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지금은 여행중 /11월 크로아티아 보스니아

<눈물 2 . 노부부의 행복 >

프리 김앤리 2015. 10. 8. 18:02

 

 

힘겨워 보였다.

거리에서 겨우 한 단이다.

할아버지가 먼저 오르고, 할머니는할아버지의 팔뚝에 의지한 채 힘겹게 단을 오른다. 

두브로브니크 스폰사 궁전 앞. 거리의 기타리스트가 연주를 하고 있었다.

벽에 기대고 기타 소리를 듣고 있던 나는 노부부에게 더 눈이 갔다.  

한 곡이 끝났을까?

꼭 붙어 서로를 의지하고 있던 팔짱을 스르르 푼다.

아주 느린 동작으로 호주머니에서 동전을 꺼내고 아주 느리게 걸어

천천히 허리를 구부리고 기타리스트 앞에 놓인 모자에 동전을 넣는다.

다시 천천히 돌아와 할아버지의 팔짱을 낀다.

마치 세상의 모든 것이 멈춘 것 처럼 화면이 정지된다.

얼굴을 덮은 수염은 이미 하얗고, 힘이 없어 떨리는 손은 쭈글쭈글하다.

다물지 못한 입은 기쁨이나 슬픔의 감정으로 얼굴 근육이 움직인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의지대로 움직이지 못해서인지도 모른다. 

얼굴에 감정이 드러나지는 않지만 노부부는 감동하고 있었다.

오랜 세월, 서로의 팔에 의지할 힘 정도밖에 없어 보이는 노부부의 나란히 서 있는 모습.

그 아름다움에 눈물이 쏟는다.  

 

                                                         - 2014년 11월, 크로아티아 두브로브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