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지금은 여행중/10월 라오스

<스크랩> 부산일보에 나온 라오스 우리 여행

프리 김앤리 2013. 12. 2. 16:00

 

2013년 10월 16일부터 8일동안 라오스를 여행했다.

가물가물.

루마니아, 불가리아, 터키를 다녀온 지 한달도 안돼서 중국 황산,

혹시 무읖이 아프지 않을까? 안개가 끼면 어떡하지 괜한 걱정을 싸안고서도 정작 황산 그 속에서는 죽을만큼 웃고 다녔던 중국 여행이 끝난지 한달도  안돼

나는 사람들과 함께 라오스를 갔다.

"언니가 다른 어디를 간다고 해도 별로 안 부러운데 라오스만은 부럽다"는 사무실 후배의 부러움을 잔뜩 안고 떠난 여행이었다.

그러나 역시 라오스는 변해가고 있었으면 나는 부푼 가슴의 한쪽을 살그머니 짓뭉개는 시간을 보내야 했다.

지금보다 훨씬 더 아름다웠으며, 훨씬 더 조용했으며, 훨씬 더 순수했다는 나의 항변은

겉으로 표출되지 못한 작은 중얼거림, 나 혼자만의 실망이었다.

라오스에 처음 간 사람들은 아이들의 맑은 눈망울에 환호했고, 맛있으면서도 싼 라오스의 음식에 기뻐했다.

그랬다.

더 어지러워졌고, 더 탁해졌으며 더 시끄러워졌지만

라오스의 아이들은 여전히 예뻤고 여전히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하는 여행지임에는 틀림없었다.

 

아래의 글은 그 때 같이 여행을 한 부산일보의 이재희 기자가 쓴 글을 그대로 옮겨 온 것이다.    - 투어야 단체배낭 라오스 -

 

쌀국수 한 그릇으로도 행복한 사람들 '웃음꽃' 활짝

                             우리의 과거 모습 볼 수 있는 곳                   

                             맥주 한 잔으로 청춘의 허기 달래
                             오지 초등학교서 '뜻깊은 운동회'
                             천진무구한 눈빛에 타임머신 탄 듯
                             파파야 채에 생선구이 점심 '별미'
                            새벽엔 탁발 스님께 '공양 행렬'

 

▲ 라오스 공감여행의 가장 아름다운 풍경은 라오스 초등학생들과 함께한 책잔치 운동회였다. 루앙프라방에서 차로

  40분 거리에 있는 눈사밧 초등학교에 찾아간 한국 여행자들과 초등학생들이 현지 NGO 아동문화센터의 주선으로

  책잔치 운동회를 열어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다.

 

추억은 미화된다. 어린 시절 단편적인 기억의 조각들은 늘 아름답다. 애틋한 나의 시간이므로. 라오스에 가면 당신의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

물론 최소한 30대 이상이라야 하고, 시골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면 공감이 더 간다. 하지만 젊다고 걱정하지 마라.

라오스는 오직 한 종류뿐인 맥주 '비어 라오'로도 청춘의 허기가 달래지고, 쌀국수 한 그릇으로도 행복해질 수 있는 땅이니까.


■평양랭면 대신 망고 주스

숙소에 도착하니 장대비가 내렸다. 야시장을 구경할 요량이었지만 참을 수밖에 없었다.

결국 늦은 저녁을 먹는 것으로 하루를 마무리했다. 이튿날 전세 차량을 타고 시내 구경에 나섰다.

차종은 한국 스타렉스였는데, 슬라이드형 도어가 제대로 닫히지 않았다. 현지인 기사는 손에 기름까지 묻혀가며 수리했으나 고치지 못했다.

시내 사원을 찾았다. 불교의 나라답게 불상이 많았다. 불상은 모두 그윽하게 웃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라오스 사람들도 다 웃는 얼굴이었다. 교통경찰까지도.

 

시 외곽 사원으로 가는 길에 기사가 "코리아 레스토랑!"이라고 외쳐 쳐다보니 '평양랭면'집이 있었다.

기사에게 안내를 부탁했더니 더 큰 한국식당이 있다며 태극기가 크게 걸린 불고기 식당으로 데리고 갔다.

이곳이 아니라고 하자 기사는 불만 없이 차를 몰았다. 너무 먼 외곽이라 '랭면'을 포기하겠다고 말했는데 의사 전달이 잘 되지 않았다.

결국 시내를 뱅뱅 돌다가 망고를 통째로 갈아 만든 주스 한 잔을 사먹었다. 진했다.


