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지금은 여행중 /떠나기 전

우리의 블로그를 열면서

프리 김앤리 2009. 2. 11. 00:44

제법 오래전 이야기이다.

호주에서 온 중년 부부를 포함, 모두 10여명이 함께 볼리비아의 우유니 사막투어를 한적이 있다.

이 부부는 1년동안의 세계여행을 계획하고 남미를 여행중이었다.

그런데 숙소에 도착해 차에서 배낭 내리는 것을 도와주다 깜짝 놀랐다.

엄청난 배낭 무게 !  30kg 이상은 되는 것 같았다. 

도대체 무엇이 들어 있길래?  부부가 열어보이는 배낭속에는 여행 가이드북인 lonely planet이 가득 들어 있었다.  

전세계를 돌아다니려고 하니 그들에게 그 가이드북들은 생명줄과도 같았을 것이다.

 

이후 이들 부부가 생각날 때 마다 무거운 배낭을 메고 힘겨워하는 모습이 함께 떠올랐다.

자유로워지기 위해  떠난 여행이었을 터인데, 배낭무게에 짓눌린 그들은 과연 자유로웠을까???

. . . . . . .

 

우리도 이제 여행을 떠나려고 한다. 

아직도 보고싶고 느끼고 싶은 자연과 문명,  삶의 모습들이 무척이나 많이 남아있어,

다시 한발한발  세상으로 나서려고 한다. 

 

그런데 그동안 다니던 여행과 이번 여행의 준비는 많이 다르다.

이전에는 간단하게 준비하면 됐다. 계절에 맞춘 몇 벌의 옷과, 가이드북이라고 해봐야 가는 지역 한 두권 . . .

 

이번은 좀 다르다. 

1년 이상, 그것도 여러나라.

사정에 따라 코스를 바꿀수도 있지만 코스도 짜야하고 미리 비자도 받아야 한다.

가는 곳마다 계절이 달라질 수도 있고, 언어가 달라질 수도 , 자연환경이 달라질 수도 있다.

준비를 해야할 것이 너무나 많다. 

옷가지와 일반 필요물품은 최소한으로 준비한다고 하더라도 문제는 가이드북이다.

처음 여행하는 나라는 프린트 몇장으로 정리해서 가보겠지만 두번째 나라부터가 고민이다. 

여행지 서점에서 책을 사서 보다가 다음 나라로 이동하면서

만나는 여행자들과 서로 바꾸어서 보거나 아니면 다시 서점을 뒤집어 가이드북을 찾아내야 할 것이다.

 

그런데 난처한 것은 미처 가이드북을 구하지 못한 상태에서 새벽이나 밤늦게 낯선 도시에 도착하는 경우다.

어느 거리로 가야 숙소가 있는 건지, 어디로 가야 서점이 있는건지, 하다못해 어디에서 정보를 얻어야 하는 건지...

배도 고플꺼고, 몸도 피곤해져 있을테고. . .

물론 다른 외국인 여행자를 만나서 도움을 청하면 되지만 이도저도 안되는 상황을 경험한 적이 여러번 있었다.

정말 두렵고 막막하고 아찔한 순간이었다.

 

 

 

이것이 우리가 블로그를 만드는 가장 중요한 이유이다. 

우리가 여행하고자 하는 루트를 잡아보고, 최소한의 정보를 미리 준비해 놓는 것.

먼길 떠나는 여행자의 두려움을 조금은 줄여놓고 가보자는 것이다.

우리 어깨를 짓누를 가이드북의 끔직함을 인터넷상에 살짝 내려놓자는 것이다.  

 

블로그를 만드는 이유가 또 하나 더 있다.

여행을 하지 못하는 이들과 우리의 여행을 함께 하고 싶기 때문이다.

연세가 드셔서, 아파서, 돈이 없어서

그리고 바빠서 어디론가 떠나기 어려운 이들과 함께

여행의 즐거움, 설레임, 두려움까지도 함께 나누고 싶기 때문이다.

 

물론 다른 이들로 부터 도움을 받을 수 있는 통로를 만들어두자는 것도 우리의 꿍심이다.

한국말 하는 사람만 만나도 그저 행복한 하루를 맞을 수 있는 여행지에서의 외로움을

한국에서 우리에게 소식을 전해주는 사람들을 통해 보상받고 싶을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미처 다 알아가지 못한 정보,

혹은 더 따끈따끈한 정보를 이 블로그를 통해 올려주시면

막무가내 떠나 온  나이든 여행자에게는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이 블로그는

이번 여행 준비와 함께

지금까지 우리가 여행했던 내용도 짬짬이 정리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이번 여행을 떠나기 전에 다 정리한다는 것은

첨단 인터넷 환경에 무지한 우리들에게는 무모한 도전이다.

그래서 그건 천천히 하려고 한다.

이것 또한 우리가 살아온 삶의 일부이므로

우리에게도 큰 의미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여행을 떠나서는 시간이 되는 대로 블로그에 사진과 글을 올리겠지만

사정이 허락하지 않는다면

여행을 마친 후에도 우리의 이야기를 적어나갈 것이다.

 

 우주의 유일한 푸른 별, 지구로 우리는 이제 떠납니다.

 

 Free Kim & 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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