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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카라코롬의 베이스 캠프 훈자 이야기...

프리 김앤리 2009. 2. 12. 00:48
카라코롬의 베이스캠프 훈자 - Kalimabad, Basecamp in Hunja


카리마바드에서 본 라카포시(7788m) 트래킹코스가 아닌 여행지에서 이렇게 설산이 가깝게 보이는 곳은 아마 이곳 훈자(카리마바드)가 처음이자 마지막일 것 같다.

 

작은 농로처럼 시멘트가 묻어날 듯한 굽이굽이 하얀길을 따라 1.5톤 트럭을 개조한 스즈키를 타고 오후 나절 훈자마을인 칼리바마드에 도착하자 결국 오긴 왔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한쪽으로는 수로를 파내어 물이 흐르고 있고 살구나무와 사과나무가 지천으로 널려있으며 놀랍게도 숙소창문 너머로 하얀설산이 그 모습을 드러낸다. 이곳은 생각보다 규모가 작다.

근처에는 수로를 따라 아기자기한 마을이 들어서 있고 게중 중심이 되는 곳에 여행자거리 아니 거리라고 하기엔 규모가 넘 작다. 게스트하우스가 한 네댓개 정도 식당이 두세개 정도 되니 지금 여기 있는 여행자를 다 합해봐야 스무명 남짓 될까? 그나마도 이삼일 있게되면 모두 낯익은 얼굴이 된다.

 

그리고 이곳에는 장기투숙자들이 많다. 얼마나 묵었냐고 물으면 보름은 기본이고 한 달 이상 체류한 사람도 제법된다. 전통의상인 펀자비를 두르고 있기도 하고 이슬람모자를 써 척보면 현지인인지 아님 외국인인지 구분이 안가는 사람들도 있다. 게중에는 이곳 언어인 우르드어를 배워 귀여움을 독차지하는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은 나무그늘 밑에 앉아 책을 보거나 그냥 저 멀리 시선을 보내 아늑한 표정을 짓고 있다. 해발이 2000m가 조금 넘으니 날씨도 좋다. 낮에는 태양이 뜨거워 나무 그늘에 앉아 있고 아침 저녁으로는 얇은 긴팔 하나 입고 주변을 걷기에 좋은 날씨이며 또 하나의 장점은 물가가 싸다는 것이다. 창문을 열면 설산이 한가득 눈에 들어오는 방이 우리돈으로 1000원 부터 시작한다. 가이드나 지프를 고용하지 않는 이상 사실 돈 쓸데도 거의 없다. 짜파티 두조각이 120원, 여기에 살구쨈을 추가하면 100원이 더해지고 게란두개에 양파와 토마토를 다져 후라이를 한 오믈렛이 400원, 짜이 한 잔이 100원이다. 이 정도면 아침식사로는 손색이 없는 편이고 저녁의 경우는 숙소에 딸려 있는 식당에서 부폐가 있다. 전채로 스프가 나오고 밥에 커리 그리고 야채볶음과 디저트로 푸딩이 나오는 부폐가 1000원이 조금 넘는다.

 

또 하나 맘에 드는 것은 한국책들도 제법 많이 있다. 한권 두권 모은 책이 아니라 어느여행자가 후에 한국으로 돌아가 한 번에 보내준 책이 꽤 된다. 한 쪽 벽엔 이쁘게 책 목록을 만들고 그 옆에는 또 그 누군가가 한글로 메뉴를 그림과 함께 옮겨 놓았다. 누가 이렇게 정성을 쏟았을까? 아마도 여기를 너무 좋아해 그리움을 한가득 안고 돌아간 사람이겠지?
그래도 한 가지 맘에 안드는 것이 있다면 물이 안좋다는 것이다. 물이 그물이 아니라 진짜 물 말이다. 안나푸르나와 마찬가지로 물에 석회질이 많이 들어있어 물이 탁하다. 수도물을 틀어 손바닥으로 받아보면 벌써 검게 흐려지는 것이 보일 정도로 안 좋다. 석회가 워낙 곱게 융해되어 양동이에 한나절을 받아 침전을 시켜보아도 별 소용이 없다. 처음엔 저 물로 양치질을 할 수 있을까 생각해 보지만 그냥 하고 만다.

