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지금은 여행중/1월 이집트

쿠샤리는 맛있어야 하고, 타흐릴은 평화로워야 한다

프리 김앤리 2013. 2. 7. 07:00

 

<2013년 1월 투어야여행사 이집트 단체배낭여행 6> 2013년 1월 16일

 

누구에게는 감동, 누구에게는 무덤덤한 카이로 박물관을 나와 우리가 찾아간 곳은 쿠샤리 집이었다.

쿠샤리는 어디에서나 흔히 볼 수 있어 이집트의 대표 외식이라는 점에서는 '이집트의 짜장면'이요

이것 저것 막 넣어서 맵싸한 양념과 함께 마구 비벼 먹는다는 점에서는 '이집트의 비빔밥'이다.

혹 당신이 유럽이든 미국이든 느끼하고 메슥거리던 음식만 먹고 다녔다면 쿠샤리 한 그릇은 눈을 번쩍 뜨게 만드는 매혹적인 음식이리라.

한국을 떠나온 지는 사흘밖에 안됐지만 그렇다고 카이로 중심가에 있는 유명 쿠샤리 집을 건너뛸 수는 없는 일이었다.

역쒸~~~ 쿠샤리는 우리를 배신하지 않았다.

 

 

맛있는데다 가격(720원 정도)까지 환상인 쿠샤리를 한 그릇씩 폭풍 흡입하고 나니 눈이 번쩍 뜨였다.

'배부르면 만사 OK'라고 정신없던 카이로도 쬐금 사랑스러워졌다.

카이로의 중심 광장, 타흐릴 광장으로 나섰다.

최근 몇년간 국제뉴스에서 불안한 이집트 소식이 나올때면 항상 등장했던 장소다. 

같이 간 일행들에게는 타흐릴 광장이 '혁명'이나 '시위' '발포' '사상자'라는 단어와 함께 떠오르겠지만

나에게 타흐릴은 평화롭고 아름다운 곳이었다.

세계여행 중에 유럽을 건너 처음 도착한 도시가 이집트의 카이로였다.

모든 것이 시스템화 되어 있고 조용조용하던 유럽을 떠나 도착한 카이로는 혼돈, 그 자체였다.

복잡하고 정신없고 시끄럽고... 어디서부터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 지 헤매고 있을 때

우리에게 짠~ 하고 나타난 곳은 타흐릴이었다.

물론 그 때도 사람들은 많았다. 엄청 많았다.

그러나 정신없고 시끄러워 끔찍하기만 했던 카이로가 아니라 활기와 정열로, 친절과 호기심으로  가득찬 살아있는 카이로였다.

해는 이미 저물었지만 광장에 모여든 사람들은 한결같이 우리에게 관심을 보였고 다가와 말을 건넸다.

서로 잘 통하지 않는 언어였지만 그들은 천사의 미소로 우리를 안심시켰다.

가족들, 친구들 끼리끼리 광장의 사람들과 우리는 아주 여러 장의 사진을 찍었고

그들은 결국 우리를 이끌어 나일강을 가로 질러 강 건너편까지 데려다 주었다.

강을 건너가는 다리 위에서도 우리는 이집션들의 친절에 행복해하면서

고깟 조용하기만 하고 시스템으로 완전 무장한 유럽이라는 동네의 깨꼼스러움이 그다지 그리운 것은 아니라고 위로했다.

오히려 이곳의 활기에 덩달아 흥분했고 떠들썩한 분위기를 정열로 받아들였다.

나에게 타흐릴은 그런 곳이었다. 

그런데~~~~

 

 

타흐릴은 달라져 있었다.

이제 더이상 타흐릴은 평화로운 곳이 아니었다.

이집트 혁명 2년.

혁명의 대상이었던 무바라크 전 대통령은 감옥에 갔지만 시민들의 삶은 아직도 힘들게 보였다.

정열과 친절이 가득한 미소의 이집션들은 보이지 않았고 허름하고 누추한 텐트가 숲을 이루고 있었다.

이미 실망한 눈으로 바라봐서 그런지 타흐릴 주변을 걸어가는 사람들의 눈빛도 흔들리는 것처럼 보였다.

이것 또한 이집트 사람들의 삶이고 이 속에서도 충분히 행복하고 아름다운 시간을 보내고 있을 것이라는 사실을 확연하게 알고 있으면서도

내 기억속에 존재하는 타흐릴은 이제 끝난 것 처럼 보였다.

......

아니겠지? 아니겠지? 이것만은 아니겠지?

......

 

덧붙임>

 열차 사고로 야간기차가 떠나지 않는 바람에 우리 일행은 예정에 없이 하루를 더 카이로에 머물러야 했다.

 졸지에 생긴 하루, 각자가 알아서 카이로를 돌아다니기로 했는데  그중 몇은 카이로 대학을 들어갔단다.

 카이로 대학을 갔던 사람들은 또 다른 카이로를 보았노라고, 시끄럽고 더럽고 복잡한 바깥 세상의 카이로와는 다른 세상이더라며 흥분했다.

 대학생들은 친절했고 활기찼고 캠퍼스는 정말 낙원이더라나?????

 다행이었다. 끔찍한 카이로라고만 기억하면 어쩌지 걱정했었는데 참 다행이다.

 나의 타흐릴이 거기서 다시 발견되어서 천만 다행이다.

 이집트 카이로, 충분히 매력적인 도시다.

 이집트 국민의 저력, 30년 독재 대통령을 국민의 힘으로 몰아낸 나라, 인류의 문명을 시작한 나라.

 지금은 다만 진통을 겪고 있을 뿐!!

 

하여 나의 생각은....

'쿠샤리는 맛있어야 하고, 타흐릴은 평화로워야 한다.'

 

 <평화로웠던 시절의 타흐릴 광장>                             <쿠샤리 한 그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