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지금은 여행중 /10월 일본 시코쿠

사람들이 떠오른다

프리 김앤리 2015. 11. 4. 13:21


시코쿠 순례길, 첫번째 이야기

 

 

<사람들이 떠오른다 >

 

일본 시코쿠 순례길을 걷고 있다.
모두 1,200 km거리.


88개의 절을 순례하는 길이라지만 우리에게 사찰이라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그냥 걷기 좋은 길이 있어 걷고 있을 뿐.

 

시코쿠 순례길은 주로 사람들이 사는 동네를 지나간다.
일본 동네를 걷고 있는데 머리속에선 한국의 누군가가 계속 떠오른다.
정미소 간판을 보면 편안한 여행 친구 '정미소'가 떠오르고,

매물이 있다는 부동산 광고판 앞에서는 지금 캐나다에서 공부하고 있는 '안소장'을 떠올린다.

황금 들녁의 어느 거리에서는 대학교때 지리산 종주를 같이 했던 '제경이 언니'를 정말 오랜만에 생각해냈고,

노랑나비 한 쌍이 나풀거리는 것을 보며 문득 우리 대통령님이 그리워졌다.

어느 골목을 지나면서 들리는 피아노 소리에는 제자 '운정'이가 떠올랐고,

빨간 천을 둘러씌운 채 모셔놓은 할머니상들을 볼 때마다 바로 며칠전 이 길을 걸으며 같은 사진을 찍어 보낸 '종현'이를 생각하며 웃었다.

골목마다 주렁주렁 열린 빨간 감을 보며 지난 주 저렇게 생긴 감을 참 맛있게 드시던 '정사장님'과 보낸 시간이 생각났고

저 나무의 이름이 뭐냐는 남편의 질문에 내가 '김순남'이냐 며 깔깔거렸다.

멋진 풍경을 볼때마다 대리 만족하겠다며 사진을 많이 보내라던 '경화'가 생각나고,

편안하고 깔끔한 이런 거리를 '정변호사 부부'가 걸으면 참 좋겠다는 이야기를 남편과 나눈다.

 

좀 더 걸으면 생각이 없어질까?
아무 생각도 떠오르지 않고 마냥 걸을 때쯤이면, 이 길이 진짜 '순례자의 길'이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