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지금은 여행중 /10월 터키

<터키 배낭여행 5> 슴슴한 요구르트에 쫀득쫀득한 아이스크림까지. 터키의 간식

프리 김앤리 2011. 7. 11. 07:00

<터키의 음식 세번째 이야기: 요구르트, 아이스크림, 애플티, 커피, 터키 과자>

맛있는 터키의 육고기 요리, 생선 요리, 채소요리까지 두루 다 정리했다.

이제는 터키의 간식거리, 후식거리를 보러 갈 차례다.

지금 내 블로그에 올린 것들, 터키를 여행하면서 대부분 다 먹은 음식이다.

하기야 터키를 두번, 근 60일 가량을 여행했으니 웬만한 것은 다 먹어봤다고 치면 된다.

그래도 어떤 건 내가 사먹으면서 직접 사진을 찍은 것도 있고,

어떤 건 먹는데 정신이 팔려 사진 찍을 생각도 못한채 다 먹고 난 빈 그릇이 되어서야

사진 찍기를 떠올려 낸 것도 있다.

 

자!!! 이제 터키의 간식, 후식을 먹으러 가보자.

 

쿰피르(Kumpir)는 요리 이름이다.

여기는 쿰피르를 잘하는 가게.

 

그럼 쿰피르란?

아주 간단하면서도 실용적인 음식이다.

완전 큰 감자 (대빵 큰 감자)를 삶아 반으로 가른 뒤에  피클, 버섯, 푸른 콩, 당근, 양파, 소시지, 요구르트등

온갖 토핑을 얹어 먹는 참 맛있는 요깃거리다.

보통 쿰피르 가게에 가면 여러가지 토핑거리를 쭉 늘어놓고 각자가 원하는 것을 얹어준다. 

쿰피르는 모스크바대학 앞길에 있는 조그만 스낵바에서 처음 먹어봤는데

첫번째는 대빵 큰 감자에 놀라고 다음은 그 맛에 놀라고 또 싼 가격에 놀랐다.

양도 많아 한끼 식사로도 충분히 가능해서 만족스럽기까지 했다.

덕분에 러시아에서는 이걸 많이 애용했다.

이후에는 에스토니아에서도 아주 이쁜 언니가 있는 조그만 가게에서도 사먹고,

리투아니아, 그 추운 길거리에서도 감자의 따뜻함에 감사하며 사먹었다.

터키 이스탄불에서는 어느 비가 칠칠 오는 날, 고등어 케밥과 함께 사먹었던 쿰피르.

항상 가격대비 만족이었다.

 

다음은 터키 빵!

온전한 세계 여행을 떠나기 전까지 짬짬이 다녀온 해외여행에서

내가 경험한 세계의 가장 맛있는 빵은 터키빵이었다.

그 때는 그림의 저 간식거리 빵(시미트, simit)가 아니라 터키의 주식, 바게트 빵(에크멕,  Ekmek)이었다.

호스텔에서 주는 터키의 바게트 빵은 어찌 그리 쫀득쫀득하고 맛있던지...

그런데 2009년의 세계 여행때는 덴마크 코펜하겐의 빵이 맛있었고

크로아티아의 빵도, 이란이나 시리아의 난도 세계의 맛있는 빵으로 우리 목록에 올렸다.

 

여전히 우리 여행史(史까지 붙이니 어딘지 모르게 뽀대가 나는걸?)에서 '세계의 맛있는 빵' 목록에서 뒤쳐지지 않는

터키 바케트. 언제 어느 곳에서도 대부분 다 맛있었지만 아침마다 줄까지 서서 사먹던 셀축의 작은 빵가게는 잊지 못한다.

점심 도시락으로 먹자고 마음먹고 산 바게트를 결국은 버스도 타기 전에 다 먹어치워서 정작 도시락으로는 못먹었던

성급했던 셀축의 바게트. 이번에 계획하고 있는 터키 여행에서도 반드시 들러야 하는 가게 목록에 올려 놓는다.

 

한끼 간식으로도 충분했던 시미트.

터키에서도 팔고 있지만 사실 시미트가 가장 맛있는 나라는 폴란드, 그리스에서 였다.

어떤 건 위에 깨를 박스떼기로 부어놓아 이빨사이에 끼여 불편하기도 했고

어떤 건 굵은 소금을 왕창 뿌려놓아 제법 짜기도 했지만

다른 아무 첨가물 없이도 빵이 이리 고소할 수 있다는 건 그 때 알았다.

 

이제는 스프.

우리나라에서 흔히 먹는 된장 발효용 노란 콩 스프.

쿠루 파술예(Kuru Fasule)다.

가끔 양고기를 넣어주는 경우도 있고 그냥 콩만 조림해서 주는 경우도 있다.