■어릴 적 시골 풍경

수도 비엔티안에서 하루를 보낸 뒤 북쪽으로 방향을 돌려 방비엥에서 이틀 밤을 자고 옛 라오스 왕국의 수도인 루앙프라방으로 갔다.

방비엥은 교통이 불편한 라오스에서 배낭여행족들의 중간기착지 역할을 하고 있다.

이곳에는 메콩강 지류인 남쏭강이 흐르고 있다. 메콩강은 탁류이나 남쏭강은 맑았다. 카약과 '튜빙'(래프팅)도 유명했다.

서양 사람들은 주로 튜빙을 탔는데, 고무튜브에 엉덩이가 꽉 끼어 볼썽사나웠다.우리는 8㎞가량 카약을 즐겼다.

라오스 소는 고삐가 없다. 자유로운 까닭인지 거칠지도 않다. 함께 카야킹을 한 모녀는 배낭여행 중이라고 했다.

대안학교에 다니던 고등학교 1학년 딸과 함께 왔다고 했다. 그 어머니에게 강변 풀밭에서 노닐던 소 한 마리가 얼굴을 비벼댔다.

 

 
▲ 싸고 맛있는 야시장 숯불 꼬치.

비엔티안에서 방비엥까지 4시간 동안 버스의 보조의자에 앉아 힘들었는데, 다행히 방비엥에서 루앙프라방까지 가는 전세버스는

자리가 넓어 편안했다. 닭과 염소, 돼지는 수시로 길을 가로질렀고, 사람들은 느긋하게 경운기를 몰았다.

해발 2,000m가 넘는 고원지대를 지나 옛 수도인 루앙프라방에 도착했다.

이날도 야시장에서 폭우를 만나 흠뻑 젖었다. 루앙프라방에도 메콩 강이 여유롭게 흐르고 있었다.


■아이들과 보낸 하루

'공감여행'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여행의 하루를 다르게 보내자고 했다.

현지 비정부기구인 CCC(아동문화센터)와 사전에 협의해서 이곳 오지의 초등학교를 방문했다.

한국 여행자들은 저마다 선물을 가져왔다.

크기가 안 맞아 못 신게 된 구두, 연필, 칫솔 등 간단한 생활용품과 공책 등이었다. 별도로 50달러의 책 나눔 회비도 냈다.

 

 
▲ 배 띄우기 축제 때 거리 행진에 쓸 장식배를 만들고 있는 라오스 아이들.

 

 

비포장 도로를 1시간가량 달려 도착한 눈사밧 초등학교. 전교생 100명 남짓의 아이들이 공부하고 있었다. 스님 학생 2명도 함께.

이곳에서 미니 운동회를 하다 보니 아이들의 천진무구한 눈빛에서 어린 시절이 오버랩됐다.

남루한 옷차림이지만 영혼이 맑은 아이들이었다.

아이들이 운동회를 하는 동안 몇몇 선생님은 파파야 채를 썰어 점심을 준비했다.

운동회가 끝난 뒤 운동장에서 선생님들과 자원봉사자, 여행자들이 어울려 점심을 먹었다.

꼬들꼬들하고 차진 밥을 손으로 뭉쳤다. 생선구이가 너무 맛있어 과식했다.

 

 

 
▲ 꽝시폭포에서 비키니 차림으로 물에 뛰어드는 서양인들.

 

 

여행의 백미는 쇼핑이었다. 기념이 될 만한 것을 사고 싶었다.

쌀국수는 원없이 먹어 이미 뱃살로 충분히 저장해 두었다.

차량을 개조한 택시인 '툭툭'을 타고 다녀온 꽝시폭포에서는 비키니 차림의 서양 팔등신들을 많이 만나 눈요기도 많이 했다.

없는 게 없는 루앙프라방 새벽시장에는 각종 채소와 과일은 물론 박쥐. 민물게, 개구리, 새, 물고기가 널려 있었다.

그곳에서 몇 차례 오간 끝에 맘에 드는 라오 정글낫을 어렵게 샀다.

 


▲ 아침 6시면 어김없이 진행되는 탁밧 행렬.


라오스의 10월 축제 기간에 여행한 것은 행운이었다. 비엔티안의 사원에서는 새장에 갇힌 새를 사서 방생했고,

방비엥에선 쑤앙흐아(보트대회)를 구경했다. 루앙프라방의 새벽 거리에선 탁밧(탁발)을 하는 스님들에게 공양도 바쳤다.

러이까통(배흘려 보내기) 축제가 열린 메콩 강에서는 잇꽃 다발을 띄워 보냈다. 평화가 강물처럼 흐르기를….

 

☞ 본문 보러가기 글·사진=루앙프라방·비엔티안 이재희 기자  (jaeh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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