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이전 여행/2000 12월(43일) 페루등 남미 4개국

페루 잉카트레일

프리 김앤리 2009. 2. 15. 12:37

 

 

잉카 트레일 첫날

쿠스코에서 미니 버스로 2시간여를 가서 도착한 곳이 올란타이탐보.

이제 우리는 Inka Trail을 시작하기 위해 안데스 산맥의 입구에 섰다.

 

 

거대한 산과 장엄한 물결

몇걸음 걷지 않았는데 벌써부터 힘에 부친다.

쿠스코가 이미 해발 3,000m

머리가 깨어질듯이 아프다는 고산증, 심지어 죽을수도 있다는 고산증에 겁이 나고

괜히 걸음이 느려지고, 심장뛰는 소리에 민감하다.  

 

 

가방속에 든 리마에서 산 고산증 약을 믿는 구석도 크기는 하다.

그리고 쿠스코에서 산 Mate de Coca 를 계속 잘근잘근 씹는다.

 Mate de Coca 는 코카인잎으로 이것을 씹으면 고산증 증세가 훨씬 줄어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쉽게 이야기하면 마약같은 것.

그렇게 따진다면 나는 마약을 해본 경험이 있다는 것???

ㅋㅋ

(수업시간에 몇번 아이들에게  이 이야기를 해줬더니 , 아이들은 굉장히 궁금해 하였다.)

 

 3,000~4,000 m 봉우리들을 오르내리는

잉카의 길.

그 먼 옛날 차스키가 뛰어 다녔다는 그 길

 

 

 

지리산 종주를 10번도 넘게 했는데 이까짓 것이야.

Tent 를 지고 있냐? 버너 코펠이 있냐?

고작 이정도의 배낭 무게를 가지고.

 

스웨덴,브라질, 콜롬비아, 오스트리아 등 14명으로 구성된 우리 팀원들이 하나같이 나를 제끼고 앞서서 나아간다.

바로 앞에 하늘이 보이는 것 같은데 다리는 천근,

심장을 벌렁벌렁, 머리는 아찔이다.

금새 앞선 사람까지 다가 설수 있을 것 같은데

마음과 다르게 몸음 꼼짝하지 않는다.

포기하고 싶은 마음은 하나도 없는데 혹시 내가 포기해버리면 어쩌나 걱정이다.

이게 고산증이란 걸까?

어찌 다른 나라놈들은 이리도 잘 적응한단말인가?

웅장하고 장엄한 풍광이 눈앞에 있어도 통 보이질 않는다.

그저 어질어질한 계단과 앞사람의 뒷발꿈치 뿐

안데스 산신령님!! 나를 받아주소서!!!

Woman Dead Path에서는 정말 주저앉아 버린다.

(사진 : 드러누워 버린 나를 바로 위에 있는 브라질 녀석이 쳐다보고 있다.

           바로 몇걸음만 떼면 저기까지 갈 수 있는데,

           숨이 차서 걸을수가 없었다.

           아주 흉칙한(?) 내 여행 사진이지만 나는 이 사진을 사랑한다.

           그 힘든 잉카트레일의 내 살아있는 모습이니까??)

 

 

트레일 도중에 만난 안데스 산맥의 라마.

그리 순한 동물이라고 하더니만 ....

무서워서 저녀석들을 쳐다보지도 못하겠더라.

 

 

 

마츄빅추에 도착해서.

잉카트레일은 모두 3박4일이었는데..

(쿠스코 출발 - 산에서 모두 3박 - 마츄빅츄 도착)

우리나라에서 맞춰간 시간이라서 그런지 사진에 박혀나오는 날짜는 지 맘대로이다.

거기 시간으로 12월 31일 산행을 시작해서

장엄한 안데스 산자락에서 새해를 맞고 1월 3일에서야 마츄빅추에  도착했더랬다.

(사진 : 빨간 옷에 걸터앉은 사람이 판쵸.

           우리님의 가이드였다. )

 

Macchu Picchu를 등 뒤로 하고

꿈에서나 그리던 Macchu Picchu에  섰다.

대학 다닐때 노래로만 흥얼거리던 그 곳.

늘 가슴 속의 동경으로만 그리던 그 곳.

 

 

판쵸의 설명은 이어지고.

잉카의 물관리법, 잉카의 달력, 시간 측정법등....

 

 

 

 남편은 마츄빅츄에 도착한 뒤 다시 마주 보이는 와이나피츄에 올랐다.

마츄빅츄는 Old Mountain, 와이나피츄는 Young Mountain.

나는 더 이상의 산행을 포기파고 파블로 네루다가 좋아했다는 마츄빅츄의 잔디밭에 드러누워

온 몸으로 햇볓을 받아들였다.

어디선가 들리는 '엘콘도르파사'

페루 전통악기 삼뽀냐의 청량한 음색이다.

마츄빅츄 전체에 슬픈 가락의 페루음악이 흐른다.

아!!! 내 평생 다시 이곳에 올 수 있을까?

마츄빅츄는 잉카의 잃어버린 도시,그  건축물이 아니라

'안데스 산 ' 전체다.

'잉카의 길'과 함께 봐야 한다.

이런 깊숙한 곳에 이 자연을 보듬은 잉카가 만들어낸 이 땅의 도시다.

그리고 침략당해 자존심 마저 구겨진 도시다.

이 땅의 주인은 그들인데

400년전 스페인에 침락당하고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그들.

 

 

잉카트레일의 마지막 밤은 마츄빅츄를 바로 코앞에 두고 숙소에서 ..

그 힘든 산행을 마친 우리 팀은

내일 만날 마츄빅츄를 그리며

맥주를 마시며 떠들썩한 저녁을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