이거 한 접시하고 빵 몇조각만 먹어도 든든한 한끼 요리가 되기도 한다.

 

오른 쪽은 전형적인 터키 스프.

우리가 몇번 사먹었던 건 저리 깔끔하고 이쁜 접시에 담겨져 나오지는 않았다.

그냥 우리나라 대접만한 옴팍한 그릇에 담겨서 나오는 초르바스(Corbasi).

터키에서 스프란 초르바스다.

그냥 콩하고 양파를 푹 삶은 국물이 나오는 경우도 있고, 

요루르트, 밀가루, 토마토와 몇가지 다른 야채를 섞어서 건조시킨 가루에 뜨거룬 물을 부어서 나오기도 한다.

사실 초르바스는 그리 성공하지 못했다.

양고기니 닭고기같이 뭔가 거한 거는 먹기 싫고 그렇다고 야채만 먹기에는 섭섭한 날

간단하게 먹자고 마음먹은 날 스프를 시킨 경우가 몇 번 있었는데

스프라고 하면 뭔가 고소한 맛이 나야한다는 우리의 고정관념 때문인지

약간 신맛이 가미되어 있는 (아마 토마토나 요구르트, 레몬 때문일거다) 터키의 스프는 그리 만족스러운 것은 아니었다.

그래도 뭐, 국물이라는 점에서 우리의 마음을 끌기는 했다.

 

이제는 후식류.

이건 라이스 푸딩이다.

터키 말로 하자면 슈틀라츠(Sutlac).

쌀가루와 우유, 코코넛 가루, 초콜렛 가루를 넣어서 약간 닝닝하면서도 달콤한 맛이다.

단것을 금지당한 내 육체로는 늘 그림의 떡이었다.

옆의 건 바삭한 쿠키같은 간식거리.

길을 걷다 보면 가게 창문 너머로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쿠키를 많이 발견했다.

시리아의 다마스커스와 알레포 시장에도 이런 가게가 어찌나 많던지...

그저 그림의 떡으로만 만족했다.

달콤함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번 쯤 시도해볼만...

그런데 듣기로는 정말 머리가 아찔할 만큼 달다고 하더라구.

 

달콤함을 넘어서 호두니 피스타치오니 건포도에 꿀까지 첨가하여 달달함의 극치를 보여주는 다른 후식까지.

하여튼 후식이라고 하면 수박같은 과일이나 커피만 알고 있는 우리나라 사람으로서는 항상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는.

오른쪽 간식의 정확한 이름은 카다 윕(Kaday If)다.

밀가루 반죽을 구운 후 피스타치오나 꿀로 맛을 낸 과자다.

 

그리고 그 유명한 쫀득쫀득한 터키 아이스크림, 돈두르마다.

쭉쭉 늘어나는 특별함으로 아이스크림 반죽 자체가 이미 퍼포먼스가 되는 돈두르마.

이스탄불의 이스티크랄 거리에도 유명한 돈두르마 집이 있고

 

시골 마을로 내려가도 어디서든지 돈두르마 퍼포먼스를 만날 수 있다.

아이스크림 맛도 입안에 살살 녹는 것 보다는 쫀득쫀득 하다고...

 

하지만 안타깝게도 나는 돈두르마를 한번도 먹지 못했다.

역시 단것을 금지받은 저질 육체때문이다.

금지받기 전 2002년 여행에서 마음껏 사먹었어야 했는데...

그 때 여행은 한 여름이어서 아이스크림이 충분히 땡겼을 건데...

왜 안 사먹었는지 지금도 모를 일이다.

한번만 사먹어 보자고, 뭐 한 입 정도야 되지 않겠냐고  2009년 여행에서 남편을 꼬셨지만

원체 아이스크림을 좋아하지 않는 남편은 괜히 나를 위하는 척 하며

단 한번도 허용하지 않은 간식거리였다.

다른 건 내 맘대로 다 하면서 고작 아이스크림 하나를 앞에두고 한 불허는 어찌 그리 얌전히 받아들였는지...

이번에 가면 다른 사람들 꼬셔서 먹게 하고 나도 한 입 먹어 볼 참이다.

 

터키식 찹쌀과자 로쿰.

이스탄불의 이집션 바자르나 그랜드 바자르에 가면 산더미 같이 쌓아놓은 여러가지 종류의

로쿰을 발견할 수 있다.

달콤하고 쫀득쫀득한 과자에 주로 코코넛 가루를 입혀 놓아 달콤한 맛이 일품이다.

 

천연 색소를 넣어서 빨강, 초록, 초콜렛 색깔도 다양하다.

어떤 건 안에 호두를 넣어놓기도 하고, 피스타치오를 박아 두기도 한다.

