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지금은 여행중 /5월 헝가리 루마니아 불가리아

그렇게 우리는 루마니아 브라쇼브에 도착했다

프리 김앤리 2015. 5. 7. 14:00

<2015년 5월 투어야여행사 단체배낭 새로운 동유럽, 헝가리+루마니아+불가리아 여행준비 12

2013년 7월.  한 시간도 넘은 연착 끝에 도착한 기차를 타고 우리는 시기쇼아라를 출발했다.

해바라기 밭이 나타나기도 했지만 차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은 끝도 없이 이어지는 들판이었다.

사람도 없고 집도 없고... 당연히 마을도 없고.

그 때 순남쌤의 그 유명한  말이 탄생했다. 

  "소는 도대체 어디 있지요?"

 

순남쌤은 전에 내가 있던 학교의 동료 교사다.

김순남, 김승란.  우리 둘은 이름도 비슷해서 학교에 전화가 오면 잘못 바꿔주는 일이 허다했다.

급기야는 전화 건 사람에게 "여자 쌤요? 남자 쌤요?" 라는 질문까지...

담당은 국어. 국어쌤이라지만 순남쌤은 생물 전공인 나보다 자연을 훨씬 더 잘 알았다.

경남 산청, 산청 중에서도 완전 골짜기 출신이었다는 쌤은 초등학교 다닐 때 전교 1등은 도맡아 했다고 자랑했었다.

'그래, 전교생이 몇명이었냐?'는 질문에 '35명!'

ㅋㅋ 어찌됐든 내내 전교 1등에, 전교 어린이 회장에... 산청 그 골짜기에서 명성(?)을 드높이다가

도시로 나가 고등학교, 대학까지 마치고 고등학교 선생님을 하고 있으니 출세도 보통 출세가 아니라는 농담을 자주 했었다.

어린 시절을 보낸 시골 생활은 선생님의 현재에 큰 밑거름이었다.

농사를 짓고 소 꼴을 먹이고 산에서 나무를 했다는 시골 이야기를 섞어 시를 설명하고 소설을 설명하던 그의 강의는 인기가 아주 많은 감칠나는 수업이었다.

학교에서 무슨 여행이라도 갈라치면 학생이고 선생이고 할 것없이 그의 무궁무진한 이야기에 빠져들지 않을 수 없었다.

특히 방안에 누에고치를 길렀던 이야기는 어찌나 생생하던지 금방이라도 우리 몸 옆으로 누에 한마리가 기어올 듯 스멀거렸다.

도시 출신인 나는 상상도 할 수 없고, 경험이 없으니 도무지 꾸며내지도 못할 흥미진진한 이야기거리였다.

꽃이면 꽃, 나무면 나무 교실 밖에서도 모르는 것이 없었다.

"저게 무슨 나무냐'" '"저건 무슨 꽃이냐?" 며 물어오는 학생들에게 정작 생물 선생이었던 나는 '김순남쌤' 한테 물어보라고 둘러대기 일쑤였다.

어느 해 순남쌤은 교정에 있던 꽃들을 일일이 사진 찍어 꽃말을 찾아내고 그에 해당하는 시를 적어 직접 제작한 판넬로 전시회를 한적이 있었다.

우리 학교에 그리 많은 꽃들이 있었는지 그 때 알았다.

나무에 달려 있는 꽃들이야 키높이니 한번씩 지나치기라도 했지만 땅바닥에 딱 붙어 있는 자잘한 들꽃들은 어디에 그런 놈들이 있는지 알지도 못한 나였다.

세상에 수많은 식물이 있어도 '먹을 수 있는 것'과 '먹을 수 없는 것'  딱 두가지로 나눈다는 어느 교수님과 비슷하게

나무는 시원한 것이고 꽃은 아름다운 것이고 들판에 지천으로 깔려 있는 풀들은 그냥 풀일 뿐이라고 지나치는 나와는 차원이 다른 진정한 '자연의 달인'이었다.

