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지금은 여행중 /3월 유럽

세상을 걷는다. 스위스 알프스 리기

프리 김앤리 2012. 6. 10. 08:00

어제 크로아티아의 플리트비체 호수 이야기를 올리고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았다.

거기 힘입어 하나 더!!!

 

사실 스위스 리기 산에 대한 사진을 올려놓은 건 열흘도 더 넘었다.

다른 거 하느라고 이건 사진만 올려놓고 글은 못 올리고 있었는데...

즐거워하는 사람들에게 또 다른 선물을 주기 위해 고군분투!!!

 

오늘은 스위스의 또다른 알프스 리기산으로 떠납니다.

유럽을 여행하다 보면 어떨 땐 기차 한량에 온통 우리나라 사람만 있을정도로 요즘 우리 나라 사람들은 유럽여행을 많이한다.

거기다 자연이 아름다운 스위스에는 우리 나라 사람들 천지다.

스위스 알프스에서 가장 높다는 융프라우 꼭대기를 올라가면 다른 나라말은 거의 안 들리고 다 알아듣는 우리말이 대세다.

오죽했으면 그 꼭대기에 물건 파는 앞에 사진의 모델도 한국 사람, 할인 쿠폰을 이용해서 융프라우 산악열차를 타고 가면 주는 공짜 선물도 컵라면이다.

여기가 한국인지 외국인지 커다란 통유리 너머로 보이는 알프스 빙하만 없다면 헷갈릴 지경이다.

나도 그랬다. 융프라우만 벌써 세번이나 갔다. 갈때마다 좋기는 했지만...

 

이번 3월 출장때는 과감하게 융프라우를 포기했다.

스위스의 다른 곳을 가보고 싶었던 욕심?

세번의 스위스 여행에서 세번의 융프라우를 올랐지만 그때도 두번은 필라투스에도 올랐고 한번은 쉴트호른, 마테호른도 갔었다.

사실 융프라우가 스위스 알프스에서 가장 높다는 매력은 있지만 한번 오르려고 하면 원체 비싼 약점도 있지만

정작 알프스의 전체 조망을 볼 수 없다는 약점이 있다.

누가 그랬다잖는가? 철골 구조물로 만들어진 에펠탑이 보기 싫어서 에펠탑에 올라간다고...

그에 비해 쉴트호른이나 루체른에서 올라가는 필라투스에서는 가장 높다는 융프라우와 그를 둘러싼 알프스의 영봉을 볼 수 있는 끝내주는 전망이 있다.

오르는 가격도 융프라우에 비하면 훨씬 더 싸고... 조금 덜 북적거리고...

 

리기산을 가기 위해서는 우선 루체른으로 가야 한다.

루체른. 호수의 도시. 가장 오래된 목조 다리가 있는 아름다운 도시.

오늘도 우리는 카펠교를 건넌다.

 

그리고 루체른 호수를 가로지르는 유람선을 탔다.

유레일 패스를 가지고 있으면 무료니 얼마나 즐거운지.

10년도 더 지난 옛날, 루체른에 처음 와서 내가 느꼈던 감정은 '화'였다.

' 아니, 이 사람들은 이렇게 살고 있었단 말인가?

  이렇게 아름답게 이렇게 평화롭게 살고 있었단 말인가?

  그런데 나는 그동안 그리 바쁘게 정신없이 살았단 말인가?

너무 아름다워서 너무 평화로워서 분노가 일었었다.

그러나 이제는 그런 부끄러운 분노 따위는 없다.

지금 이 순간을 즐기면 되므로... 그 평화를 내 것으로 가져오면 되므로...

 

항구를 떠나면서 보이는 루체른 시내...

그림같이 아름답다.

 

저 멀리로는 알프스의 눈덮인 산들이 보이고..

이제 막 겨울을 벗어난 3월이라 나무가지들이 앙상하다.

 

배 안에서 우리 이럭하고 놀았다.

멋진 경치이기는 하지만 밖에 마냥 있기에는 너무 추웠다.

실내에 있는 레스토랑에 들어오면 뭐라도 주문해야 되는데 아무것도 안먹어도 된다는 종업원의 선심에 감동하며

거울로 되어 있는 천정을 바라보며 사진까지 찍어가면 세 여자들은 이럭하고 놀았다.

 

드디어 리기산으로 오르는 산악 열차를 탔다.

기차의 창문을 열고 손만 내밀어 밖으로 사진을 찍었는데 경사가 얼마나 심한지 장난이 아니다.

호수 저편으로 보이는 육지가 비스듬하게 누워있는 것 같다.

 

리기산 산악열차를 타고 오르면서 창문 너머로 펼쳐지는 장면.

호수에 물안개가 피어 올라 환상적.

 

거의 다 올랐다.

알프스가 우리 눈 앞에 펼쳐진다.

 

산 꼭대기에 있는 기차역.

춥지만 않았다면, 시간이 조금만 더 허락된다면 저 산길을 트레킹하면서 올라오고 다시 내려갈텐데...

그냥 눈길만 준다.

언젠가는 나도 저 길을 걸을 수 있겠지...

또 꿈을 꾼다.

예전에는 유럽을 한번 나오면 다시 못 올줄 알았는데 살다보니 또 올 수도 있다는 건 경험적으로 안다.

그래서 마음속에 담아둔다. 머리 속에 기억해 둔다.

다음엔 저 길을 걸어가야지...

 

우리가 타고 왔던 리기산 산악열차.

 

그렇게 신나니?

온 몸이 부르르 떨릴 만큼 즐겁니???

 

산 꼭대기를 오르는 입구에 있는 이정표.

색깔도 참 스위스 답다.

코발트 빛 하늘에 눈이 시리다.

 

정상에 있는 누군가의 발자국.

그리고 다시 언 자국.

얼음같은 눈이다.

 

정상에서 루체른은 13km, 인도 델리는 6,170km, 모스코바는 2,230km, 아르헨티나의 부에노스 아이레스는 11,260km 아주 먼 나라다.

북극은 4,790km.

베를린, 베이징, 런던, 뉴욕, 시드니... 아무리 멀어도 다 갈 수 있는 곳이지만

4,790km밖에 안 떨어진 북극은 내가 갈 수 없는 곳이다.

 

자! 다 왔습니다.

알프스의 산이 눈 앞에 펼쳐집니다.

융프라우에서는 볼 수 없는 모습니다.

 

이 여자, 두 팔 두 다리를 맘껏 펼쳐드는 이 여자.

 

뭔가 산악인의 포스를 만들어 내는 이 여자.

 

그리고 눈 옆에 어정쩡 서있는 이 여자.

세 여자의 리기산 걷기는 이렇게 끝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