터키의 로쿰은 어느 도시에서나 발견 할 수 있는데

특히 사프란볼루의 로쿰은 터키 사람들 사이에서도 맛있기로 정평이 나있다.

사프란볼루의 광장 바로 앞에 있는 로쿰 가게에서는 종류대로 접시에 담아놓고 맛보기를 할 수 있다.

잠깐 먹어본 이 맛에 반해 여행자들은 선물용으로 아주 많이 사가지고 간다.

이스탄불의 이집션 바자르나 그랜드 바자르에서도 마찬가지다.

나도 2002년도 여행때는 로쿰을 여러박스 사와 식구들과도 나눠먹고

학교에 가져가서 선생님들과도 아이들과도 나눠먹었다 .

선물용으로 썩 괜찮다.

당도가 높아서 그런지 보관에 그다지 신경을 안 써도 돼서 선물용으로 사기에 아주 적절한 듯.

 

 

 

 

이제는 마시러 갈까요?

외국여행에서 빠질 수 없는 건 그 나라의 전통 맥주를 마시는 일!!!

사실 터키는 90% 이상의 인구가 이슬람교를 믿는 무슬림이다.

이란이나, 이집트, 요르단, 시리아 같은 다른 이슬람 국가에서는 거의 마실수 없었던 알코올을

터키에서는 그리 어렵지 않게 사먹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여행자로서는 축복임에 틀림없다.

그래도 종류가 그리 많지는 않다.

터키의 대표적 맥주는 에페스. 외국 맥주 중에는 투보르그 등이 있다.

 

그리고 아주 유명한 터키 커피.

완전 진한 에스프레소다.

콩알만한 잔에 짙디 진한 에스프레소 한잔, 또한 터키의 명물이다.

2002년도에는 커피 맛이 너무 진해 한 두번 마시고는 포기했었는데

2009년도 여행에서는 그 맛에 취해 여러번을 마셨다 .

물론 우유를 넣지 않고는 마시기 힘들어서 굳이 라테로 만들어서 마셨다는...

중독성이 있어 여행을 마치고 와서도 내내 그 향기가 입 끝에서 맴돌았다.

원래부터 커피가 맛있기로 터키가 아주 유명하다고.

터키의 지배를 받은 적이 있는 그리스에서도 꼭 저렇게 생긴 주전자(?)에서 따라주는 커피를 제법 많이 마셨더랬다.

 

 

하지만 터키의 음료 하면 뭐니 뭐니 해도 애플티다.

사과향기가 가득한 애플티.

애플티는 잔도 반드시 저렇게 앙증맞게 생겨야 한다.

사람좋기로 유명한 터키에서는 호텔에 들어가도

(그 호텔에 숙박하지 않아도 상관없다. 방이 있는지 없는지 알아보러 들어가기만 해도 우선은 저 애플티를 한잔 내놓고 시작한다.)

가게에 들어가 물건을 보느라 얼쩡거리고 있을 때도 애플티를 심심찮게 대접받을 수 있다.

애플티는 달콤한 게 제 맛이라 각설탕을 여러조각 띄어주거나

아니면 설탕을 와장창 집중 투하해준다.

2002년도는 엄청 마시고 다녔다. 

2009년도에는 'no sugar'라는 멘트를 빼먹지 않았고.

하도 맛있어서 2002년도에는 애플티 몇박스를 사와서 선물도 주고 집에서도 타 먹었는데

여행 다닐때 처럼 그리 맛있지는 않았다는...

어쩌면 저게 진짜 사과가 든 게 아니라 사과맛을 내는 무슨 향료인지도 모른다는 의심까지 했었다.

더구나 마음좋은 터키 사람들이 덥썩덥썩 내어주는 애플티를 우리나라 어떤 여학생이 마시고는

실종사고까지 있었다는 말을 듣고 나서는 그 전까지 무조건 믿고 마셨던 애플티에도 약간의 경계를 가지게 되더라는...

 

하여튼 애플티는 지금까지도 여전히 터키의 대표 음료임에 틀림없다.

 

 

 

 

 

아~~~ 그리고 이건 터키식 요구르트, 아이란(Ayran).

뭔가 뻑뻑하고 단맛은 거의 없고 약한 신맛만 나는 아이란.

처음 마시면 니맛도 내맛도 없는 것 같아 별로 내키지 않지만

자꾸 마시다 보면 아무런 장식이 없는 솔직한 맛 때문에 오히려 더 당기게 되는 이상한 매력을 가진 요구르트.

나중에는 거의 중독이 되어 하루라도 아이란을 마시지 않으면 오히려 섭섭함을 느끼게 되는 음료.

아마 아이란을 마시고 난 다음날 아침, 항상 시원하게 '밀어내기 한판'을 성공시키는 마술의 힘 때문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