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지금은 여행중 /1월 터키

우리들의 터키쉬나이트

프리 김앤리 2012. 2. 14. 13:51

<투어야 단체배낭여행. 터키 이야기 5>

터키의 겨울밤은 빨리 왔다.

오후 5시밖에 안되었는데 밖은 벌써 어둡다.

무엇을 할까? 이 기나긴 밤, 무엇을 할까?

Turkish Night를 가기로 했다.

엉덩이를 마구 흔들어대는 밸리댄스, 저녁식사와 음료가 무한정 제공된다는 화려한 밤이 기다린다고 했다.

터키쉬 나이트가 열린다는 아바노스까지 가는 길에는 이제 막 떠오른 보름달이 휘영청 밝게 떠 있었다.

 

괴레메의 터키쉬나이트는 천연의 동굴에서 진행된다.

 

빛 한줌 없던 깜깜한 동굴 무대에 불이 들어오고 근엄한 음악이 울려퍼진다.

이슬람교 종교 의식중의 하나인 수피댄스.

몇걸음을 걸어와 멈추고 다시 걸어가고, 또 멈추었다가 걸어가고... 그리고 빙그빙글 돌아간다.

양팔을 치켜들고 그냥 돌기만 하는 단순한 동작이지만  신과 교감하는 행위라고 한다.

약간은 성스러운 분위기.

우리도 그에 따른다. 아주 잠시동안...

 

뒤이어 요란한 음악소리.

쿵짝쿵짝 경쾌한 음악과 함게 착착 발을 맞추어 춤을 추는 신나는 댄스다.

 

신랑 신부의 결혼식을 의미하는 모양이다.

신랑은 면도까지 하고 단장을 하는 동안 신부는 붉은 수건으로 얼굴깢 가리고 신랑을 기다린다.

 

친구들의 축복 댄스가 이어지고 둘은 한 쌍이 된다.

 

흥겨운 결혼식이다.

 

한겨울이라 관객들이 그리 많지는 않다.

그래도 삼사십명은 되는 것 같다.

크게 파놓은 중간의 홀같은 동굴말고도 구석구석으로 동굴을 더 파서 탁자를 놓아두었다.

사람들은 팀마다 한 테이블씩을 차지하고 터키쉬 나이트를 즐긴다.

 

결혼식 파티에 관객들도 다 불러낸다.

빙둘러 한바탕 신나는 판을 벌인다.

모두들 신나게 춤을 춘다.

 

이어지는 한 아리따운 여인의 신랑찾기.

그 여인 역시 붉은 보자기를 뒤집어쓰고 그의 상대를 기다린다.

관객들을 휘익 둘러보는 바람잡이. 첫번째로 남자 하나를 지목한다. 약간 나이가 들었다. ㅋㅋ

선택당한 남자는 바람잡이와 함께 여인의 주변을 돌면서 수건을 흔들고 춤을 추면서 구애를 해보지만

그녀의 대답은 NO!!

 

바람잡이는 다시 관객들을 돌아본다.

 "누구 건장하고 멋진 남자 없소!!!"

오잉?

준태를 지목한다.

준태도 바람잡이 터키 청년을 따라 수건을 흔들며 여인의 주변을 돌면서 구애를 한다.

그는 특별히 체력테스트까지 통과해야 한다.

바람잡이 터키 청년이 폼을 잡으며 팔굽혀펴기를 여러번 하면서 과시를 하는데~~~

대한민국의 건장한 청년, 준태는 수십법의 팔굽혀펴기를 너끈하게 해낸다.

앗싸~~

완전 건강~~

 

바람잡이는 여인에게 준태의 팔을 들어 근육까지 만져보게 하지만...

그녀의 대답은 역시~~~ NO!!!

다짜놓은 각본이기는 하겠지만

무대까지 뛰어나가 함께 춤을 추며 준태를 응원했던 우리들은 크게 웃음을 터뜨린다.

 

이어지는 춤 and 춤!

계속되는 흥겨운 음악...

