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지금은 여행중 /7월 크로아티아

크로아티아 여행 행복한 걷기. 플리트비체 호수

프리 김앤리 2012. 6. 9. 06:00

<2012. 7월. 크로아티아 여행 준비 04>

 

'한 장의 사진'

2년 전이었나?

한겨레신문의 여행코너에 실린 한 장의 사진을 보는 순간, 심장이 쿵쿵 뛰었다.

이름도 생소한 플리트비체 호수.

크로아티아에 있는 호수라고 했다.

하늘빛을 가득 담은 코발트 블루의 맑은 호수.

사람들은 호수주변을 걷는다고 했다.

숲을 지나고, 호수를 가로지르고 줄을 이어 걷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담긴 한 장의 사진은

어느 새 내가 그곳에 가있는 상상을 하게 했다.

언젠가는 저 호수를 나도 걸어보겠다고 생각하면서 플리트비체 여행이야기가 실린

신문 한 면을 통째로 찢어 식탁위의 한쪽 벽면에 한동안 붙여두었었다.

 

이런 장면.

몇년을 가슴속에 품고 살았던 크로아티아의 플리트비체 호수, 그곳에 지금 우리가 있다.

 

플리트비체의 호수의 물은 우리의 고정관념과는 반대로 남에서 북으로 흐른다.

물은 늘 북쪽에서 남쪽으로만 흐르는 것을 보아온 우리에게는 생각의 전환을 가져오는 곳이었다.

 

남쪽의 비엘라(Bijela) 강과 츠르나(Crna) 강에서 흘러내려온 물이

플리트비체의 원류가 되는 프로스찬스코(Proscansko) 호수를 이루고,

호수는 다시 하류의 호수와 폭포로 연결되며 절경을 이루는 곳.

큰 호수가 폭포가 되어 아래로 흘러 다시 호수를 이루고,

다시 폭포수로 아래로 흘러 호수를 만들어내고, 또다시 호수.. 폭포... 호수...

프로스찬스코 호수에서 시작된 맑고 풍부한 물은 그래서 모두 16개의 호수와 92개의 크고 작은 폭포를 지나며

8Km에 걸쳐 길게 이어진다.

플리트비체 국립공원은 유네스코 자연유산으로 등록된 곳이다.

 

플리트비체 호수는 다량의 석회암 성분이 포함되어 있어

물색깔이 푸른 옥빛을 이룬단다.

 

물 속의 이끼가 탄산칼슘 성분을 흡수하여 점점 확장되고 제방을 이루고

수중 생물이 그 외벽을 덮고 자라나 자연스럽게 폭포를 이룬다.

개울과 폭포로 연결되며 긴 구간을 흐르는 호수는 물 속에 포함된 탄산칼슘이

계속적으로 석회 침전물을 만들어 호수 바닥에 쌓인 탄산석회로 인해

이런 하늘빛 닮은 빛깔의 청명한 호수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플리트비체는 크로아티아의 수도, 자그레브의 동남쪽에 위치한다.

버스로 2시간 30분 정도.( 차비: 78크루나, 약 11유로, 짐 1개당 8크루나 별도)

하나도 지겹지 않았다.

자그레브부터 이어지는 전원의 풍경은

한동안 우리 집 벽면에 붙어 있던 플리트비체에 가까와지고 있다는 흥분의 강도를 더했다.

우리는 조용한 호수마을에서 쉬고 싶어 아예 마음을 먹고 떠나와 여기에서 이틀을 잤는데,

자그레브에서 당일치기도 가능한 거리였다.

 

플리트비체 호수를 산책하는 코스는 모두 다섯가지가 있다.

본인의 체력과 시간에 따라 선택하면 된다,

그런데 길이 워낙 좋아 시간만 허락한다면 호수 전체를 돌아보는 C코스나 K코스 어디든지 전혀 문제가 없다.

호수변을 따라 걷다가 큰 호수를 만나면 배도 타고, 다시 돌아올때는 공원내에 있는 버스를 타면 된다.

입장료(110크루나, 15유로 정도)에 배, 버스비가 다 포함되어 있다.

우리는 모두 4~6시간 걸린다는 C코스를 택했다.

 

호수를 들어가는 입구는 모두 3군데가 있는데 어디서 시작하든 순환해서 돌아오는 길이므로 문제는 없지만

숙박시설이 Entrance 1에 많으므로

당일치기가 아닌 사람은 입구 1에서 시작하는 것이 좋을 듯 하다.

Entrance 1이 호수의 가장 아래쪽에 있어 밑에서 부터 위로 쭉 올라가면서 보는 게 더 좋다.

오르막이라도 전혀 힘들지 않는 오르막이다.

우리도 1에서 시작했다.

(자그레브에서 오는 버스는 Entrance 2에 세워준다.

숙박을 하려면 운전기사에게 미리 말을 해야 한다.

아무것도 모른 채 떠나온 우리는 호텔밖에 없는 Entrance2 에 내려 인포메이션 센터에서 숙소를 물어

전화를 해서 픽업 부탁을 했어야 했다.)

 

자!!! 그럼

이제 아름다운 호수, 플리트비체로 들어갑시다~~~

 

Entrance 1 에 들어서면 저 아래로 폭포와 호수가 나타납니다.

한줄기로 흘러내리는 폭포가 아니라 여기저기에서 쏟아져 내립니다.

가을 단풍도 곱게 물들었습니다.