사막을 건너는 법?

그거 생각보다 쉽다. 그냥 사막에 사는 사람들을 따라하면 된다. 여기서 내가 그 전에 어디서 뭘 먹고 어떻게 살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아니 그런 것들은 거추장스럽기 그지 없는 것들이다. 그런 것들을 버릴수록 사막은 그 모습을 보여줄 것이다.


하루는 카메라가방 하나 메고 길을 나선다. 작은 수로를 따라 걷는다. 산동네라 상수도시설이 있을리 없으니 이 수로가 곧 그들의 상수도이자 하수도인 셈이다. 수로를 따라 마을이 끊어질 듯 하면서 이어져 있고 그 작은 길은 백사장보다 고운 흙으로 덮여 있다. 아마도 수로에 침전된 침전물을 길 위에 퍼내다 보니 오솔길이 고운 흙길이 된 것이다. 신발을 벗어도 좋다. 발가락 틈새로 배식배식 새어나오는 고운 감촉이 좋다.

살구나무와 사과나무가 지천이다. 사과는 이제 붉게 물들고 있어 때가 조금 이르지만 살구는 수확이 한창이다. 우리의 그것과는 조금 작지만 맛은 꽤 좋다. 어느 여행자는 또 살구씨도 먹을 수 있다며 먹고 버린 살구씨를 모아 씻어 말려 돌맹이로 하나씩 깨어 하나를 건네준다. 호박씨 맛 같기도 하고 덜 익은 아몬드 맛이 나기도 한다.

여기도 이슬람지역이라 여성들 사진 찍기가 쉽지 않다. 아낙네 몇 명이 모여 있길래 사진기를 들어 올리며 사진을 찍어도 좋냐고 물어본다. 누구는 찍지 말라고 하고 누구는 찍어 달라고 한다. 그때는 내 맘대로 해석하면 된다. 사진기를 들이밀자 찍지 말라는 사람은 웃으면서 자리를 뜬다.

살구를 말려 그냥 팔기도 하고 쨈을 만들기도 하며 살구씨는 심심풀이 오징어 땅콩이 되기도 하고 짜내 기름을 만들기도 한다.

사람들의 생김새를 보면 때론 서양인 처럼 보이기도 한다. 확인된 것은 아니지만 알렉산더대왕 원정때 회군하지 않고 남은 이들이 이곳 훈자와 서부 카랄쉬쪽에 눌어 앉아 이들의 먼 조상뻘이 되었다는 얘기도 있다.

알렉산더는 누구인가? BC 300년경 그는 스무살이 갓 넘은 나이로 왕위에 올라 당시 숙적이였던 페르시아와의 승리를 기틀로 삼아 멀고먼 서아시아 원정길에 오른다. 지금의 그리스인 마케도니아에서 출발해 지중해를 건너 페르시아와 전투를 치르고 이란 아프카니스탄을 거쳐 파키스탄의 힌두쿠시산맥을 넘어 인도의 서부 아라비아해까지 이른다. 무려 8년에 걸친 대장정 길이다. 알렉산더대왕은 식민지침탈 보다는 융화정책을 썼다. 그도 그럴것이 원정이 길어지면서 계속 지원군과 물자를 확보해야 하는데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 때론 전쟁에서 패한 기존의 왕에게 계속 왕권을 남겨 줄 정도로 식민지의 문화와 그 권리를 존중하였다. 원정에 따라 나선 병사들 또한 현지인과 결혼을 해 아이까지 생기고 원정대에는 이들 가족과 하인까지 함께 하는 일도 생겼고 그들 중 일부는 회군을 하지 않고 남아 정착을 하였다.

