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여행 Tip

환상의 궁합 - 체코 맥주와 꼴레뇨

프리 김앤리 2012. 5. 31. 14:02

세계 어느 나라엘 가도 돼지고기는 늘 인기다.

돼지 두루치기부터 돼지 수육, 삼겹살에 이르는 우리나라부터

돼지고기와 야채를 넣어 갖은 요리를 만들어 내는 중국이나 통째로 구워돌리는 서양의 바비큐에서 스테이크까지

돼지고기는 닭과 함께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음식이다.

세계의 요리를 먹어보는 맛이 여행의 또다른 즐거움으로 알고 있는 나로서는 돼지고기를 금지하는 이슬람 국가가 단지 마음 아플 뿐이다.

 

전 세계의 그 수많은 돼지고기 요리.

그 중에서도 가장 압권은 돼지 무릎(Knee of Pork)  한 부분을 통째로 구워주는 체코의 꼴레뇨다. 

 

꼴레뇨(Koleno).

우리식으로 하자면 돼지고기 통 바비큐다.

물론 돼지고기 껍질에 바르는 소스나 화덕에서 굽는 방법, 화덕의 온도등은  체코 전통으로 내려온 방법을 고수한다.

바비큐니 꼬챙이에 끼워져 나오는 것은 당연한 듯.

그런데 기이한 것은 통 바비큐에 꽂혀 나오는 날카로운 칼이다.

품위를 지킨다는 서양 요리라니 접시위에 포크와 나이프, 스푼이  얌전히 놓여 있어야 하고,

그것도 안쪽인가 바깥쪽부터 순서대로 써야 한다는 둥, 고기를 먹을 때는 무슨 포크, 야채를 먹을 때는 또 무슨 포크 하며

무슨 놈의 예절이 그리도 많은 지 다 알고 있어야 교양있는 사람처럼 보였는데...

이거야 원.

체코 프라하의 꼴레뇨 집은 우악스럽게도 고기에 칼이 떡떡 꽂혀져 나온다.

 

"떨지 말고 용감무쌍하게 그 칼을 뽑아들고 단칼에 고기를 베렸다!!!"

 

그렇다면 이 무지막지한 고기를 무엇에 찍어먹으리.

우리 같으면 고기를 먹을라치면 상추에 깻잎, 김치, 절인 무우에다 쌈장, 그리고  마늘 고추까지 줄줄이 따라 와야하건만

이건 무심하게도 그냥 도마 위에 몇가지의 소스가 따라나온다.

케찹과 머스타드 소스와 그리고 무우를 갈아 만든 horseradish.

그냥 거기에 찍어먹어야 한다.

고기만 먹어서 목이 텁텁할 것 같다구?

그건 오해!! 아니 아니 아니라오~~~

소스를 바른 돼지 껍데기는 쫀득쫀득, 안쪽의 돼지 살은 야들야들. 어느새 꿀떡꿀떡 넘어간다.

그래도 1인당 한 뭉치씩은 못먹는다. 양이 너무 많다.

두 사람이 가면 꼴레뇨 하나, 야채 샐러드를 하나 시키면 좋다. 그것도 때로는 벅찰 수 도 있다.

그런데 우리는 오른쪽 사진처럼 저리 많이 시켰으니 나중에는 돼지고기가 목으로 올라올 판...

윽~~~ 맛있게 잘 먹고도 나중에는 질리더라는~~~

 

 

 

그리고 우리가 한 실수를 하지 않으려면

요리가 나오기전에 식탁위에 조롱조롱 매달려 있는 고리 모양의 빵(프리첼)에 손을 대지 않아야 한다 .

배고픈 김에 저거 몇 개 덥썩 먹었다간  나중에 본 요리로 나온 꼴레뇨를 다 못먹는 건 당연하고

알고 보니 그 빵 하나 하나도 다 따로 계산해서 잘 먹고 괜히 억울하더라는 것.

조금 배가 고파도 참으시고, 그저 눈요기로 달랑달랑 보시오소서.

 

아참! 그리고 애초에 딸려 나오는 소스 외에 더 시키면 당연히 계산해야 한다는 사실!!

