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오스에서 돌아온 그날 저녁 라오스 꿈을 꿨다.
꿈속에서 내내 라오스라는 말을 했던 것 같은데 '라오스'라는 단어만 기억날 뿐, 아침에 일어났을 때 내게 남아있는 실체는 아무것도 없었다.
스님들의 주홍색 가사가 등장한 것도 아니고, 메콩강의 잔잔한 물결이 나타난 것도 아니었다.
오랫동안 머리속에 남겨두고 싶어 했던 라오스 아이들의 맑은 웃음은 한 순간도 나타나지 않았다.
나의 라오스 꿈은 단어로서의 라오스만 있을 뿐, 화면은 그냥 까맣기만 했다.
도대체 그 긴 숙면동안 나는 무슨 꿈을 꾼 것인가?
분명 밤새도록 꿈속에서 나는 라오스를 여행했을테지만 깨어난 현실은 이전과 전혀 다름이 없었다.
여행에서 돌아오면 기다리고 있을 산더미같은 사무실의 일이 무의식적으로 나를 억눌렀을지도 모른다.
열흘도 안돼서 떠나야 하는 유럽 출장이 돌아오는 그날 부터 라오스에서의 시간을 빨리 잊어야한다는 스트레스로 나타났음이리라.
월요일부터 오늘 금요일까지 나는 유럽의 도시들에 푹 빠져 살았다.
런던의 민박집과 파리의 세느강과 그리고 스위스의 하늘, 로마의 스파게티 식당과 프라하의 인형극에서 헤매고 있었다.
돌아온 그날부터 라오스여행은 그냥 꿈속에서만 흐릿하고 현실은 유럽이었다.
딱히 마음맞출 필요조차 없었던 편안한 오랜 벗들과의 여행, 단 한줄의 일기도 어떤 메모도 하지 않았던 시간.
우리의 라오스는 이번주 내내 카카오톡에서만 살아있었다.
하루에도 수십건의 메세지가 날아드는 카카오톡에서 우리들의 라오스를 다시 되새기고 있을 뿐이다.
그리고 인터넷이라는 어느 거대 공간에 고스란히 모여든 사진들만 우리의 여행을 증명할 뿐이다.
조금만 기다려라.
터키도 그렇고 라오스도 그렇고 현실에서 처리해야 하는 유럽 출장을 끝내고 나면 다시 하나하나 풀어낼 터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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