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사는 이야기

혼자서는 필요없는 선물, 압생트

프리 김앤리 2011. 8. 5. 07:07

 

 

 

 

 # 장면 1

     유럽으로 신혼여행 갔다온 후배가 집으로 놀러왔다.

     선물이란다.

     " 우와! 그거 반 고흐...."

     " 역시~ 형수님 !   이게 바로 그 반고흐가 마셨다는 압생트 ~~"

     어? 내 이야기는 포장박스의 그림이 반고흐꺼라고 말한 거였는데???

   

  # 장면 2

      사무실에서 누군가가 유럽에 나가 있는 친구랑 전화통화를 하나보다.

      가만 앉아있어도 다른 사람의 통화가 다 들리니 저절로 남의 대화를 엿듣는다.

      "그래 니 압생트는 마시봤나?...."

       어? 압생트라는 술이 요즘 사람들 사이에 유명한 술인가?

 

  # 장면 3

      여행 잡지 론니 프래닛을 뒤적거린다.

      Hot News 코너에 "초록 요정 날아오르다"라는 제목으로 압생트에 관한 기사가 나왔다.

      환각과 발작과 광기라는 단어와 함께 설명할 수 있는 술,

      수많은 예술가들이 사랑했던 술이란다.

 

  도대체 압생트가 무엇이길래...

 

    

압생트는 19세기말 프랑스에서 유행했던 가장 대중적인 술이었다.

 

압생트(Absinthe)라는 말은 향쑥(wormwood)의 라틴어, 압신티움에서 유래되었다.

향쑥은 고대 이집트인들이 치료제로 썼던 약초.

압생트에는 향쑥 이외에 아니스(anise), 회향풀(fennel)과 같은 천연향초가 들어있다.

이 풀들은 쉽게 구할 수 있고, 제조 방법이 쉬울 뿐 아니라  제조후 알코올 함량이 아주 높아

서민들의 사랑을 많이 받았다.

값싸고 독한 술, 압생트는 당연히 당시의 가난했던 예술가들의 사랑을 독차지했다.

 

반 고흐, 랭보, 오스카 와일드 등 이 시대의 화가와 작가들은 압생트의 독특한 맛을 음미했고

취했을 때 나타나는 특유의 증상도 즐겼다. 

랭보가  압생트를 '취기가 주는 가장 우아하고 하늘하늘 한 옷'이라고 칭송하고

헤밍웨이는 '오후의 죽음'이라고 불렀단다.

 

프랑스어로 '라 페 베르(La Fee Vert) 로 녹색 요정이라는 뜻을 가진 초록빛 술 압생트.

50~60도가 넘는 독한 알코올성때문에 마시고 나면

환각, 발작, 광기와 같은 증상이 나타난다는 무서운 술.

한조각의 설탕에 불을 붙여 설탕 녹은 물이 압생트와 섞이면

술잔 속의 초록빛 술은 뽀얀 우유빛으로 색깔이 변한다는 마술의 음료. 

 

그러나 압생트를 마시고 취한 사람들이 자꾸 사회문제를 일으키자 결국 유럽의 국가들은 20세기 초, 이 술의 제조를 법적으로 금지시켰다.

그러나 현대과학은 압생트의 유해성이 대부분 근거가 없다는 것으로 밝혔고

1981년 EU는 압생트의 합법화를 결정했다.

100여년 만에 스위스의 재생산을 시작으로 2005년부터 전 유럽에서 다시 합법적으로 판매되기 시작했단다.

그러나 압생트에 들어있는 향쑥 성분은 여전히 논란거리가 많아

우리나라에서도 지난해말 수입금지가 되었다가

논란이 되고 있는 향쑥 성분이 없는 압생트의 수입은 허용되었단다.

요즘은 대형백화점의 술 코너에 가장 앞에다 이걸 진열해놓고 팔고 있다고...

 

 

 

 

자!!! 나는 이제 이걸 어떡한다???

누구와 함께 이 악마의 술을 마신다???

그런데 압생트를 마셔본 사람들의 이야기에 의하면

가장 우아하고 하늘하늘한 옷이 아니라,

환상의 초록나래가 펼쳐지는 것이 아니라

확!!! 올라오는 독한 알코올 성 냄새때문에 무슨 화학음료를 들이키는 것 같은

아주 기분나쁜 경험이었다는데...

칭송과 두려움을 함께 표현한

유명한 예술가들의 시와 그림에 취할 뿐, 정작 너무 끔찍한 경험이었다는데...

 

하여간   

떡하니 놓여있는 이 술을 이제 어쩐다???

집에서는 손님들이 오지 않는 한, 한방울의 술도 마시지 않는 남편이니

끔찍하든 혼이 빠지든

어느 벗과 함께 이걸 한번 맛볼건가???

 

 

 

<압생트를 노래한 화가들의 작품 >

                                                                           <마네 : 압생트를 마시는 사람   1859>

 

                                                                                                 <드가 : L'Absinthe  1876 >

 

                                                                               < 로트렉 : 빈센트 반고흐의 초상  1887>

 

                                                                                  <피카소 : The Absinthe Drinker  1901>

 

                                                                                                                < The Absinthe and Caraf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