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지금은 여행중 /여행가계부

311일 여행경비 총 결산

프리 김앤리 2010. 2. 28. 02:30

 

 *** 2009년 3월 8일부터 올해 2월 4일까지 우리는 세계여행을 하고 돌아왔다.

       중국 베이징에서 시작해 라오스, 네팔, 인도, 이란을 지나 유럽의 대부분의 나라들과  아이슬란드, 러시아, 우크라이나도 여행했다.

       그리고 이집트를 지나 요르단, 시리아도  거쳐서  터키를 마지막으로 우리나라로 돌아왔다.

       5월 하순경, 한국에 잠시 들어와서 3주정도 머물렀던 걸 제외하면 꼬박 311일간의 여정이다.

       그동안 우리 블로그의 글은 순전히 가족들에게 보내는 안부 차원이라서  매일 매일 어느나라 어디를 어떻게 돌아다니고 있는지

       또 우리는 건강하게 잘 있노라고 걱정하지 말라는 차원의 글을 적을 수 밖에 없었다. 

       이제 다시 세상에서 가장 안락한 가족들과 함께 있으면서 여행중에 다 적지 못했던 여행이야기를 조금씩 정리하려고 한다.

       한 나라, 어느 한 곳의 소개만이 아니라 여행 전체에서 우리가 느꼈던 것들,

       이 나라 저 나라, 이 곳 저 곳을 넘나들며  가졌던 우리의 생각을 '못다한 여행이야기' 코너로 만들어서 쓰고자 한다. ****

 

 

아~~~ 드디어  다했다.

311일간의 세계여행경비 정리.

그냥 대충 전체로 얼마가 들었냐는 것만 계산하면 될텐데,

뭘 그리 머리 싸매고 고생하느냐고 옆에서는 핀잔을 줬지만,

이것 역시 우리 여행의 일부분이라고 생각하고 머리 싸매고 정리한 거다.

 

모두 3천9백2십4만여원. 물론 두 사람의 여행경비다.

먹고 자고 돌아다니고 모두 모두.

여행을 시작하기 전 여행준비금까지 모두 포함해서다.

어떤 사람들은 그 정도나 들었냐고 놀라는 사람도 있을테고,

또 어떤 사람들은 그 정도밖에 안들었냐고 놀라는 사람도 있을테다.

 

아마 여행을 올해 떠났다면 이것보다 훨씬 더 적게 들었을수도 있다.

이유는 환율때문.

지금 170원정도 밖에 안하는 위엔화가 작년 우리가 떠날 때는 220원이나 했었다.

달러도 1400원을 넘어서고 있었고, 유로도 1800원이 더 넘어서 있었다.

그러나 여행중에 조금씩 내려 많이 안정되기는 했지만

그래도 지금보다는 훨씬 더 비쌌었다.

여행을 지금 시작했어야 하는 건데... ㅋㅋ

그리고 우리는 나이가 들어서 떠난 여행자이니 그래도 좀 편안한 잠자리, 좀 더 질높은(?) 음식을 먹고 다녔다.

젊은 친구들은 이 보다 더 적은 금액으로 여행을 충분히 할 수 있을거다.

또 우리는 가는 곳마다 거의 빼놓지 않고 무언가를 보러다니고, 들러보고, 이것저것 다 해보고 부지런히 돌아다녔다.

여행중에 간혹 만날수 있었던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저 룸펜처럼 그냥 어디에선가 죽치고 있으면서 이게 여행입네~"하던 꼴불견의 사람들보다는

더 많은 경비가 들었음에는 틀림없다.

멀리까지 시간을 내서 여행을 나와서

그저 여행을 나왔다는 것만 떠벌이고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그래서 돈이 적게 들었다고 하는 것은

자랑이 아니라 부끄러워해야 하는 것을...

 

여행 중간중간 은행에서 그 나라 돈으로 직접 인출을 했기 때문에

그 때 그 때 적용되는 환율로 계산했다.

어떤 나라는 숙박비가 비싸고 어떤 나라는 교통비가 비싸고...

각 나라마다 특징이 있다.

인도같이 물가가 싼 나라에서는 매번 신나게 사먹고 다니고 더블룸에 들어갔지만

유럽같이 물가가 비싼 나라에서는 늘 여러명이 함께 자는 도미토리를 선택할 수 밖에 없었고

제대로 된 식당엘 한번 가본 적이 없다.

매번 폼 다 구겨가며 슈퍼에 들러 초록색 시장바구니에 음식재료를 가득 사와

호스텔 식당에서 밥을 해먹었다.

그리고 아이슬란드나 북유럽같이 비명이 나올만큼 비싼 동네에서는

슈퍼에서  사 온걸로 먹는 걸 떼우는 것도 모자라

여러번을 차에서 자는 노숙도 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나름 낭만도 있는 것 같기도 하지만

다시 한번 더 차 안에서 자라고 하면 그건 한번 생각해 볼일이다.

매번 자고 일어나면 온몸이 부스러지는 느낌이 들었으니 말이다.

그래도 그곳을 여행할 때는 다행이 여름으로 어둠이 거의 오지 않는 백야 수준이라서 뭐 그런대로 쓸만은 했지만...

 

1. 네팔이나 북유럽의 경비는 숙박비,교통비, 식비 이런식으로 일일이 자세하게는 정리할 수가 없다.

   두번의 경우 선후배가 우리 여행에 동행하여

   함께 신나게 돌아다니느라 통째로는 얼마가 들었는지 알겠지만

   하루하루 가계부를 적는 데 게으름을 부려 정리할 수가 없다.

   또 이때의 경비는 정상보다 좀 더 적게 쓴 경우다.

   동행한 벗들이 우리를 먹여살려주고, 돈도 더 보태서 경비 절감에 많은 도움이 됐다.