 

그런 쌤이 시기쇼아라에서 브라쇼브를 가는 길에 '소'를 찾는다.

어릴 때 학교엘 갔다 오면 책보따리를 벗어던지고 바로 소를 몰고 나가 풀을 먹이는 게 자신의 일이었다는 선생님.

지리산 아래 산청 골짜기는 모두 비탈 산이라 소를 먹일래도, 땔감으로 쓰는 나무짐를 할래도 비탈산을 오르내려야 했다는 사실,

얼마 안되는 땅떼기에 논을 만들려고 산비탈에 겨우 계단식 논을 만들었다는 사실.....

어린 나이에 집안 일을 너무 많이 해서 키도 못컸다는 것까지... 

차창밖으로 끝없이 펼쳐지는 루마니아의 들판에서 쌤은 '소'를 찾는다.

 "도대체 소는 어디에 있지요?

  생각하면 성이 나요. 이 동네는 땅이 왜 이리 넓은 거야, 거기다 어찌 이리 평평한지...

  여기서는 소를 그냥 놔두기만 해도... 그냥 땅을 가꾸기만 해도..."

 

그동안 그리 많은 곳을, 그리 오랫동안 여행을 하면서 수많은 들판을 봐온 나였는데...

나는 한번도 소를 떠올린 적이 없고 그런 상황이 안카깝거나 아깝거나 혹은 성이 나본 적은 없었다.

ㅋㅋㅋㅋ

 

그렇게 우리 일곱은 보이지 않는 소를 들먹이며 키득키득 거리며다 루마니아의 아름다운 도시 '브라쇼브에 도착했다.

 

 

 

 

 -------- 아래 글은 2013년 루마니아 여행을 준비하며 쓴 글입니다.

얼마 전 시드니 경제·평화 연구소(IEP)가 ‘GPI 2013’ 보고서에서 아이슬란드가 세계에서 가장 평화로운 나라라고 발표했다.

(우리나라는 47위였다. 꼴등은 아프가니스탄.)

개인에게는 '평화롭다'라는 것이 주관적인 개념일 수 있으나

연구소의 발표는 국내 및 국제분쟁, 사회 안전, 치안, 군비확장, 폭력범죄의 정도, 전쟁 사상자, 잠재적인 테러 공격 위험을 지표로 삼았다고 한다.

 

 

어쩌면 우리는 루마니아 제 2의 도시, 브라쇼브 광장에서 이런 문구를 발견할 지 모른다.

'Brasov, Probably the best City in the world.'

'세계 최고의 도시, 브라쇼브.'

공식적인 기관의 검증을 받은 것은 아니겠지만 브라쇼브에 사는 사람들은 세계 최고의 도시라 이 곳을 자랑한단다.

평화롭고 안전하고 사람들 친절하고 물가 싸고....

 

여행을 많이 갔다 왔다는 내게 사람들이 자주 묻는 질문이 있다.

 "어디가 제일 좋더냐?"

좋다는 개념이 평화롭다는 것을 뜻하는 건지, 살고 싶다는 것을 뜻하는 건지,

아니면 여행의 로맨스를 말하는 것인지는 알수 없으나 사람들은 뜬금없이 그런 질문을 자주 한다.

그 때마다 망설인다.

여행에 있어 '좋다'라는 것은 지독히 개인적이어서 누구에게는 아주 매력적이었던 곳이 나에게는 개똥이었을 수 있고

누구에게는 정말 끔찍했던 곳이 나에게는 내내 마음속에 남아 있는 곳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모른다.

'세상에서 최고의 도시' 라고 스스로 자랑하는 브라쇼브가 우리에게는 어떻게 다가올지...

다만 나의 경험으로 브라쇼브는 추운 루마니아에서 아주 따뜻했던 곳이었고

우울한 얼굴을 하고 있던 수도 부쿠레슈티의 사람들과는 달리 모두들 밝은 얼굴을 하고 있었던 기분 좋은 마을이었다는 것,

그래서 다시 가고 싶고, 가면 왠지 기분이 좋아질 지 모른다는 기대감을 갖도록 하는 곳.

