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사는 이야기

이것 또한 여행이다. 크하하하

프리 김앤리 2011. 4. 30. 23:02

정상대로 하자면 지금쯤 우리는 실크로드의 한 귀퉁이, 신장위구르 자치구의 우루무치에 있어야 한다.

오후 1시 비행기로 부산을 떠나 베이징에 도착, 오후4시 40분발 우루무치행 비행기,

저녁 9시쯤에는 우루무치 숙소에 짐을 풀어놓고 낯선 공기를 마시고 있어야 정상이다.

 

그렇게 해외여행을 많이 가도 늦게 뜨는 비행기는 있어도 아예 안뜨는 비행기는 처음이다.

새벽부터 날이 요상스럽기는 했다.

해운대에는 무슨 귀곡산장처럼 안개가 끼고 비바람도 불어대더니만

1시에 우리를 싣고 김해공항에서 다시 중국으로 돌아가야 할 비행기가 아침에 중국에서 출발도 안했단다.

잘 풀리면 저녁에나 북경가는 비행기가 뜰지 모른단다.

잘 풀리면.... 낮중에 날씨가 좋아져서... 중국에서 비행기가 부산으로 들어오면... 그래라도 잘 풀리면...

크하하하....

오후 4시에 북경에서 우루무치 가는 비행기는 이미 배떠난 항구다.

인천엘 가면 비행기를 탈수 있을까라는 우리 질문에 대답이 걸작이다.

"인천까지는 어떻게 가실려구요?"

기차로는 이미 늦은 시각이니 말이다.

ㅋㅎㅎ

"상해라도 갈까요? 덕분에 가고 싶었던 황산 트레킹이나 하게..."

"상해까지는 또 어떻게 가실려구요???"

그러고 보니 김해공항 발권대는 온통 텅 비었다.

중국이고 일본이고 할 것 없이 모든 비행기가 다 결항이거나 지연이다.

기왕 가방 챙겨서 나온거 어디 다른 곳으로라도 가려고 해도 다 안된다. ㅋㅎㅎㅎㅎㅎ

 

일단 내일 비행기로 바꿔놓았다.

내일 아침 날이 문제가 없다면 우리는  오후 1시 비행기를 무사히 타게 될 것이고

베이징에는 2시 반만 되면 도착할 것이다.

그리고는 오늘과는 좀 다른 스케쥴이지만 베이징 공항에서 5시간을 어정거리다가

저녁 7시쯤에는 우루무치행 비행기에 몸을 실을 것이다.

예정된 수순대로 진행되기만 한다면 자정을 넘기기는 하겠지만 우리는 우루무치 공항에 도착해서

어찌어찌 헤매어서 새벽 1시가 넘어야 숙소에서 짐을 풀게 될 것이다.

 

ㅋㅎㅎㅎ

그렇다면 오늘 당장은 뭘하지?

뭘하고 다녔는지 지난 몇주동안 엄청 바빴던 우리 둘은 해운대로 다시 돌아오는 공항버스에서

코가 삐뚤어지게 잠을 잤다.

그 먼 낯선 곳으로 여행을 떠났다면 우찌했을까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을 피곤을 떨쳐내듯이 말이다.

 

오늘 출발이 정상대로 진행되었더라면 우리는 동서양 문물이 교류되던 서역땅에서

푸른 눈의 중국인을 만나고 있을 것이다.

무슬림 분위기가 나는 낯선 중국 땅에서 양고기 냄새, 고소한 난 굽는 냄새에 취해 있을 것이다.

 

그런데 안개 자욱한 부산에서 비행기는 뜨지 못하고

우리 둘이 선택한 건, 토요일 저녁 언니집이었다.

열흘 이상을 여행간다고 냉장고의 음식도 깨끗하게 다 치워놓았으니 몇끼 식사를 떼우는데 최적의 장소이기도 하니까...

푸른 눈의 중국인에 양고기, 난 굽는 냄새는 어디가고 없고

두마리의 개**들만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우리를 반긴다.

개 냄새를 풍겨가며...

크하하하... 이것 또한 여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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