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지금은 여행중 /떠나기 전

준비가 여행보다 더 힘들다

프리 김앤리 2009. 3. 5. 02:30

입지 않는 옷

쓰지 않는 그릇

먹지 않은 냉장고속 음식

신지 않는 신발 ...

 

평소에  우리는 짐이 적다고 생각하고 살았는데...

버리고 정리해야 할 짐을 어찌 이리도 많이 이고 살고 있었는지...

 

이제부터는 배낭 하나 안에 들어갈 정도의 짐만 가지고 1년을 살아야 하는데...

너무 많은 것을 가지고 살고 있다는 생각을 새삼한다.

  

전세집도 대충 정리하고, 타던 차도 후배에게 팔고...

보던 TV는 가족에게 주고, 컴퓨터도 분양하고...

입던 양복은 또 다른 집으로...

 

어느 집에 무엇이 어떻게 갔는지 우리도 헷갈리고 있다.

 

970여일간 세계여행을 하고 온 부부의 글,

1년 동안 세계여행을 하고 온 젊은 여자 의사선생님의 글은 우리에게 많은 도움이 되었고 지금도 공감이 간다.

   

여행을 마치고 오니 넣어두었던 옷에 곰팡이가 피어서 하나도 입지 못하게 되어 버렸다는 이야기,

신나게 준비하던 세계여행을 앞두고 하나님 빽이라도 믿고 떠나야겠다며 급하게 성당에 나가고 급행 영세를 받았다는 이야기...

 

겉으로만 보면 다른 이들과 모두 똑 같고

어찌 생각하면 시간과 돈만 낭비한 것처럼 보이겠지만...

 

우리는 안다.

설레임과 두려움, 자유와 책임이 교차되는 시간이었으리라.

 

우린 안다.

그들은 누구도 가지지 못했던, 가지고 있는 않는, 가질 수 없는 추억을 가지고 있다고...

무엇으로도 얻을 수 없는 것을 가지고 산다고...

우리도 그러길 바란다.

 

며칠 후면 한국을 떠난다.

환율이 너무 올라 부담이지만, 경기가 나빠 너무 힘들다는 주변의 이야기를 들으면서도...

 

그러나 이번에 여행을 하지 못해 또다시 10년 뒤에 후회하지 않기 위해

애써 외면하고 떠난다.

여행 중에, 여행 후에 후회할지라도...

 

여행을 준비하는 것이 아니라 이민을 가는 것 같다.

짐을 챙기고, 집과 차를 정리하다보니 인생을 정리한다는 느낌이다.

삶이 여행이고, 여행이 삶의 또 다른 형태라는 생각....

 

여행보다 준비가 더 힘들다.

북경에 도착한 첫날은 밥 먹고 잠이나 푹 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