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지금은 여행중 /10월 터키

<터키 배낭여행 4> 먹는 즐거움, 보는 맛.

프리 김앤리 2011. 7. 8. 07:00

 

<터키의 음식 두번째 이야기 : 생선 요리, 야채 요리, 항아리 요리, 스프>

세계 3대 요리의 하나로 손꼽히는 터키의 요리.

여행 내내 오늘은 뭘 먹을까로 행복했던 시간들...

또 먹으러 가보자.

 

터키의 동부 도시,  도우베야짓에서 우리를 사로잡았던 생선튀김 요리.

골목길을 가득 메운 생선 튀김 냄새를 헤어날 수 없었다.  

도우베야짓에 있는 동안 몇번이나 들렀던 가게.

친절한 총각들(?). 

 

 

우리나라 멸치를 여기서는 함씨라고 부른다.

우리가 제일 좋아했던 건 함씨 튀김.

터키 동부를 여행하는 우리나라 여행자들에게는 익히 알려져 있는 음식이고 또 누구든지 만족하는 요리다.

아주 작은 멸치 튀김도 있고, 정어리 처럼 조금 큰 튀김도 있고.

한접시 가득 눈 깜짝할 새에 튀겨준다. 후루룩 게눈 감추듯 먹어치우는 것도 딱 그 속도다.

비린 맛을 없애라고 레몬도 한조각씩 주지만

바닷것이라면 무엇이든 좋아하는 우리들에게는 비린 맛 조차 고향맛이었다.

생양파도 곁들이고  간혹 고추 피클까지 함께 먹는다면 완전  제맛이다.

도우베야짓에서도, 반에서도, 그리고 트라브존에서도 터키의 동부에서 우리는 함씨 요리집을 지나칠 수 없었다.

결국엔 앙카라에서도 생선튀김 요리를 먹었고

이스탄불에서도 이스티크랄 거리 뒤에 숨어있는 또 멋진 식당을 찾아서 맛있게 한 접시 뚝딱! 

 

참, 함씨를 먹을 때는 맛있는 터키 빵이 무한정 제공된다.

식탁위의 플라스틱 통안에 적당한 크기로 바게트를 잘라놓고 마음껏 먹도록 한다.  

 

 

그래도 이스탄불에서는 생선 튀김 요리가 너무 비쌌다.

동부에서의 가격을 몰랐으면 모를까, 

친절한 터키 동부사람들이 구워주는 함씨가 얼마나 싸고 맛있었다는 것을 익히 알아버린 우리로서는

이스탄불의 이스틱크랄 거리에서 맛본  함씨 구이는 두번 사먹기에는 아까웠다.

부산에 가서 실컷 먹자는 합의로 보고

이스탄불에서 우리가 선택한 것은 애미노뉴 항의 명물, 고등어케밥!

흔들거리는 배 위에서 바게트 빵안에 막 구운 신선한 고등어와 야채까지 듬뿍 넣어주는 고등어 케밥.

이스탄불의 서민들이 가장 사랑하는 완전 서민 음식이다.

고등어 케밥이라... 비리지 않냐구요? Never!!!

길거리에 만들어놓은 작은 의자에 웅크리고 앉아 터키 사람들과 함께 먹는 고등어 케밥!!! 끝내줬다.

단, 섭섭하게시리 저기에서는 무한정 제공되는 맛있는 터키 빵은 없었다.

 

터키 길거리 음식으로 또 하나의 명물로 홍합 케밥이라는 게 있다.

홍합안에 향신료가 듬뿍 넣은 밥을 채워 놓은 요리다.

낱개 하나하나로  치자면 싼 음식이지만 이걸로 배를 채우자면 만만찮은 가격이기도 하다.

명물이니 한두개 정도 사먹는 게 좋을 듯.

2002년도 여행때는 한 여름이라 에페소 사먹은 홍합케밥이 약간 상한 것 같아서 배탈을 걱정하기도 했었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이 요리가 홍합 케밥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정확한 이름은 미드예 돌마스(Midye Dolmasi)다.