우리 처럼 "아줌마!! 여기 쌈장 좀 더 주세요."는 절대 아니라는 사실!!!

 

 

 

여기서 잠깐.

꼴레뇨를 반드시 꼬챙이에 끼어서 나오느냐? 그건 아니다.

집집마다 다를 수 있으니 괜히 꼬챙이 없다고 섭섭해 하지 마시라.

그래도 무시무시하게 꽂아 놓은 칼은 거의 있다는 사실..

 

아!!! 여기서 나는 체코의 맥주를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체코 맥주 없는 꼴레뇨, 내 상식으로는 안 먹은거나 마찬가지다.

필스너 우르겔(Pilsner Urquell), 코젤(Kozel) , 크루쇼비체 (Krušovice), 스트로프라멘(Stropramen)...

뭘 먹어도 술술술 넘어간다.

담백한 돼지고기 바비큐에 시원한 맥주까지... 그야말로 환상의 궁합이다.  

 

            

 

가자! 가자!

체코 맥주 먹으러 가자.

프라하에 꼴레뇨 먹으러 가자.   

 

그런데 도대체 어느 식당엘 가야할까?

한국인들에게 아주 유명한 우 베이보두(U Vejvodu) 레스토랑과  분위기가 아주 좋은 말로스트란스카(Malostranska Pivnice) 레스토랑을 추천한다.

물론 두 군데 다 가보고 검증해서 하는 말이다.

  

   

       

 

우선 우 베이보두(U Vejvodu).

프라하 구시가지 광장의 복잡한 골목을 따라 제법 걸어 돌아와야 한다.

그래도 우리나라 사람, 못찾는 사람없이 다 찾아낸다.

레스토랑 역사 30년. 역사에 걸맞게(?) 약간은 불친절함도 있으나 이건 어디까지나 음식에 대한 자부심으로 봐주면 된다.

우 베이보드가 들어있는 이 건물은 예전 공산주의 시절, 영화관이었다고 하니 그 규모를 충분히 짐작하고도 남는다.

좌석 360석. 한 학교가 수학여행을 와도 다 쳐낼수 있는 식당이다. 왁자지껄 북적북적, 그만큼 사랑받는 식당이다.

 

메뉴를 자세히, 아주 자세히 보면 Koleno가 들어있는 요리를 찾아낼 수 있다.

아니면 영어로 Knee of Pork라는 걸 찾으면 된다.

두 사람 혹은 세 사람이 꼴레뇨 하나를 시키고 야채 샐러드, 그리고 맥주는 각자 한 glass씩 하면 적당하다.

계산서에는 메뉴에서 보던 가격에다 tax에 팁까지 다 얹어 요구하더라도 놀라지 말 것.

원래 식당에서의 팁이라는 건 손님이 종업원의 서비스에 대한 답례로 줘야 하는 것인데... 프라하에서는 일방적으로 가격에 붙여서 나온다.

그러니까 애초부터 그 가격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래도 알싸한 맥주와 맛있는 꼴레뇨를 먹었다면 모든 것, 다 용서하리~~~

 

 

또 하나의 추천 식당은 프라하 성을 따라 내려오다가 만나는 말로스트란스카(Malostranska Pivnice) 레스토랑이다.

프라하에서 오랫동안 살고 있는 한국 교민에게 소개받은 곳이다.

우베이보드에서는 한국인을 많이 만날 수 있는데 반해 여기서는 현지인들, 그리고 외국인 여행자들을 훨씬 더 많이 만난다.

카프라 박물관 바로 앞에 있고 넓은 마당에 야외 식탁이 놓여 있어 분위기가 아주 좋다.

체코 전통 펍으로 체코의 분위기를 흠뻑 느낄 수 있다는.

메뉴판은 물론 체코어로 되어 있지만 벽면에 영어로 된 메뉴도 있어 주문하는 데는 그리 어렵지 않다.

아니면 여행자들의 특권, '옆 테이블을 곁눈질하라!!' .

아마 대부분이 돼지고기 바비큐를 먹고 있을 것이다.

정확하게 눈길을 주고 손가락으로 가리키기만 하면 된다.

"우리도 저거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