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지금은 여행중 /또 여행을 준비하며

여행의 비밀

프리 김앤리 2010. 5. 12. 13:05

아이슬란드에서 불어오는 화산재 때문에 요즈음 유럽의 공항들은 종종 폐쇄된다고 한다.

수많은 여행자들이 떠나지도 내리지도 못할 것이다.

이럴때 대부분의 서양 여행객들은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면서

차분히 기다리고 또 오히려 즐기는 이들도 있다.

 

우리도 처음 여행을 다닐 때는 어쩔 수 없는 한국사람이었다.

지겨워 하기도 하고,  제대로 착착 진행되지 않음에 분통을 터뜨리기도 했다. 

 

백년에 한번 있을까 말까하는 화산재 분출로 비행기 이착륙을 하지 못하는 요즘,

유럽의 공항에서 한국인 여행자들이  아마 동동 거리고 있을까라는 생각에 슬며시 입가에 웃음이 돈다.

여행이 원래 그런 것인데,

예기치 못하는 일이 생기고,

끝도 없이 기다리고,

그러다가 그 일을 즐기고,

다시 상황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 여행이인데...

그것이 '여행의 비밀'인데...

 

어떤 이들은 여행에 '중독성'이 있다고 한다.

중독이 아니다.

낯선 나라, 낯선곳에서 만나는 처음 보는 피부색이 다르고 말이 다른 사람들...

아주 여행을 많이 하는 사람도 낯설고 익숙하지 않는 상황에 부딪치는 것은 당연하다.

낯선 상황을 받아들이고 그것을 풀어나가는 것이 여행의 출발이자 재미다.

마치 수수께끼를 하나하나 풀듯이....

 

여행 중 어느날은 아침에 삶아 나온 감자 두알과 계란 한개로 하루를 버티기도 한다.

배도 고프고 허리도 아파서 다시는 이런 힘든 여행을 하지 않으리라고 결심하지만,

한국에 들어가서는  김치 가득 있는 밥상을 차려놓고 절대 빵은 안되고 밥만 먹을꺼라고 다짐하지만...

다시 배낭을 꾸린다.

 

갓 구운 달지 않는 빵이 먹고 싶어 한국에서 사먹어보지만 제맛이 아니다.

검은 올리브와 연어를 사서 먹어보지만 그 맛이 아니다.

김치도 2주일을 먹으니 이제 더 이상 그리움이 아니다.

익숙함이 익숙해질 무렵 다시 낯설음이 그립다.

'여행의 비밀'이다.

 

지난 2월 초 터키 이스탄불 공항에서다.

새벽에 도착한  이스탄불 공항에는 많은 눈이 내리고 있었다.

독일 뮌헨으로 가는 우리 비행기가 처음에는 눈때문에... 나중엔 짐은 실렸는데 사람이 타지 않아서 2시간 이상을 이스탄불 공항에 발이 묶여 버렸다.

승무원이 뭐라고 터키어로 말하는데...

터키 억양이 뒤섞인듯한 익숙하지 않은 영어로 짐작해보니  손님이 타지 않은 짐을 싣고 비행기가 출발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테러의 위험때문에...

그 짐의 주인을 찾느라고, 또 타지 않은 승객의 짐을 따로이 찾아서 내린다고 우리 비행기는 2시간이나 늦게 출발했었다.

비행기 안에 탄 사람들은 아무도 항의하지 않았다.

차분히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는,  그 상황을 서서히 즐기고 있었다.

이스탄불에서 비행기가 늦게 출발하여  뮌헨발 인천도착 루프트한자 비행기를 타지 못한다면, 그건 항공사의 잘못.

어쩌면 뮌헨 최고급 호텔에 공짜로 잘 수도 있고, 비행기 좌석이 여의치 않으면 어쩌면 우리는 1등석을 탈지도 모른다는 잘못된 행운을 바라면서.

그러나....

 

인천행 비행기가 출발하기 10분전에 우린 뮌헨 공항에 도착했다.