돌마스란 터키 말로 속을 채운 요리를 뜻한다.

 

야채 돌마스도 있다. 

피망 속을 채우기도 하고, 토마토 속을 채우기도한다.

피망을 채운 건  비베르 돌마스(Biber Dolmas),  토마토 속을 채운 건 도마테스 돌마스(Domates Dolmasi)라고 한단다.

남편과 둘이서 여행을 할 때는 한 명은 케밥이든지 스테이크든지 고기 종류를 시키고

다른 한 명은 야채를 시켰는데 그 때 몇번  먹었던게 이 돌마스다.

피망이나 토마토 안에 주로 잘게 다져 양념한 고기를 꽉 채운 뒤 오븐에서 굽거나 쪄서 나온다.

샐러드 처럼 생야채만 먹어야 했던 유럽이나 미국과 달리

터키,보스니아, 불가리아, 루마니아 처럼 이슬람권 혹은 이슬람의 지배를 받았던 적이 있는 곳에서

만난 야채 찜 요리는 얼마나 맛있던지....

 

 

특히 우리가 열렬히 환호했던 건 가지찜 요리.

한국에서는 가지요리 하면 그저 푹 삶아서 나물을 해먹거나

아니면 밀가루 옷 입혀서 구워먹거나 튀김요리밖에 없었는데

이 동네는 가지 요리가 어찌 그리 다양한지.

케밥에 끼워 먹기도 하고

반으로 갈라 기름에 볶은 가지에 간 고기, 양파,토마토 등의 재료를 채워 오븐에서 구워내기도 한다.

그 요리 이름이 카르느야륵(Karniyarik)이라고 한다네???

이것 역시 이름도 모르고 제법 여러번 먹었다.

카르느야륵이 따뜻한 가지 요리라면, 찬 가지요리는 이맘 바이올드(Imam Baylidi)라고 한단다.

이 외에도 가지 조림도 있고...

가지 요리가 이리 많은 줄도 처음 알았고,

흐물흐물 니맛도 내맛도 없던 나물 가지 요리 밖에 몰랐던 나에게 가지가 이리 맛있는 음식으로

변신할 수 있다는 사실도 이때 처음 알았다.

슈퍼에 가도 가지요리 통조림도 제법 많다.

 

 

 

이건 유럽 여행할때 슈퍼에서 통조림으로 많이 봤던 그림이라서

식당 메뉴 그림보고 두어번 시켜 먹었던 기억이 난다.

이 요리의 이름은 야프락 사르마스(Yaprak Sarmasi) 라고 한단다.

사르마스란 돌돌 말아놓은 롤 요리를 의미한단다.

안에는 대부분 잘게 다진 고기와 야채를 섞어서 쪄놓은 게 들어있었다.

밖의 껍질은 포도잎이라는데 한번은 굉장히 부드러웠는데, 또 한번은 아주 질겼다는 기억.

그 중 어느 쪽이었는지 모르겠지만 한번은 아주 맛있었는데

다른 한번은 아주 시었다는 기억.

이번에 여행갈 때 한 번 더 먹어봐야 확실하게 이 요리의 정체성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하여튼 대부분의 야채 요리는 Good!!!

 

아~~~ 잊을 수 없는 맛!

괴레메의 항아리케밥.

조그만 동네 괴레메 거리의 곳곳에서 사진처럼 항아리들을 내놓은 식당들을 발견할 수 있다. 

그리고 어김없이 그 옆에는 한글로 '맛있는 항아리 케밥' 이라고 써놓은 광고판.

한국 사람들이 그리 좋아하는 모양이다.

 

 

 

시리아 다마스커스에서 만난 한 부부가 터키의 항아리 케밥을 얼마나 황홀하게 묘사하던지!!!

그 때 우리는 이미 열달이 다되도록 세계여행을 하고 있던 중이었다.

그들이 묘사한 항아리 케밥 때문에 얼마나 절절히 한국이 그립던지.

