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지금은 여행중 /1월 터키

기억의 재편 - 투어야 1월 터키 단체배낭

프리 김앤리 2012. 4. 3. 18:58

2012년 1월 15일. 일요일. 날씨 맑음

 

모두들 쌩쌩한 아침이다.

괴레메에서 타고 온 야간버스 덕분에 피곤할 지 모른다는 생각에 파묵칼레행 버스를 오후로 예약해 두었는데 모두들 아주 쌩쌩하다.

상쾌한 아침바다. 우리 모두는 청명한 지중해를 즐길 권리가 충분하다.

그래, 보트를 통째로 한대 빌리자.

오롯이 우리만 탈수 있는 보트로.

그 배를 타고 페티예 바다로 나서자. 푸른 지중해로 나가자.

하늘만큼 맑은 지중해. 그 바다는 다시 하늘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지금 이 배의 주인은 바로 우리다.

2층 난간으로 올라가고 뱃머리에서 타이타닉도 연출하고 배꼬리에 드러누위 직접 지중해를 즐긴다.

바람조차 잦아들었고 따뜻함만이 우리를 감싼다.

한겨울이라지만 지중해는 수영을 해도 되지 않을까, 우리를 유혹한다.

 "오빠만 들어간다면 나도 바다에 뛰어들 수 있어요."

성아는 준태를 물귀신처럼 물고 늘어지지만 계속 머뭇거린다.

준태도 잠시 맑은 바닷물에 유혹을 느끼는듯 했지만...

바닷물의 차가운 온도따위야 문제는 없겠지만 계획에도 없는 '입수'는 마음의 다른 준비가 필요하다.

다른 사람들이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뛰어 들어야 하는 부담감이라고 할까???

그리고 이런 무모한 도전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의문까지...

ㅋㅋㅋ

결국 한겨울의 입수 시도는 무산되었지만 어느 누구 하나 탓하는 이 없고 섭섭해 하지 않는다.

이것 역시 개인의 선택일 뿐이고 이 자체로 우리는 이미 완벽한 크루즈를 즐기고 있으니...

                                                                           

모두들 잘 계신가요?

짐이고 뭐고 다 팽개치고 즐겼던 한겨울의 페티예가 기억나시는지요?

짐이라는 단어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다른 곳으로 옮기기 위하여 챙기거나 꾸려 놓은 물건'이라는 뜻도 있지만
'맡겨진 임무나 책임'이라는 뜻도 있지요.

여행을 떠나면서 우리들 모두는 짐을 꾸리지만 사실은  일상의 짐을 잠시 놓아버리는 일이기도 하지요.

그날 그 청명했던 날 지중해로 나선 우리들은 여행을 떠나오면서 꾸렸던 자그마한 짐조차도 다 놓아버렸습니다.

 

잘 있나요?

학교는 잘 다니시는지요? 이제 영어가 술술 나오시는지요?

새로운 직장은 어떠한가요? 모든 새로운 것은 다 좋은거겠지요?

그래, 옮겨간 진해는 어떴는지요? 벚꽃이 피었나요? 매주 치르는 시험은 괜찮은가요?

 

선생님은요?

여전히 그 넉넉한 웃음을 아이들에게 보내고 계신가요?

 

선생님은요?

아이들을 귀여워하고 계신건가요? 아니면 아이들에게 귀여움을 받고 계신건가요?

 

혹시 지금 커피를 드시고 계시는 건 아닌지요?

오늘 아침에는 Java Jive 의 "I Love Coffee, I Love Tea"를 들으며 선생님을 생각했어요. 

커피와 피아노, 그리고 우유와 비올라를 함께 연상했었지요.

 

이 바닷물 차가웠던거 기억나니?

아니 따뜻했던가?

이때 맛보았던 그 짜릿한 자유가 기억나니?

아니 좀 두려웠었나? 아니 전혀 두려웁지 않았나?

 

..............

 

.............

 

............

 

오롯이 우리만을 위한 배.

발을 내딛는 순간부터 우리는 흥분이었다.  

 

하늘은 더 없이 맑았고 온 사방이 선명했다.

 

선생님!  이 순간 무슨 생각하셨나요?

살랑살랑 코 끝을 스치던 그 바람의 색깔을 기억하시는지요?

그 무한한 자유를 지금도 떠올리시는지요?

 

                    

우리들의 발 끝에 와닿던 그 달콤한 감촉이 그립습니다.

 

자그마한 짐은 물론 신발까지 벗어던진 그 순간이 그립다.

 

터키가 그립다.

 

황미 대장은 여전히 잘 있구요.

그 사이에 벌써 유럽을 한번 다녀왔답니다.

저도 라오스와 유럽을 나갔다 왔구요.

1~3월이 어떻게 흘렀는지도 모르고 훌쩍 시간이 가버렸습니다.

 

보고 싶은 얼굴들...

모두들 잘 계신가요?

푸른 지중해에서 불어오던 그 바람이 기억나시는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