안타깝게도 오늘도 역시 안개비가 내리고 있어서 눈부시게 파란 하늘은 없습니다.

호수 색깔도 에머랄드 빛을 보이기도 하다가 초록빛으로 물들기도 하다가 잿빛을 보이기도 합니다.

그래도 좋습니다.

비경속에 들어와 있습니다.

 

 

저 아래로는 한 무리의 관광객들이 호수변을 걸어가고 있습니다.

호수와 호수 사이로 난 나무 다리길로 우산을 받쳐든 사람들이 걸어가고 있습니다.

이 빛깔을 무슨 색이라고 표현해야 할까요?

 

'비 오는 호수변의 산책'

소녀시절 꿈꾸어왔던 순간입니다.

고즈넉하게 좋습니다.

 

동굴도 만납니다.

동굴로 들어가고 나오는 호수를 가로 질러 나무다리가 놓여져 있습니다.

그 길로 우리는 계속 걸어갑니다.

아래바닥까지 훤히 들여다 보이는 물 속에는 고기들이 떼를 지어 놀고 있습니다.

 

동굴 위로 올라가봅니다.

아름다운 호수가 그대로 다 드러납니다.

가운데 휘감아 돌아가며 놓여진 나무다리가 그 아름다움을 더합니다.

 

휘감아 돌아가는 길을 지나 다시 호수가를 거닙니다.

 

조그만 폭포를 지나 올라갑니다.

제일 아래에 있는 호수에서 시작해서 자그마한 폭포들을 지나 조금씩 조금씩 위로 올라갑니다.

 

제법 큰 호수에 다다랐습니다.

배를 기다리면서 잠시 쉬어가는 곳입니다.

비는 내리지만 초록 잔디는 숨을 쉬는 듯 파릇파릇합니다.

 

저 멀리 우리를 실어갈 배가 오고 있습니다.

 

한 무리의 일본과 크로아티아 관광객이 가득 탔습니다.

비는 오지만, 그래서 춥기도 하지만 사람들의 얼굴에는 웃음이 끊이지 않습니다.

 

배에서 내려 다시 호숫가를 걸어갑니다.

 

조그만 폭포도 만나고...

바위틈에서, 거대한 산에서 쏟아져 내리는 폭포는 제법 봤지만

이렇게 이끼 틈새로, 조그만 나무틈새로 졸졸 흐르듯이 내려오는 폭포는 처음입니다.

바로 위 호수에서 아래마을 호수로 흘러내리는 폭포입니다.

 

나무 숲 사이에서 폭포수가 흐릅니다.

 

물 속의 식물이 그대로 다 드러나 보입니다.

물은 자신을 담은 그릇의 모양 그대로 만들어진다고 했나요?

물은 자신을 담은 그릇의 색깔을 그대로 보여준다고 했나요?

플리트비체의 호수는 자연을 그대로 담은, 자연의 색깔을 그대로를 보여주는 곳입니다.

 

또 한 단계 위로 올라갑니다.

길도 참 잘 만들어놨습니다.

전혀 힘들지도 않습니다.

 

에머랄드 빛 호수가 또 한번 나타나고...

 

예쁜 나무다리가 또 나타납니다.

우산을 받쳐들고 걷고 또 걷고...

나무, 숲, 호수... 하늘, 생각, 여행...

 

호수로 축 늘어진 가을 단풍마저도 잘 어울립니다.

 

이제는 어느 산 속에 들어와 있는 느낌입니다.

낙엽이 많이 쌓인 숲길을 걷습니다.

 

제법 많이 올라왔습니다.

 

Entrance 3 인가 봅니다.

이제는 저 버스(자기네들 말로는 파노라믹 버스랍니다. 돌아가는 길도 아름답겠지요) 를 타고

우리가 처음 출발한 Entrance 1 까지 돌아가기만 하면 됩니다.

버스를 탑니다.

왼쪽으로 끼고 돌아 걸어올라왔던 호수의

오른편을 보면서 다시 내려갑니다.

 

그냥 바로 내려가 버리기가 너무 안타깝습니다.

Entrance 2에 다시 내렸습니다.

호수가를 걸어서 다시 돌아가고 싶습니다.

 

버스에서 내려 다시 숲길로 내려갑니다.

호수를 만나러...

숲길도 아름답습니다.

 

다시 돌아가려면 한 번 더 배를 타야합니다.

여러명의 승객을 태우는 배 외에 개인적으로 빌려주는 배도 있나 봅니다.

저 조그만 조각배를 빌려 호수에서 노를 저으며 배를 타나봅니다.

 

배에서 내려 다시 걷습니다.

아까 올라올 때 내리던 비가 이제는 거의 내리지 않습니다.

햇살이 잠깐 비치니 호수의 색깔은 더 푸릅니다.

 

그냥 하염없이 걷습니다.

비 오는 날, 호수가 산책...

내 평생의 동반자와 함께...

 

처음 시작하던 지점까지 거의 다 왔습니다.

이 아름다운 빛깔을 눈에 담습니다.

이 아름다운 순간을 마음에 담습니다.

 

감사합니다.

이 곳까지 함께 오게 해주셔서...

늘 느낍니다.

모든 것에 감사드린다는 것을..

함께 할 수 있음에...

 

**** 다시 크로아티아 여행을 준비하면서 2009년 가을에 갔던 플리트비체 여행기를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