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사는 이야기

빈 틈

프리 김앤리 2011. 4. 20. 10:32

 

 

늦어도 8시 2분 차는 타야한다.

이 시각 차를 놓쳐 본 적은 물론 한번도 없다.

부산 지하철 2호선, 그린라인.

종점인 장산역을 8시 2분에 출발하면 8시 37분 서면역 도착, 곧이어 1호선 신평방면 지하철로 갈아탄다.

정확하게 일곱번째 역인 중앙역에 50분 도착, 17번 출구로 나가 곧바로 100m쯤 직진.

1층 파크랜드, 2층 변창순 치과를 지나 3층의 사무실로 들어가면 8시 54분.

컴퓨터를 켤 것도 없이 들고 있던 아이폰에서 회사 홈페이지 업무용 싸이트에 클릭한다.

'출근' 했다는 도장이 찍힌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요즘 나의 아침이다.

 

학교 선생을 그만두고 여행을 떠나야겠다고 생각 했을 때

아침마다 그 끔찍했던 도로 위에서

이 차선이 밀리나 , 저 차선이 더 잘 빠지나 요리조리 차선 바꿔가며 운전하던 출근길과는 이제 안녕이라고 말했다.

더이상 차선위에서 쪼잔하게 머리 굴지 않아고 된다고 통쾌했었다.

뭐든 할 수 있는 자유, 뭐든 하지 않을 자유를 이제부터는 마음대로 누릴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무엇보다 하루 24시간을 온전히 내가 결정하고 내가 판단해서 보내리라 마음먹었다.

ㅋㅋ

 

그런데 여행을 돌아와 다시 맞은 일상은

끔찍한 도로위의 쪼잔한 머리 굴림은 없어졌는지 모르지만

8시 2분차, 37분, 50분, 54분....해가며 한치의 빈틈도 만들수 없는 톱니바퀴 같은 아침시간을 맞고 있다.  

그래도 다행인거는 머리와 마음은 '자유'로운 곳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사는 이야기 > 사는 이야기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정작 나의 여행은~~  (0) 2011.04.28
  (0) 2011.04.26
미안, 다시 만날수 있다면 네 이름을 기억할께  (0) 2011.04.13
지는 것이 이기는 것이다  (0) 2011.04.06
베오그라드의 추억   (0) 2011.03.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