무대에서 춤이 이어지는 동안 한쪽에서는 계속 직접 연주를 하고 있고...

 

사실 그 사이 우리는 이럭하고 놀았다.

생선과 고기 그리고 몇가지 반찬들이 나오는 저녁식사를 마치고, 무한정 제공된다는 음료...

음료라는 건 집에서 직접 담근 것 같은 붉은 포도주와 흰 포도주다.

그리고 Lacky.

무색의 알코올, 보드카처럼 생겼다.

그런데 알코올 도수가 45도다. 헉~~

황미는 언젠가 이걸 쌩으로 마시고 완전 취해서 거의 정신이 나갈 뻔 한 적이 있단다.

저절로 몸에서 춤이 흘러나오더래나???

그냥 마시는게 두려웠던 우리는 락키에 물을  타본다. 무색 투명하던 술이 뿌옇게 흐려진다.

마치 환각의 술 '앖생트'의 색깔이 변하는 것 처럼...

좀 약해진 건 같다.

물을 타기는 그래도 좀 심심할 것 같아 우리는 와인에다 락키를 섞어서 마신다.

이름하여 와락.

wine + lacky

 

계속되는 터키쉬 나이트.

엇!! 이건 무슨 황당한 등장.

도대체 저 사람들은 어떻게 만들어진거지?

큰 모자에 미끈한 얼굴, 그리고 흔들거리는 양팔.

무대 전체가 갑자기 시끌벅적해진다.

 

맨 몸의 배에 눈 코 입을 그린 광대들이다.

미끌미끌한(?) 얼굴의 광대들은 관객들 틈으로 들어와 얼굴(? 배?)을 맞대고 쉬지않고 키스를 해댄다.

 

쪽쪽쪽쪽... 얼마나 웃었는지...

 

정말 독특한 분장으로 관객들의 사랑을 듬뿍 받았다.

특히 저 흐느적거리는 팔...

크하하하하....

 

이제는 밸리댄스다.

여러명의 아름다운 여인들이 나와 가는 허리와 커다란 엉덩이를 흔들며 매혹적인 춤을 춘다.

 

그리고 오늘의 하일라이트.

여신같은 의상을 한 끝내주는 몸매의 여인이 무대에 등장한다.

가슴이 수박만하다고 하면 약간은 과장???

그러나 적어도 커다란 배 정도의 크기는 충분히 됨직한 여인이 등장했다.

엉덩이도 흔들고 가슴도 흔든다.

발달한 근육으로 가슴을 들었다, 놓았다, 현란하다.

빠른 음악과 현란한 동작의 과격한 밸리댄스.

관객들은 넋이 나간다.

그녀의 엉덩이에 걸쳐진 구슬은 쉬지않고 요란한 소리를 내고, 음악은 점점 더 빨리 흐른다.

숨이 가빠온다.

딸랑딸랑딸랑...

 

오늘의 주인공은 잠시 가빠오는 숨을 멈추고 관객중에 두명의 여성을 무대로 끌어낸다.

그녀들의 허리춤에도 구슬 레이스를 달아주고 자기를 따라 춤을 추게 한다.

 

우리 팀의 황미도 당첨!!! 

완전 유연한 몸매를 가진 오늘의 여신은 등 뒤로 팔을 돌려 양 손바닥을 모은 뒤 점점 위로 올린다.

 "위로 !!! 좀 더 위로!!!"

 "너희들은 이렇게 안되니?"

ㅋㅎㅎㅎ

입을 앙다물고 열심히 따라해보지만

황미의 몸은 뻐덩뻐덩하기만 하고...

 

"팔꺽기는 좀 어렵지만요~~ 허리춤은 충분히 가능해요~~"

ㅋㅎㅎㅎ

허리에 양손을 살포시 얹은 황미는 요란한 구슬 소리를 내며 무대를 누볐다.

ㅋㅎㅎㅎㅎ

 

우리들의 터키쉬 나이트는 그렇게 깊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