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지금은 여행중 /1월 터키

당신들의 몫 1. 터키 괴레메 그린투어

프리 김앤리 2012. 2. 13. 16:39

<투어야 단체배낭여행, 터키 이야기 4>

같이 하지 않아도 저는 알고 있어요.

맛있는 터키식 아침을 먹고 난 다음 당신들은 미니 버스에 올라탔습니다.

물론 우리 팀만 있은 건 아니겠죠.

같은 숙소에서 나선 사람들도 있었을 것이고 아니면 당신들을 태운 미니버스가 골목길을 돌다 또 누군가를 태웠겠지요.

버스 터미널이라고 말하면 좀 뭐한 콩알만한 광장에서 잠시 기다린 뒤 오늘의 가이드라는 사람이 버스에 올라탔겠지요.

그가 누구인지 모르지만 그는 분명 터키식 액센트가 아주 강한 영어를 쓰는 사람이었을겁니다.

그래도 '영어' 하면 한 끝하는 실력있는 당신들이었겠지만 그의 독특한 영어 발음은 순간 당황스러웠을지도 모릅니다.

이제는 괴레메의 언덕을 올라갔겠지요.

괴레메 파노라마가 보이는 언덕. 세상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신기한 바위들이 불쑥불쑥 솟아있는 언덕에 잠시 멈췄겠지요.

괴레메가 왜 동화의 마을이라고 하는가를 실감하는 곳이기도 하지요.

그러나 황미대장은 그 곳이 아주 추웠다고 했어요.

바람이 몹시 불어 당신들은 아주 힘들었다고 했지요. 나란히 서서 사진을 찍기는 했지만 어서 빨리 바람을 피하고 싶었는지도 모르지요.

그렇지만 당신들은 용감하게 바람을 맞고 사진을 찍었을 거예요.

오늘 이 순간이 지나가고 나면 그 때의 바람은 또다시 추억으로 다가올 것이니까요.

아마 다시 버스를 탔겠지요.

수백미터 아래까지 뚫려있다는 지하도시 데린쿠유를 갔을거예요.

겉으로 보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곳이지요. 참, 지상으로 올라온 환기통같은 바위덩어리를 봤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저 아래에 사람이 살았다, 아주 오래 전에 핍박을 피해 도망온 사람들 수백명이 무리를 지어 함께 살았다는 거짓같은 이야기를 들으면서 땅속으로 들어갔겠지요.

그곳은 머리를 수그리고 몸도 있는대로 웅크려야만 지나갈 수 있는 좁은 통로도 있고, 아주 많은 사람들이 함께 살았을 것 같은 넓은 공간이 불쑥 나타나기도 했겠지요.

지하도시의 구멍구멍에 머리를 내밀고 당신들은 사진을 찍고 그칠줄 모르는 웃음을 날렸겠지요.

어쩌면 그곳에서는 같이 온 우리 일행들의 얼굴이 제대로 안보였을지도 몰라요.

그냥 어둠속에서 서로를 확인했을지도 모르지요. 하기야 그곳에서는 상대를 만나는 곳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만나야 하는 곳인지도 모르지요.

그리고 다시 기다랗고 좁고 어두운 계단길을 올라 당신들은 바깥 세상으로 나왔겠지요.

다음은 으흐랄라 계곡.

마치 번개를 맞은 듯 지상위의 큰 바위덩어리가 딱 쪼개져 계곡을 만드는 곳이지요.

계곡 사이를 걸으면서 열려있는 하늘을 보셨나요?

그 하늘도 파랗던가요?

그리고 이파리 하나 남지 않은 앙상한 나무들이 하늘로 쭉쭉 뻗어있는 걸 보셨나요?

그 길을 당신들은 걸었겠지요.

한여름의 뙤약볕을 막아주는 나무 그늘은 없어도, 소금기 가득한 땀벅벅의 얼굴을 시원하게 만드는 한줄기의 바람은 없어도

으흐랄라 트레킹은 걷는 것 그 자체로도 충분히 아름다운 곳이었겠지요.

윤희쌤과 미영쌤은 그 길이 아쉬웠다고 했나요? 조금만 더 걸었으면 좋겠다고 했나요???

그 길을 걸으면서 당신들은 무슨 생각을 하셨나요?

아참 ! 그 길을 시작하기 전에 아마 점심을 먹었겠지요.