   감사.. 감사...

   한국에 오면 술한잔 거하게 산다고 해 놓고 아직도 이 숙제는 해결 못하고 있다.

   여전히 우리의 빚이다.

 

2. 살인적인 물가를 자랑하는 스위스에서 우리의 여행경비는 매우 적게 들었다.

   순전히 투어야 여행사의 배려 덕분이다.

   10일정도를 머무른 스위스 산장의 숙박비를 투어야 여행사에서 다 해결해 줬다.

   산장에 있어서 밥도 계속 해먹을 수 있었고...

   또 뒤의 며칠간은 언니 부부가 와서 먹여주고 재워줘서 거기서도  왕창 아꼈다.

 

3. 유럽의 교통비는 기절할 만큼 비싼데

    거기서도 우리는 주변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43일동안은 차를 리스해서 다녔었는데, 이 비용은 언니 부부가 함께 여행을 다닌다면서 왕창 부담했다.

    자기네들은 20일도 채 여행을 안 했었는데....

    그리고 투어야 여행사에서 15일짜리 유레일패스를 우리 둘에게 무상으로 제공해줘서

    그것도 엄청 도움이 됐다.

    그러니까 다른 사람들이 우리와 같은 코스로 여행을 한다면 교통비로 훨씬 더 많은 금액을 각오해야 한다.

 

4. 비싼 동네에서 놀다가 러시아로 들어가니 오히려 물가가 싼 느낌이 들어

   잘 먹고 다녔다. 물론 잠은 도미토리에서 늘 잤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러시아의 물가를 많이 걱정하는데

   생각해보면 그리 걱정할 만한 수준은 아닌 것 같다.

 

5. 이집트는 물가가 아주 싼 곳이었는데

   비싼 유럽으로 다니다가 체감물가가 확 떨어지는 것 같아 사치를 한 것 같다.

   하루에 7만5천원정도가 들었는데,

   여행 초반에 아주 아끼던 정도로 아꼈다면 이것보다 훨씬 더 적게 쓸수도 있었을 것 같다.

   그건 요르단이나 시리아도 마찬가지 인 것 같다.

   특히 터키에 들어와서는 마지막 나라라는 생각에, 앞의 여행보다는 훨씬 더 풍족하게 다녔던 것 같다.

 

6. 비행기값으로는 모두 7백8십만원 정도 들었다.

    처음 여행을 계획할 때는 중국 베이징까지만 비행기를 타고 가서 모두 육로로 갈 생각이었다.

    육로로 육로로... 유럽까지 가서 돌아올 때만 편도 비행기를 끊어 올려고 생각했었는데

    도중에 한국에 들어와야 할 일이 생겨 예산을 훨씬 초과한 경우다.

    이란 - 한국 항공권, 그리고 한국에서 다시 유럽으로 나가는 항공권이 그 경우다 .

    그러면서 일정도 약간 바뀌어 아이슬란드를 가게 되어 아이슬란드 왕복 비행기삯도 지출했다.

    그래도 인터넷을 통해 런던에서 출발하는 저가항공권을 구매해서 그나마 나은 경우였다 .

    아니면 우리가 갔던 여름 최성수기의 가격은 1인당 100만원이 넘어야 살수 있는 것으로 안다.

    또 파키스탄 비자가 나오지 않아서 인도에서 이란으로 갈 때도 비행기를 탈 수 밖에 없었고,

    여권을 잃어버리는 바람에 그리스에서 일정이 바뀌어 이집트까지도 비행기를 타야만 했다.

    그래서 우리 여행 경비에 많은 부분이 항공권 구입에 할애했다.

 

7. 결론적으로 말하면 여행경비 지출이 정상적이라는 거다.

   주변 사람들의 도움으로 많은 부분이 절감되었지만,

   여행 당시 환율이 지금보다 훨씬 높았다는 점,

   뜻밖의 일로 한국을 한번 왔다갔다 하면서 몇백만원의 항공비와 다른 부대비용이 더 들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서로 상쇄될 수 있다는 얘기다.

   아마 이 정도로 우리와 비슷한 수준의 여행을 한다면 이 정도가 든다는 사실.

   ...

   나이가 좀 더 어려서 가거나, 자는 것 먹는 것의 수준을 조금 떨어뜨린다면

   그래도 여기서 제법 많이 아낄수 있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8. 여하튼 우리는 만족하고 있다.

   한국에서 우리 둘이 살아도 먹고 자고  생활하려면 꼭 이만큼의 돈은 아니더라도

   아주 많은 지출을 해야 하는데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많은 것을 배우고 건강하게 돌아오는 데 지불한 금액이

   이 정도라는 것에 만족한다.

   다시 한번 더 하면 이 보다 더 아낄 수 있을까? 아니면 더 써야 할까???

  

 

9. 각 나라의 여행경비는 앞의 여행가계부에 일일이 세세하게 잘 적어놓았다.

    어떤 곳에서 잠을 잤는지, 무엇을 먹고 다녔는지,

    그 나라의 물가는 어떠한지 다 꼼꼼하게 적어놓았다.

    정리를 하면서 만든 표는 시간되는 대로 나라마다 다 올려놓을 생각이다.

 

    매일 매일 일기를 쓰듯이 정리해 놓은 가계부를 보고 혼자서 뿌듯해 한다.

    사실 한국에서도 나는 가계부를 거의 쓰지 않는데 여행을 나가니 부지런해지는 것 같다.

    여행을 돌아와서 만난 한 후배가 그랬다.

    여행 하루하루를 적은 일기도 좋았지만 자기는 여행가계부를 보면서 놀랬노라고.

    각 나라의 물가가 어떻는지 자세히 알수 있어서 다른 어느 것 보다 중요한 정보라고.

    여행을 꿈꾸는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