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지금은 여행중/1월 이집트

사진으로 갇힌 그들

프리 김앤리 2013. 2. 6. 14:00

<2013년 1월 투어야여행사 이집트 단체배낭여행 5> 2013년 1월 15일

 

   .... 그리고 그 곳에서 만난 '현지인'을 사진 속에 담아 가져온다.

        그렇게 사진을 찍는다.

        ... 낯설고 기이한 장면일수록 흥미로운 이야깃거리가 되리라.

        멋쩍은 표정과 어정쩡한 자세로 포착된 현지인의 사진은 귀엽다거나 가엽다거나, 아무튼 호기심 섞인 반응을 자아내리라.

        그들은 사진첩 속에 갇힌다.

        ... 그들의 모습만이 생활의 맥락에서 뜯겨져 운반된다. 누군가가 카메라는 영혼을 훔친다고 말했듯이.

        때로 사진은 구경거리일 뿐 아니라 해석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그러면 그들의 낯선 모습은 유럽인들의 과거 어느 시기인가를 연상시킨다.

        구체적으로 어느 시기인지를 따져볼 필요는 없다. 그저 '과거 어느' 시기로 충분하다.

        그리하여 그들의 낯선 모습은 처음 구경꾼들에게 몇 차례 감탄사를 자아내겠지만, 이윽고 낯설음은 알만한 무엇이 된다.

        ...

        그에게 여행이란 단지 장소를 옮기는 일이 아니었다.

        또한 장소를 옮기더라도 자신의 고국으로부터 고스란히 가져가는 것이다.

                                                                                            - 윤여일 지음 「 여행의 사고 」중에서 -

      

 

 

쓰레기마을이라고 불리는 곳엘 갔다.

사방천지가 쓰레기 더미였다.

골목으로 나있는 건물의 1층은 거의 대부분이 쓰레기 창고였다.

건축물의 잔해를 비롯하여 먼지와 쓰레기가 아무렇게나 나뒹굴던 카이로 시내의 거리와는 또 다른 쓰레기 천국이었다.

그리 넓지 않은 골목으로 쓰레기 뭉텅이들을 실은 작은 트럭들이 들락거렸고

1층 창고에는 실려온 뭉텅이들이 마구 풀어 헤쳐져 있었다.

우리는, 먼지는 물론 바깥의 것이라고는 한 줌의 공기조차 못들어오도록 마이크로버스 창문을 꼭꼭 닫아 여몄지만

시큼한 냄새가 어느새 베어들어왔고 똥파리들은 차창너머에서 팔딱거렸다.

그래도 하늘은 파랬고 햇살은 강렬했다.

무채색의 지상이 아니라 파란 하늘로 눈을 돌려보지만 상큼한 파란 하늘이 우리 시선에 와닿기도 전에 주렁주렁 널려있는 그들의 삶이 보였다.  

 '왜 이러고 살까?'

 '여기서 어떻게 살까?'

한국에서 이집트로 여행을 떠나왔지만 우리의 사고는 여전히 한국에 있었다.

불편한 마음으로 무심히 창밖만 보고 있는데 무하메드가 한마디 한다.

  "여기 사람들 이렇게 살아도 아주 잘 살아요. 벤츠를 몰고 다니는 집들도 많아요.

   다른데로 이사가라고 해도 안하고 여기서 그냥 살아요."

무하메드는 우리의 생각을 눈치챈 걸까?

왜 이러고들 살고 있냐는 쯧쯧거림을 염려한걸까?

이것 또한 우리가 가지고 있는 우리 사회의 프레임이 아닐까?

'먼지가 일고 파리가 날아다니고 쓰레기 천지인 이 동네 사람들도 알고 보면 벤츠를 몰고 있더라.'

'그래서?'

 

차장 밖으로 시선을 돌린다. 

때가 끼인 창문 너머로 사람들이 보였다. 그 너머에는 그들의 삶이 펼쳐져 있었다.

비좁은 골목길이었지만 아이들은 뛰어 다니고 있었고

쓰레기더미인 창고 앞에도 조그만 탁자를 놓고 그들은 샤샤를 피우며 한가로이 차를 마시고 있었다.

벤츠를 몬다는 사실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우리와는 '다른' 삶이 거기에 있었다.

'틀린'  삶이 아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