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지금은 여행중 /5월 헝가리 루마니아 불가리아

인민궁전 하나로! 루마니아 부쿠레슈티 1

프리 김앤리 2015. 5. 13. 19:30

 

<2015년 5월 투어야여행사 단체배낭 새로운 동유럽, 헝가리+루마니아+불가리아 여행준비 14

 

원래의 계획은 그랬다.

첫번째로 차우세스쿠의 인민궁전을 갔다가, 부쿠레슈티의 상제리제 거리라고 하는 통일거리를 따라 걸어와서

지하철을 타서라도 대학광장( Piata Universitatti ), 혁명광장 (Piata Revolutiei) 으로 가서 독재자 차우세스쿠를 몰아낸 역사의 현장을 보고자 했다.

그리 멀지 않은 역사(1989년)에 시민들의 직접 봉기로 독재자를 몰아냈다는 것에 더 큰 의미를 두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저녁 시간이 되면 수년 전 세계여행 중에 들렀던 아주 멋진 루마니아 전통식당엘 가서 제법 근사한 만찬을 즐기면 되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결과는 이랬다.

인민궁전을 첫번째로 찾은 것까지는 계획대로였다.

마지막 입장 시간인 오후 4시에 맞추느라 100m  달리기 실력까지 발휘한 우리들.

처음에는 궁전의 거대함이나 화려함에 놀랐지만... 차츰 분노하기 시작.

"도대체 차우세스쿠는 무슨 짓을 한거야?" "어찌 이런 사치를 부릴 수 있단 말인가?"  "인간으로서 어찌..."

그래도 여행 깨나 한 우리들이었기에 지나치지 못하고 눈에 들어왔던 불편한 진실들 -

다른 유럽과는 제법 차이나는 루마니아의 가난함이 여행 내내 걸렸는데 이렇게 화려한 궁전 앞에서 감탄보다 분노가 일었던 건 당연했다.

하기야 베르사이유 궁전도 이에 못지 않지만 그건 왕권이 절대적이었던 시절이었다고 치자.

차우세스쿠의 인민궁전은 20세기 말, 현재와 아주 가까운 과거에 일어난 사실이라는 것에 더욱 충격을 받았다.

궁전을 돌아보는 내내 우리들은 못내 불편했고 궁전을 나와 통일거리를 걸으면서 불편함은 더욱 증폭되었다.

관두자 그랬다. 혁명광장을 안 봐도 되고, 대학광장을 꼭 안봐도 된다 그랬다.

부쿠레슈티에서는 차우셰스쿠의 인민 궁전 하나만 봐도 모든 걸 다 설명할 수 있다 그랬다.

다음 날 아침, 기차를 타기 전 시간이 제법 있었는데도 우리들은 부쿠레슈티의 다른 곳을 찾는 대신 각자의 시간을 가졌다.

누구는 편지를 쓰고 우체국을 찾아가고, 누구는 호스텔 주변의 동네를 어슬렁거리고...

차우세스쿠의 독재에, 처형당한 독재자에, 그리고 혁명으로 독재자를 몰아내고도 여전히 좋은 세상을 못 만들어낸 루마니아 국민들을 안타까워 했다.

........

 

여기까지만 이야기 하면 앞선 나의 여행 팀원들이 역사의식이 아주 철저하고 민주사회에 대한 염원으로 가득찬 것 처럼 보일 것이다.

ㅋㅋㅋ

물론 위의 이야기는 Fact!

그런데 숨겨진 또 하나의 Fact가 있다.

 

루마니아에 들어와서 우리의 관심을 끈 것 중 하나가 화장품 '제로비탈'이었다.

 

루마니아의 첫 도시인 시기쇼아라는 그냥 넘겨버리고 브라쇼브에서 태현쌤이 제로비탈 크림을 먼저 샀나보다.

그런데 그게 아주 좋더라는 것이었다.

다음날 브라쇼브 약국엘 방문했는데 이 놈의 제로비탈 크림이라는 게 한 약국에 가져다 놓은 갯수가 한정적이더라는 것.

브라쇼브 몇 개의 약국을 헤매면서 겨우 몇통을 구한 우리들은 그 때 부터 제로비탈 크림에 발을 동동거렸다.

사실 사도 그만, 안사도 그만인 것을 없다하니 마음이 더 동동거려지더라는 것.

시나이아에서도 제일 먼저 약국을 찾아 제로비탈 싹쓰리, 브란성을 갔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싹쓰리라고 해봐야 겨우 몇통. 우리 돈으로 치면 몇 만원 수준이었다.

