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지금은 여행중 /1월 터키

빙그그르 돌아라! 소원이 이루어진다

프리 김앤리 2012. 1. 26. 22:31

<투어야 단체배낭여행, 터키 이야기 1>

 

세상  곳곳에는 '소원이 이루어지는 뭔가'가 있다.

나는 바티칸 성당의 베드로 왼발(? 오른발?)도 만졌고

러시아 상트페테르스부르그의 피터 대제 무릎위에도 앉았다.

이집트 피라미드에서 나왔다는 두꺼비 주위를 몇바퀴 돌았고

리투아니아 빌니우스 광장의 스테부글라스 타일 주위도 세바퀴 돌았다.

미국 보스톤 하버드 대학 설립자 동상의 맨들맨들해진 발에 내 손길도 보탰고

아이슬란드의 어느 황량한 들판에 놓여진 돌무더기에 작은 돌 하나를 얹어놓기도 했다.

파블로 네루다의 집이 있는 칠레 이슬라네그라의 집 모퉁이에는 소원을 비는 글을 써놓았고

티벳 망명정부가 있는 인도 맥그로드 간지에서는 소원을 빌며 땀벅벅인 채 오체투지도 했다.

기억도 다 할 수 없는 수많은 장소에서 수많은 행위를 하며 그 동네 사람들이 믿고 있는 행운의 여신에게 빌었다.

무엇을 빌었는지 정확하게 다 기억하지는 못한다.

대개 주변 사람들의 건강을 빌었거나 교만하지 않은 소박한 삶의 행복을 빌었을 것이다.

아니 어쩌면 몇바퀴 돌아야 한다는 것이 시계방향인가, 그 반대인가

혹은 손을 들어야 하는가 발을 모아야 하는가 과연 이렇게 하는 것이 맞는가에 집중하느라

정작 소원을 빌지도 못했을런지도 모른다.

밤하늘의 별똥별이 떨어지는 그 순간 소원을 빌면 이루어진다는 걸 아주 어릴적부터 들어왔지만

별똥별이 떨어지는 흔치 않은 순간을 만날때면 소원을 생각해내기 보다는 탄성과 환호가 먼저 터져나와

그 찰나는 지나버렸던 유쾌한 기억만이 남는것 처럼 말이다.

 

이번 터키 여행에서도 우리는 또 소원을 빌었다.

이스탄불의 아야소피아 박물관이었다.

다함께 사는 세상이라는 중요한 명제를 알려주는 뜻깊은 의미 이외에도

정숙함과 화려함, 거대함과 세밀함이 같이 존재하는, 언제 가도 늘 감동적인 아야소피아 성당 귀퉁이가 가지고 있는 선물이다.

대리석 기둥의 작은 구멍 하나.

손가락을 집어넣고 발을 움직이지 않은 채 한바퀴를 돌면서 소원을 빌면 이루어진단다.

박물관에 들어와서 발견하지 못하면 모를까, 일단 눈에 띄기만 하면 누구든지 시도해보는 곳이다.

누구는 발을 떼지 않고 한바퀴를 빙그그르 돌기도 하지만 대부분이 온 몸을 격하게 비틀어도 성공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주로 기다란 줄이 기다리고 있어서 성공하지 못했다고 해서 다시 시도하기는 좀 어려운 상황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그러나 어느 누구 하나 여기에 목숨을 걸지는 않는다.

구멍 하나에 몸을 비틀어서 돌리기만 해도 소원이 이루어진다면 세상이 너무 나긋하지 않겠는가?

그보다도 어쩌면 나에게는 믿는 구석이 있었는지도 모른다.

'다함께 사는 세상'을 가르쳐주고 있는 이 곳에서 누구 한명이라도 성공한다면

그 사람의 공력 내지는 염력이 다른 사람에게도 전파되어 다함께 행복해질 것이라는 터무니없는 믿음.

ㅋㅋㅋ

 

그 덕분인지, 그동안 세상을 돌아다니며 여기저기 뿌려놓은 '소원성취 기원'이 힘을 발휘한 것인지

이번에도 여전히 깔깔깔거리며 행복하게 돌아다니다 왔다.

어쩌면 마지막 도시, 이스탄불에서의 손가락구멍돌리기라는 발레 한판의 성공이기보다는

여행 내내 기도빨(?)을 보여주신 태현쌤의 신공이 효력을 발휘했을지도 모른다.

겨울터키라 추우면 어쩌나, 비가 오면 어쩌나, 혹시라도 누가 아프면 어쩌나

여러가지 기우는 그저 기우로 끝나고 내내 청명한 하늘을 담고  다들 건강하게 함박웃음을 짓고 돌아왔다.

 

오늘부터 쭈욱~~ 2012년 투어야여행사 터키 단체배낭 이야기, 올립니다.

이히힉 성아와 형님!의 준태와 엇따가의 인섭과 밥밥밥의 강현과 강현아!의 정쌤과

날기 신공 또 다른 정쌤, 기도 신공 박쌤과 감사 신공 남쌤.

그리고 자지러지는 웃음의 황미와 당신들의 나란한 동행, 나의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