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지금은 여행중 /2월 라오스

정신없이 바쁜, 그 한가운데서... 눈맑은 아이들을 떠올린다.

프리 김앤리 2012. 5. 4. 18:52

1월은 터키, 2월은 라오스를 여행하고 3월엔 유럽을 갔다왔다.

터키와 라오스는 분명 여행이었으나 유럽은 분명 그냥 '갔다온거'다.

사무적인 출장이었기 때문이다.

여행가방을 싸면서 보통 느끼는 설레임도 거의 없었고, 도착할 도시에 대한 관심도 그리 크지 않았다.

이미 나는 몇번씩이나 그 도시들을 여행한 적이 있어 적어도 유명 관광지 정도는 충분히 알고 있다는 생각이 먼저였는지

아니면 그보다 출장과 관련하여 처리해야 할 일들 때문이었는지 그건 모를 일이다.

그나마 하루 중 아주 많은 시간을 같이 보내고 있는 사무실 후배와 같이 간 여행이라  출장이 주는 스트레스를 조금은 덜 받았는지 모른다.

낯선 이와 떠나는 여행에서 으레 가져야 하는 약간의 신경씀조차도 없었으니 말이다.

보름동안 무던하게 일을 잘 처리하고, 그래도 짬짬이 시간이 나면 유럽의 어느 하늘 아래를 헤매는 정성까지 기울였으나 그래도 뭔가 심심했다.

아침에 일어나서 후다닥 밥을 먹고 시간 맞춰 지하철을 타고 사무실로 출근을 하지않아도 되는 약간의 해방감 말고는

우리가, 아니 내가 느끼는 그 뭔가의 맹탕함은 어디에서 오는 것이었을까?

 

유럽은 여전히 예의바른  동네였다.

길거리에서 눈이라도 마주치면 무뚝뚝한 한국 사람들과는 다르게 대부분 살짝 미소를 지어주었고, 마구 어깨를 부딪히고도 아무렇지도 않게 지나가는

사람 하나 없었다. 길거리에 쓰레기도 거의 없었고, 비좁을지언정 크든 작든 식당들은  대부분 깔끔했다.

그러나 런던이건  파리건 유럽의 여느 도시들은 지금 내가 살고 있는 해운대와 몹시도 비슷했고 심지어 사람들의 옷차림조차도 낯설지 않았다.

사람들은 조용조용하고 예의가 발랐으나 정작 나는 유럽을 돌아다니던 보름 내내 사람들을 별로 만나지 못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출장과 관련되어 사람들을 만났고 그들은 몹시 친절하였으나 유럽 하늘 아래 있으면서도 나는 터키를 그리워하고 있었고 라오스의 루앙프라방을 그리워하고 있었다.

아니 거기서 만난 사람들을 그리워하고 있었다.

 

4월 한달 내내 무슨 짓을 하고 다녔는지 블로그를 쳐다보지도 못했지만

내 컴퓨터에 깔려있는 라오스 아이들의 모습만은 매일매일 나를 지켜주고 있었다.

정신없이 바쁜 그 한가운데서 ... 나는 루앙프라방의 눈빛 맑은 아이들을 떠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