어젯밤에 나도 한 통까서 써 보니까 정말 좋더라는 둥, 이게 한국가면 얼마라는 둥 이야기에 이야기가 보태져 제로비탈을 사지 않으면 바보가 되는 듯한 그런 느낌?

부쿠레슈티에 도착한 우리들은 이 곳이 루마니아의 마지막 도시라는 생각에 거짓말 조금 보태서 안절부절! ㅋㅋㅋㅋ

인민궁전을 나선 우리들이 혁명광장이나 대학광장도 봐야하지만  '어디서 제로비탈을 사야하나' 하는  마음이 스멀거렸나 보다.

마침... 김교수가

"대장님이 올려주신 자료에 까르푸에 가면 제로비탈 크림을 살 수 있다고 한 것 같다"는 말을 하는 순간

우리 모두의 다음 일정은 역사의 현장이 아니라 제로비탈을 왕창 살 수 있는 까르푸가 돼버렸다.

ㅋㅎㅎㅎㅎㅎㅎㅎ

우리는 그날 부쿠레슈티의 까르푸 매장에서 대한민국 아줌마의 실력을 있는대로 발휘했다는 거 아닙니까???

그 전에는 남자 일행들도 챙겨주고 했는데... 여기서 남자들 챙기다가는 자기꺼로는 국물도 없다는 조바심에

까르푸 매장을 들어서는 순간 각자 무조건 직진, 제로비탈을 챙기느라 몸을 사리지 않았다는 거 아닙니까!!!

결국 까르푸를 기억해 낸 김교수는 우악스러운 여자들 덕분에 정작 본인은 사지도 못했다는 사실!!

ㅋㅎㅎㅎㅎㅎㅎㅎㅎ

(그 뒤 남은 일정동안 우리들은 이 날의 까르푸 사건을 여러번 이야기 하고 여러번 까무러치듯 웃었다.

 지금도 루마니아 하면 우리들은 까르푸의 그 날이 먼저 떠올라 또 웃는다. 부끄럽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했던...)

...

 

두 가지의 Fact를 합치자면

루마니의 수도, 부쿠레슈티에서는 '인민 궁전' 하나만 봤다는 것이고 제로비탈 크림이라는 난생 처음 본 화장품에 광분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Fact에 평까지 보태본다면 부쿠레슈티에서는 '인민 궁전' 하나만 봐도 의미는 충분하더라는 것이다.

 

 

 

 

< 인민궁전 Casa Poporului ,Parliament Palace >

 

미국의 미 국방성 건물인 펜타곤 다음으로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건물.

265,000평방미터에 지하 3층, 지상 11층의 건물로 총 1100여개의 방이 있다. 
원래의 이름이 인민궁전이었는데1989년 혁명 이후 의회궁전으로 이름을 바꾸었지만  대부분의 루마니아인들은 여전히 인민궁전이라고 부른다. 

 

현재는 상하원의원 사무실, 국제학회장, 결혼피로연 등 행사장으로 사용하고 있는데 건물 일부를 일반인에게 공개하고 있다. 

북한의 김일성과 의형제를 맺었던 독재자 니콜라에 차우셰스쿠는 평양을 방문했을 때 본 인민문화궁전을 본따 이 궁전의 건축을 지시했다.

이를 위해 루마니아 정부는 주위에 있던 수천 개의 주택을 강제철거하고 이주시켰으며 국민들은 혹독한 강제 노동에 시달려야 했다. 

외관도 멋있지만 화려한 내부를 장식하기 위해 (대리석 3,500 여 톤, 수정으로 만들어진 480개의 샹들리에, 1,409개의 천정용 전구와 거울, 70톤 이상의 철과

청동, 20만 m2의 양모 카펫, 문직으로 짠 커튼, 금은으로 장식한 벨벳과 벽을 장식한 온갖 목재들...) 차우세스쿠는 루마니아 전역에서 나무며,대리석, 금은 청동

등을 거두어 들였다. 1983년에 시작한 궁전 사업은 국고를 탕진한 것도 모자라 더 많은 돈을 마련하기 위해 국민들이 먹어야 할 식량까지 외국으로 마구 수출하여

대규모 식량 부족 사태까지 오게 했다.

 

결국 1989년, 궁핍과 기근에 견디지 못한 루마니아 국민들이 시위를 벌였는데 차우세스쿠는 장갑차를 투입하고 시위 군중을 향해 발포, 수많은 사상자를 냈다.

이에 성난 군중들은 부쿠레스티 대학생들을 중심으로 며칠동안 시위를 계속했고 헬기를 타고 도망가던 차우세스쿠는 결국 군부에게 잡혀 사흘만에 처형당했다.

궁전이 다 지어지는 것도 보지 못한 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