활주로에 내리니 우리 둘만을 기다리는 특별 안내원이 특별하고도  신속하게 안내를 한다.

최고급 호텔도, 공짜로 타는 1등석의 행운도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그렇게 우리는 인천행 비행기를 탄 마지막 승객이었다.

1등석을 타는 행운은 사라지고, 윈래의 예약된 비좁은 일반석에서 10시간을 날아서 한국에 도착했다.

  

1년간의 여행을 마치고 지난 2월 초에 들어왔는데 벌써 3개월이 흘렀다.

처음 두달은 1년간 먹지 못한 음식과 한국적 문화에 다시 한번 빠졌었다.

 

지난 2월 초에 들어올때부터 좀 쉬었다가 다시 6월초에 캐나다와 미국을 여행하자고 마음을 먹었었다.

사람들이 묻는다. 

왜 캐나다와 미국인가?

허리우드 영화에서 그래도 많이 본 탓으로 낯설지 않을 것 같은 북미 대륙이지만,

대자연과 콜럼버스 이전의 아메리카 원주민의 삶도 보고 싶고,

역사상 초강대국인 그들의 문명과 삶을 직접 눈으로 보고 싶기 때문이다.

 

사실 6개월을 여행하려면 최소 6개월을 준비해야 하는데, 우리에게 역시 미국은 미국답게 거만스럽게 다가온다.

비행기값도 비싸고, 전자여권에 전자비자를 받아야 하고,

따져보면 준비해야 할 일이 엄청 많은데...

채 한달도 남지 않았는데...

 

미국 입국을 위한 전자 비자를 받더라도 비자기간을 얼마로 줄 지는  아무도 모른단다.

우리의 경우 미국은 3개월 정도 여행할 예정으로 있는데,

미국 체류 허가 기간이 1개월, 2개월, 3개월...

자기들 맘대로 준다고 한다.

입국 심사대에서 3개월이 필요하다고 설명하면 되지 않냐고 하니... 오히려 말이 많으면 의심한단다.

3개월 여행계획서를 내면 어떻냐고 하니...

미국전문 여행사에서는 오히려 의심받을수 있다며

그냥 흰색 계통의 밝은 옷을 입고 입국심사대 앞에 자연스럽게 서는 것이 더  낫다고 충고한다.

어두운색 옷을 입은 누리끼리한 피부의 동양인은 미국 출입국 관리사무소 직원에게 좋은 인상을 주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우습다.

참 들어가기 싫은 나라다.

그래도 참고 가야겠지?

 

우리는 여행을 다니면서 의외로 미국인을 많이 만나지 못했다. 

부자나라 미국사람들이 해외여행을 많이 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일까가 항상 궁금했다.

미국을 준비하면서 느끼는 것은 엄청나게 넓은 나라임에 틀림없고, 미국 자체가 여행할 곳이 많은 것도 있겠지만

대체적으로 미국인의 생활이 유럽에 비해 너무 바쁘다는 점도 있고,

겁이 많은 탓도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우리가 만난 많지 않은 백인 미국인들은 시끄럽고 거만했었다.

물론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있었지만...

 

부산에 유일하게 친하게 지내는 미국인 캐시가 있다.

그녀는 조용하고 겸손하며 지적인 채식주의자다.

오바마에게 투표를 하기위해 한국에서 부재자 투표를 할 정도로 흔치 않는 젊고 예쁜 미국인이다.

우리나라 신문에선, 미국의 젊은이들은 투표와 정치에 관심이 없다고 하던데..

그녀는 그렇지 않았다.

'캐시의 친구'들이 미국을 바꾸었다고 믿는다.

한사람의 인상이 미국에 대한 우리의 인상을 바꾼다.

미국엔 '부시의 친구'도 있겠지만,

'오바마의 친구'들과 '캐시의 친구'들을 만나보고 싶다.

 

또 다른 새로운 여행을 준비하며

낯선 곳을 찾아 떠나는 '여행의 비밀'을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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