얼큰하고 뜨거운 육개장이 토기로 만든 항아리안에 담겨져 통째로 구워져 나온다는 얘기하며

식탁 위에서 바로 망치로 탁!  항아리를 깨뜨리는 앗싸싸하는 순간하며

소고기가 들어있는 것도 있고, 새우등 해산물이 와장창 들어있는 것도 있다는 것까지.

 

터키를 들어오기 전부터 우리는 이미 항아리 케밥에 뿅! 가 있었다.

결국 12월 31일,동도 트지 않은 새벽에 시리아 알레포를 떠나게 만든 건 순전히 괴레메의 항아리 케밥의 부름이었다.

하루종일 버스를 타고 그 멀리에 있는 터키의 괴레메(카파도키아)까지 날아간 건

얼큰하고 뜨뜻한 국물에 대한 그리움이었다. 

한 해가 다가기 전에 국물을 먹으러 가리라.. 뜨끈뜨끈 맵고 속이 싸하니 풀리는 한국 맛을 보러가리라...

 

깜깜한 밤에 도착해서 동굴 호텔에 짐 풀어놓고 제일 먼저 우리가 한 일은 당연히 항아리 케밥 먹기였다.

우후훗 !!!! 과연 항아리 케밥이었다.

내리 사흘을 같은 집에 가서 망치로 항아리를 깨뜨리고 뜨거운 국물을 마시고는 행복해했던...

ㅋㅋ

그것도 벌써 1년 6개월 전의 이야기다.

 

항아리 케밥이 주는 또 다른 고향의 맛!

그건 밥과 함께 따라나오는 상추와 고춧가루 양념이었다.

거의 우리나라 김장김치 양념과 같은!!!

아니 당신이 이런 양념을 어떻게 만들었냐고 화들짝 놀래며 터키인 주방장에게 물었는데...

한국 사람이 특히 좋아해서 한국 사람들이 오면 특별히 이 양념을 내 놓는다고 했었다.

여행 다니면서 매운걸 먹어본지가 한참이나 되어서

갑자기 밀고 들어오는 매운 양념에 속이 쓰리는지 뒤집어지는지도 모르고

상추에 밥 한 숟가락, 그리고 양념 한~~ 숟가락 푹 얹어 쌈 싸먹고

항아리 안의 뜨끈뜨끈한 육개장 맛의 고기국도 푹푹 떠 먹었던 미치도록 행복했던 기억!!!

 

지금까지도 나는 그게 한국인을 위한 특별한 김장김치 양념이라고 생각했건만...

웬걸???

이 글을 쓰려고 터키 음식 자료를 찾아보다가 알아낸 사실.

저 붉은 양념 또한 터키의 전통 요리라는 것!!!

아즈르 에즈메(Acili Ezme)란다.

빨간 고추, 마늘, 양파등을 넣어서 갠 아주 매콤한 양념 요리다.

이걸 빵에다 발라먹기도 한다는 걸?

 

항아리 케밥에 취해서 그 뒤로는 항아리 비슷하게 생겼거나

하다못해 우리 뚝배기라도 닮았으면 무조건 기웃거려 봤다는.

터키에서 뚝배기 요리는 규베치(Guvec) 라고 한단다.

때로는 꼭 질그릇 뚝배기가 아니고 철 냄비를 사용하기도 한단다.

양고기와 야채를 넣고 물을 약간 부은 후 오븐에 쪄내는 음식을 말한다.

이 요리는 터키에서 보다는 불가리아, 루마니아,이집트에서 더 많이 먹었던 것 같다.

 

여기에서 또 하나의 팁.

뚝배기 요리를 먹든, 아니면 다른 고기 요리를 먹든

따로이 밑반찬이 나오지 않는 고장에서는 간단한 야채 요리를 하나 더 시키면 그리 목이 메이지는 않을게다.

그 때는 우리 식으로 하자면 야채 피클과 꼭 같은 맛인 투르슈(Tursu)를 시키면 OK다.

우리는 시장 같은데서 저걸 조금씩 사서 가지고 다니면서

간단하게 점심을 떼울때 요긴하게 이용했다.

기억하라!!! 투르슈!!!

 

☞ 터키의 음식 이야기는 다음편으로 계속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