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지금은 여행중/1월 이집트

이것들이! 어디서 사랑놀음을????

프리 김앤리 2013. 2. 4. 17:04

<2013년 1월 투어야여행사 이집트 단체배낭여행 3> 2013년 1월 15일

 

이집트의 아침이 밝았다.

폭탄만 안터질뿐이지 사방천지가 부비트랩이라는 게 달랑 하루지만 어젯밤 우리의 경험은 말했다.

나일강변에서 술없는 밍밍한 저녁을 먹은 뒤 숙소로 돌아오는 길.

보도블럭이 튀어나와 바닥은 울퉁불퉁했고 허공으로 난데없이 철근이 불쑥 튀어나와 있는 건물도 있었다.

아무 생각없이 걷고 있는 길거리가 종으로 횡으로 우리를 위협하고 있었다.

겁도 없이 슬리퍼를 질질 끌고 나왔던 우리의 뚱 교수님은 땅바닥에서 하늘로 공격중인 부비트랩에 걸려 잠시 허우적거렸지만

역쒸, 날씬한 몸매로 하늘을 살포시 날으는데 성공, 땅위에 무사히 정착했다.

그들의 공격은 무위로 끝났다.

그러나 이집트를 들어선 첫날, 우리는 길거리의 부비트랩에 잠깐 쫄았고

앞으로 우리 여행이 발끝 하나 다치지 않고 무사히 돌아가는 것이 큰 임무임을 깨닫게 했다.

ㅋㅋㅋㅋ

 

무하메드를 만났다.

25살의 이집트 청년.

그는 마치 한국 사람인 듯, 한국 말을 했다.

중동지방을 여행하면 만나게 되는 무수한 무하메드.

한국에서 김씨를 만나는 것과 꼭 같은 일이다.

그와 함께 5천년 전의 문명을 만나러 간다.

 

기자의 피라미드.

죽은 자의 땅이라던 나일강의 서편에 우뚝 솟아있는 기자 피라미드군.

가장 큰 쿠푸왕의 무덤 앞에 섰다.

인류 문명의 불가사의라고 알려진 피라미드의 대 영광앞에서 무하메드는 우리에게 자기 조상들의 이야기를 한다.

그리고 아무것도 모르는 한국 여자 한 명, 잠시 아는 척을 한다.

 

... 나는 이 사진을 보면서 곰곰 생각했지...

    이 사진은 희양쌤이 찍은 게 분명하고 그렇다면 채은이는 이 사진, 어딘가에 있어야 함이 분명한데.

    아직, 여행의 첫날이니 엄마 옆에 딱 붙어 있었음이 분명하다면?

    그녀는 어디로 사라졌을까?

    추측의 결론은 단 하나.

    '뚱 교수님 뒤에 완벽하게 숨겨져 있었을 것이다'...   

 

엄지 손가락과 셋째 손가락을 부비며 모델료를 요구했던 낙타 아저씨.

10파운드만 해도 여기선 제법 거금이라며 제지를 해도 자꾸만 20파운드를 주겠다며 주머니를 뒤적이던 조쌤.

 

여행자들 사이에 알려져 있는 이집션에 대한 인상은 참 거시기 하다.

시도 때도 없이 여행 온 사람들을 속이기만 하고 물건을 사라고 붙들고 늘어지고 치근덕 거려서 사람들을 짜증 만땅으로 만든다고 알려진 이집션들.

그러나 물건을 파는 사람들 이외의 다른 이집션의 입장으로 본다면 그것만큼 억울한 일도 없을 것이다.

중동 어디에서나 만나는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유쾌하고 밝은 사람들.

이집션들 또한 마찬가지다.

적어도 뒤집어쓴 오명을 한꺼풀만 벗기고 제대로 볼 노력만 한다면...

 

스핑크스 앞에서 만난 이집트 대학생들.

그들 역시 천사의 미소를 가지고 있었다.

 

여행을 떠나온 우리도 웃고

 

그들도 천사, 우리들도 천사였다.

 

천사가 스핑크스에서 보내는 키스!!

 

5천년의 역사를 손가락 하나로 희롱하는 건방진 우리.

우왕!!! 우리 이럭하고 놀았다.

 

사선의 피라미드 앞에 우리는 섰고

 

그들을 찍기 위해 누구는 땅바닥에 철퍼덕 누웠고

철퍼덕 누운 그를 찍기 위해 또 누구는 몸을 비틀었다.

 

헉!!! 그래도 은아!!!!

꽃다운 10대, 세상을 네 품에 다 안은 은아!!!

헉!!!

왜 이랬어?

왜 이렇게 무너진거야?

너의 그 곱디 고운 얼굴을 어디로 숨긴거야?

아까는 뚱 교수님 뒤에, 지금은 하늘거리는 스카프 뒤에...

흑흑 ㅠㅠㅠㅠ   왜 그랬어...

 

가까이 서면 그저 하늘밖에 올려다 볼 수 없는 거대한 구조물.

삼각형 한 면 조차 한 화면에 다 넣을 수 없는 인간 소지품의 왜소함.

 

아주 먼 곳까지 차를 타고 돌아왔다.

이제야 겨우, 기자 피라미드가 다 보인다.

그리고 우리도 다 모였다.

 

그래! 낙타를 타자.

바람앞에 눈만 껌뻑이는 낙타를 타자.

 

그래! 아빠는 낙타야.

등 뒤에 절대 떼놓을 수 없는 큰 혹 두개를 달고

아무리 모진 사막바람이 불어와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큰 눈을 껌뻑일 뿐.

나는 앞으로 나아가는 낙타야. 인생의 사막을 걷고 있는 낙타야...

 

아주 오래된....

상상도 할 수 없이 아주 오래된 피라미드 앞으로 우리는 낙타를 타고 뚜벅뚜벅 앞으로 앞으로....

 

근데요~~~~

이것들은 왜 이런대요?

정화쌤과 나를 태운 낙타와 희양쌤 부부를 태운 낙타, 이것들 둘.

지금 뭐하고 있는건가요?

애야~~~  낙타는 앞으로 나아가는 거란다.

사막 바람이 몰아쳐도 눈만 꿈뻑이며 앞으로 나아가는 거랬잖니?

근데 지금 뭣들 하고 있냐????

이것들이 어디서 사랑놀음을????

"손님!!! 여기서 이러시면 안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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