바로 옆에 시내가 흐르던가요? 그래서 상쾌한 점심이었나요?

맛있었다고 얘기를 했던 것 같아요.

철판에 뭔가를 구워나오는 걸 먹었다고 한 것 같은데... 하여튼 맛있었다고 했던 기억이 나는 것 같아요.

다시 언덕을 올라와서 당신들은 미니버스의 각자 자기 자리에 앉았겠지요.

그리고 다들 창밖으로 시선을 고정시켰겠지요.

각자가 떠나온 곳을 생각하셨겠지요. 떠나온 그 곳에서의 생활을 떠올렸겠지요.

문득 그리워졌을지도 모릅니다.

참 신기하지요. 일상에 있으면 여행이 그리운데 여행을 나와 있으면 떠나온 그 곳이 늘 생각나고 그리우니 말입니다.

이제는 영화 스타워즈 촬영지라는 곳엘 갔을겁니다.

거대한 바위산을 올라 신기하게 생긴 아랫동네를 구경했겠지요.

아~~~ 여기서 충분히 영화를 찍어도 됐겠구나 라고 생각했을 겁니다.

그래요. 하지만 사실은 그 곳에서 스타워즈를 찍지는 않았다고 하더군요.

실제로 스타워즈의 촬영지는 튀니지라고 알려져 있어요. 그래도 터키의 이 곳에서 충분한 영감을 얻은 건 사실이겠지요.

거기서 당신들은 무얼 하셨나요? 무슨 영감을 받으셨나요?

어머니는 올라가지 않으셨다고 했습니다.  

그냥 아래 벤치에 앉아 쉬면서 저멀리 아들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고 하셨나요? 아들의 모습을 사진 찍었다고 하셨나요?

 

누구는 올라가고 누구는 그냥 쉬고... 결정은 당신들의 몫이었겠지요.

함께 떠나온 여행이지만 우리의 여행은 모두들 각자의 몫이 있었지요.

똑같은 길을 함께 걷고 똑같은 하늘을 바라보았지만 각자의 여행이 있는 것 처럼 말입니다.

 

어떤 길에 무엇이 있었는지 저도 그 순서를 생각해낼 수는 있지만

그 순간 당신들이 무슨 생각을 하였는지 무엇을 느꼈는지 어떤 것을 받아들였는지 저는 알지 못합니다.

그냥 상상할 뿐이지요.

그래서 저는 이날 하루를 고스란히 당신들의 몫으로 남겨둡니다.

괴레메에서 그린 투어를 떠난 그날, 그날의 여행은 당신들의 몫입니다.

 

세상 밖으로 나와 뚜벅뚜벅 걸어간 그 날, 당신들은 무슨 생각을 하셨나요?

당신들께는 무엇이 보이던가요?

 

근데 이건 뭔가요?

똑같은 포즈인데 왜 이리들 따로 놀고 있을까요?

 

똑같은 구멍에서

 

똑같은 틈 아래서 따로 놀고 있는 이 친구들. 왜 이럴까요?

 

이 언니들은 같은 장소에서 같은 폼을 잡았지만....

 

그래도 곧 이렇게 다정해지지 않습니까?

 

이렇게 손을 맞잡고 나란히 걸어가지 않습니까?

 

이 아들과 엄마도 따로 놀기도 하지만 ...

 

같은 테이블에 마주 앉기도 하잖아요?

근데 오빠들은 같이 찍은게 없어요. 왜들 그랬을까요?ㅋㅋㅋㅋ

 

그래도 설마 밥은 같이 먹었겠죠?

형님!!! 준태야!!! 하며 서로를 챙겨줬겠죠?

 

그래도 저기 보니까 둘이서 뭔가를 도모하는 것 같기도 하고...

어째보니 파란 추리닝 보이는 또 무슨 다른 짓을 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ㅋㅋㅋ

윤희쌤이 이 사진의 주인공인데 나는 왜 저 멀리 있는게 보이는 걸까요?

 

이 길을 걷는 동안 하늘이 푸르던가요?

 

앙상한 나무가지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솟아있던가요?

 

한겨울의 파란 하늘과 그 사이를 비추는 한 줌의 햇살이 반갑던가요?

 

당신들은 그날 무슨 생각을 하셨나요?

바위산 그 너머로 무엇이 보이던가요?

오롯이 당신들의 몫으로 남겨진 그날, 당신들의 여행은 어땠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