 

휘저휘적 돌아오는 길에 한 명이 손을 흔든다. 여기와 처음 만난 여행자이다. 이런 곳에 게스트하우스가 있었다니 그는 여길 어떻게 찾았을까? 가운데 넓은 마당이 있고 'ㄱ'자로 둘러 방이 있는 아담한 구조이다. 처마 밑에 침대를 하나 가져다 놓아 반쯤 누워 있다. 한구석에는 CD플레이어가 있고 또 한구석에는 반쯤 먹다남은 쥬스가 그리고 한 손에는 하시시를 물고 있고 놀랍게도 다른 한 손으로는 파리채가 쥐어져 있다. 제일 눈에 띄는 것은 파리채 이다. 인도에서 사왔다고 한다. 발치께에 귀찮게 하는 파리들을 능숙한 솜씨로 한 번에 잡아내고 또 파리채를 이용해 익숙하게 침대밑으로 툭하고 쳐 내버린다. 그리고 말한다.

 

"좀 있으면 말이지, 개미들이 몰려와 저 파리를 물고간다, 때로는 서로 물고 가려고 싸우기도 한다."

나는 물어본다.
" 얼마나 여기 있었어?"

"응! 한 달 좀 넘었어"

나는 마침 정보나 좀 얻어 볼려고 또 물어본다.
"라카포시 트래킹은 가 봤어?"

"아니"

혹 동행자라도 만들 수 있을 지 몰라 묻는다.
" 나 모레 갈 건데 같이 가지 않을래?"

"아니, 나 트래킹 싫어, 힘들잖아!" 하고 너무나 쉽게 대답한다.

"집엔 언제가?"

"여기 좀 더 있다가 중국 거쳐서 집에 가야돼"

"집에 가면 예전 일 계속 할거니?"

"아니! 전에 디자인일을 했는데 너무 힘들어, 월급도 작고, 그래서 공장에 다닐려고 해, 공장에 한 6개월 다니면 1년을 여행할 수 있고 1년 다니면 2년을 여행할 수 있어!"

그리고 그는 다시 익숙한 솜씨로 하시시를 말기 시작한다. CD플레이어에 연결된 작은 스피커에서는 어느 이름모를 재즈풍의 곡이 느릿느릿 흘러나와 저녁어스름에 울려 퍼진다.

뭐! 사람 사는 건 다 똑같지 뭐! 하고 중얼거리며 돌아온다.

점점 희미해 진다.

숙소에 들어와 모처럼 환기를 시킬려고 참문과 복도로 연결된 문을 활짝 열어 놓았다. 같이 방을 쓰는 여행자가 들어와 잔소리를 한다. '내가 파리 들어 온다고 문 열어놓지 말라고 했지!' 둘러보니 어느새 눈에 들어오는 것만 해도 꽤 된다. 그녀는 '난 몰라! 알아서 해!'하고 말하며 문을 꽝 닫고 나간다.
큰일이다. 이걸 어떻게 하나! 그녀는 내가 몸살로 자리에 누었을 때 살구도 따다주고 식당에 가 스프도 챙겨주는 인정 많은 사람이다. 이 놈의 파리를 어떻게 잡지! 꼼꼼히 살펴보니 그 사이에 열 마리도 넘게 들어왔다. 손으로 몇 번 휘저어보자 파리가 날 잡을 것 같다. 책상 위를 살펴보다가 책 한권이 눈에 들어온다. <간디, 위대한 영혼의 소유자> 크기도 작고 두께도 얇다. 간디를 손에 들고 파리를 잡기 시작한다. 철썩! 철썩! 허방만 계속되다가 조금씩 익숙해 진다. 결국 거의 다 잡아냈다. 간디 얼굴이 얼룩얼룩해 졌다. 잠깐 그 얼굴을 물끄러미 쳐다보다가 창문에 대고 툭툭 털어낸다.

그렇게 또 훈자에서의 하루는 간다.

제 홈피 www.howasia.net 에서 복사하느라 존칭을 생략했습니다. 이란의 에스파한에서 방희종 드림-
출처 : 5불생활자 세계일주 클럽 OWTM
글쓴이 : 방희종 원글보기
메모 : 파키스탄 훈자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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