하루. 

 

....

루마니아 서북부 마라무레쉬(Maramureş) 지방의 서픈짜(Săpânţa) 마을을 가면 즐거운 묘지(Merry cemetry)라는 게 있다.

이 곳 사람들은 죽음이 슬픈 끝이 아니라 신을 만나는 기회이며, 더 나은 삶으로 가는 길이며  영원한 휴식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죽음은 자연적인 현상이고 나이든 사람들은 죽음을 초연히 기다린다고 한다.

물론 이러한 사상적 배경에는 루마니아 사람들이 믿는 정교회와 관련이 깊다.

 

이들이 꾸며놓은 묘지는 화사하고 즐겁다.

“모두들 저를 봐 주세요. 저는 이 세상을 즐겁게 잘 살다 갑니다.

 왜냐하면 저는 저의 형제들과 놀기를 좋아했기 때문이죠.

 그들은 노래하고 나는 춤을 춥니다. 우리는 모두를 기쁘게 하였죠.

 내가 결혼을 하려고 할때 죽음이 나를 찾아왔고 나의 삶을 거두어갔죠.

 사랑하는 부모님. 저의 형제들로부터 위안을 받으세요.

 이제 작별을 고합니다.

 이 세상에서 살아가는 동안 저를 잊지 말아주세요.”

묘지 한쪽에 자리잡은 한 청년의 묘비에 새겨진 글이다.

6백여개의 묘비가 있는 즐거운 묘지에는 각양각색의 무늬를 새겨넣고 '죽은이의 말'로 자신의 삶을 1인칭 화법으로 새겨넣었다.


물론 마냥 즐거운 것만 있는 것은 아니다. 

불치병으로 사망한 한 가정주부의 비문은 가족들에 대한 걱정으로 가득하다.

 “ 내 이야기 좀 들어보시오.

   나는 나쁜 병이 들었는데 나를 돌보던 의사는 나를 치료할 수 없었다오.

   불쌍한 나의 삶은 얼음처럼 녹아만 갔소.
   불쌍한 내 딸은 엄마를 잃어버린 비탄에 쌓여 있고, 나의 사위도 슬픔에 젖어 있다오.

   나는 51세의 나이로 이 세상을 떠난다오. 1987년 사망하다.”

 

아주 슬픈 아기의 묘도 있다.

  “나는 시비우시에서 온 그 택시를 증오한다.

   이렇게 넓은 나라에 어디 차 세울 곳이 없어서 우리집 대문 앞에까지 와서 나를 차로 받다니.

   어린아이를 잃은 나의 부모의 슬픔은 비교할 것이 없을 정도로 크다.

   나의 가족들은 그들이 살아 있는 그날까지 나를 위해 애도할 것이다.

   1978년 두살의 나이로 죽다.”

 

즐거운 묘비에는 갖가지 그림들도 그려져 있다.

살아생전 이들이 어떻게 살았는지 그림 한장으로도 설명하는 것이다.

마차를 탄 모습, 다정한 여인의 모습 등 다양한 그림들은 죽은 이의 평생의 활동 또는 그의 사망 원인이다.

그림의 색깔도 중요하다.

녹색은 삶을, 노란색은 풍요로움을, 붉은색은 열정을, 검은색은 죽음을 각각 상징한다.

그림 위에 위치한 비둘기가 흰 색이면 정상적인 죽음을 검은색이면 비극적인 끝을 상징한다.

 

삶과 죽음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사람들.

죽은 이들이 덤덤하게 풀어놓은 자신들의 이야기를 즐거운 이야기로 만들어 놓은 곳.

죽은 이들에게는 영원한 휴식을 기도하고

살아있는 사람들에게는 죽은이들과 함께 한 추억을 새기게 만드는 곳.

루마니아 어느 먼 마을의 이야기가 가슴에 와닿는다.

 

...

 

우리 동네에도 이런 묘지가 있다면 울 아버지의 묘비는 어떻게 꾸며질까?

  " 즐거운 세상, 진짜 즐겁게 살다 갑니다.

    평생 공직생활로 나라에는 봉사했으며, 아들 딸 듬뿍 낳아 부인들과 아이들이 함께 즐거웠습니다.

    술을 좋아했고 노래를 좋아했고 낚시를 좋아했고 사람들과 어울리기를 좋아했습니다.... "

아버지의 묘비에는 흰 색 비둘기가 한마리 내려앉아 있을 것이며 노란색과 녹색과 푸른 색이 잘 어우러진 그림이 그려졌을 것이다.

 

...

2015년 6월 1일,  헝가리의 부다페스트를 떠난 우리들은

머나먼 나라, 루마니아로 건너가 즐거운 묘지가 있는 사푼자 마을을 천천히 걷고 있겠지??? 

 

 

 

 

 

 

 

 

*** 사푼자 마을은 나도 아직 가보지 못했다. 

      언젠가 TV에서 방영되는 것을 보고 아주 깊은 인상을 받은 곳이다.

      내가 루마니아를 다시 가게 된다면 반드시 저 곳을 가보리라 다짐했었는데, 지난 2013년 여행에서는 갈 수가 없었다.

      사푼자 마을은 루마니아의 완전 북쪽 끝, 우크라이나와 만나는 국경지대에 있기 때문이었다.

      대중 교통이나 일반 개별 여행에서는 꿈도 꾸기 어려운 데 이번 여행은 버스를 대절할 꺼라서 용감하게 일정을 그리로 바꿨다.

      개인적으로 가장 기대되는 곳이기도 하다.

 

      2011년, 전에 있는 학교의 교장선생님 모친 상에 갔다와서 쓴 사푼자 마을 이야기를 그대로 옮겼다.

      즐거운 묘지 , 루마니아의 사푼차 마을   http://blog.daum.net/freeleeandkim/9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