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지금은 여행중 /1월 터키

그 곳의 지평선. 터키 소금호수엔 하늘과 땅의 경계가 없었다

프리 김앤리 2012. 2. 9. 13:40

물론 눈부신 태양이 있었으면 더 좋았겠다.

햇살과 그늘이 만드는 그 선명한 대비를  볼 수 있었을런지도 모른다.

밝음과 어두움의 극명한 차이를 느꼈을런지도 모른다.

 

그러나 오늘은 얕은 비가 내린다.

하늘에 태양은 없고 짙은 구름이 덮혀있고 세상은 온통 은회색이다.

 

앙카라를 떠나 괴레메로 가는 길. 우리는 아주 넓은 소금호수, TUZ GOLU를 들렀다.

끝없이 펼쳐진 소금밭은 흔적도 없고 우리 눈 앞에는 끝없는 회색의 호수가 펼쳐진다.

지금 우리 눈 앞 세상의 끝이 어디인지 가늠할 수가 없다.

세상의 끝, 지평선이 없다.

하늘과 땅, 그 경계가 없다.

 

황미와 준태가 신발을 벗는다.

"우리 한번 달려볼까?"

추운 겨울 호수, 공기는 차갑게 얼어붙어 있다.

말려야 한다고 이성적으로는 생각하고 있으면서 감성적으로는 저 멀리까지 뛰어가줬으면, 니네들이 춥거나 말거나 내달려줬으면 하고 바란다.

주춤거리던 준태가 황미의 도전적인 눈빛에 다른 마음을 먹을 새도 없이 양말을 벗는다. 

그리고 둘은 달려갔다.

보이지도 않는 지평선, 세상의 끝을 향해 뛰었다.

그들은 아주 먼 곳까지 뛰었고 온통 회색의 세상에 두 개의 점이 되었다.

우리는 그들이 만들어낸 아름다운 세상에 감동했다.

 

마치 바다위에서 벌이는 오페라의 한 장면처럼 둘은 물 위를 걸어서 다시 우리 곁으로 돌아왔다.

 

한동안 우리는 이 곳에서 서성거렸다.

혹시 기다리면 해가 나오지 않을까?

어디 한 줌이라도 빛이 비쳐주지 않을까?

그래도 괜찮아요. 지금 이 것도 충분히 아름다워요. 세상에서 볼 수 없는 장면이예요...

우리는 인간.

보이지 않는 것을 상상할 수 있는 위대한 능력을 가진 인간이다.

한여름 강렬한 햇살에 땅이 바짝 마르고 온세상이 소금밭으로 드러나는 그 황홀한 순간을 상상한다.

그렇게 스스로를 즐겼다.

 

해질녁까지 있고 싶었으나 우리는 조금더 일찍 소금호수를 떠나야했다.

점점 추워지는 날씨에 밤은 쉬이 빨리 오고 있었다.

 

아쉬운 듯 뒤돌아보는 세상엔

낮게 깔린 구름 사이로 붉은 노을이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투어야 단체배낭여행, 터키 이야기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