 

부쿠레슈티를 제외한다면 루마니아의 다른 도시들과 마찬가지로 브라쇼브도 조그만 도시다.

물론 사람들의 생활터전인 신도시는 조금 크겠지만

여행자들의 주 활동 무대인 구시가지는 걸어만 다녀도 한 눈에 다 들어올 정도로 소박하다.

시내의 중심가인 스파툴루이 광장에서 길게 쭉 뻗어있는 푸블리치 거리까지

쉬엄쉬엄 그곳에서 사는 사람들 구경도 하고 양쪽으로 나 있는 까페에 레스토랑에서 느릿느릿 시간을 보내면 된다.

 

 

시간 단위로 쪼개져 바쁘게 살아가는 한국 사람들이 편안하게 휴식을 가지기에 딱 알맞은 곳이다.

 

    

겨울이면 추운 이 거리에는 종종 걸음을 옮기는 사람들만 있을 뿐, 까페의 탁자와 의자들은 다 사라지겠지만

우리가 가는 여름에는 밤 늦도록 커피 한잔, 술 한잔을 마시는 사람들로 북적거릴 거리다.

스파툴루이 광장에서 20여분을 걸어가면 만나는 슈케이 문(오른쪽 사진)도 우리가 가봐야 할 곳 중의 하나다.  

 

브라쇼브에서 가장 유명한 건축물을 꼽으라면 바로 이 검은 교회다.

14세기에 세워진 전형적인 독일풍 고딕 양식으로

17세기 말 오스트리아 합스부르크군의 습격때 발생한 화재로 불이 나 교회 외관이 검게 그을린 후 '검은 교회'라고 불리어진다.

 

슈케이 문을 나서면 만나는 성 니콜라에 교회(Biserica Sfintul Nicolae)도 브라쇼브에서는 반드시 가 봐야 할 곳이다.

니콜라에 교회는 루마니아 정교회 건물로

브라쇼브가 독일 이민자에 의해 건설될 당시 루마니아 원주민들이 슈케이 문 밖으로 쫓겨나가게 된 역사를 보게 한다.

(슈케이 문은 독일인 거주지와 원주민들의 거주지를 분리하는 경계로 루마니아 인들은 당시 특별한 허가가 없는 한 이 문을 통해 들어갈 수 없었다. )

14세기 건축될 당시의 니콜라에 교회는 목조 건물이었지만 후에 증개축을 하여 지금은 석조 건물이다.

교회 입구를 들어서면 왼쪽으로는 낡은 건물이 있는데 당시 루마니아어로 처음 교육을 실시했던 곳으로 당시의 교육 현장을 살펴볼 수 있다.

 

그리고... 브라쇼브에서 절대 놓치면 안 될 볼거리.

세상에서 가장 좁은 골목으로 알려져 있는 로프라는 뜻이 이 거리, 'Strada a Sforii'.

구시가에서 슈케이 문으로 통하는 포르차 슈케이 거리의 한 쪽에 있다.

날씬한(?) 내가 지나가도 비좁게 보이는 이 길에 우리 우람한 몸매들은 어떨까 하는 즐거운 상상~~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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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한명이 양 팔을 뻗으면 끝이 닿는 좁은 거리, 'Strada a Sforii'

오른 쪽, 열심히 사진을 찍고 있는 저 이가 순남쌤이다.

그는 지난 여행에서 숲 해설가이자 나무 해설가였고, 때로는 시를 읊어주는 시인이었고 연극의 한 장면을 보여주는 연극배우였다.

그리고 쉬지않고 우리의 사진을 찍어주는 찍사이기도 했다.

 

 순남쌤이 쓴 '2013 동유럽 여행기'  http://blog.daum.net/freeleeandkim/12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