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지금은 여행중 /7월 크로아티아

다시 가고 싶은 곳. 보스니아 모스타르

프리 김앤리 2012. 6. 27. 16:19

<2012. 7월. 크로아티아 여행 준비 12>

사실 이번 여행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다시 가보고 싶은 곳은 보스니아의 모스타르다.

마음같아서는 보스니아의 수도, 사라예보도 가고 싶었으나 그건 일정상 도저히 나오지 않는 곳이었다.

그럼에도 모스타르라도 끼워 넣은 것이, 더구나 모스타르에서 하룻밤을 잘 수 있게 된 것만 해도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또 얼마나 기대하게 만드는 지 모른다.

 

보스니아 모스타르에 과연 무엇이 있길래???

물론 많다.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다리, 세계에서 가장 오래되었다는 다리도 있고,

그 다리가 부숴진 유고내전의 슬픈 역사도 있다.

그리고 유고 내전의 상처가 그대로 남아있는 총알 구멍 숭숭 뚫린 도심의 건물도 있고

기독교와 이슬람이 나누어져 서로 싸웠던 가슴 아픈 이야기도 있다.

그러나 그런 역사와 스토리를 하나도 모른다고 해도

모스타르 버스 터미널에 내리는 순간, 구시가지로 들어서는 순간,

내 기억으로는 모스타르가 마음에 쏘옥 들었다.

조약돌이 박혀 있던 강가의 소박한 거리와 소박한 가게들,

어디선가 들리던 아잔소리, 그리고 순박해 보이던 그 동네 사람들의 얼굴들.

작은 돌집들, 그리고 뭘 먹어도 맛있었던 보스니아의 음식들...

느긋하게 돌아다녀도 채 몇시간도 걸리지 않을 것 같았던 골목길...

사실 그 때 나는 거기에 딱 머물고 싶었다.

그러나 이미 사라예보의 숙소에 그날 저녁은 예약해 두었고, 급히 그 곳을 떠나올 수 밖에 없었다.

그 때 다짐했었지... 다음에 이 곳을 찾는다면 반드시 하루저녁은 묵으면서

천천히 느긋하게 이 동네를 즐기리라고...

...

 

모스타르(Mostar)라는 이름은 도시의 상징인 다리, 스타리 모스트에서 유래되었다.

모스트란 다리라는 뜻이다.

네레트바 강 너머로 완벽한 하나의 아치를 이루고 있는 이 다리는  오스만투르크가 발칸에 남긴 최고의 걸작이란 평가를 받는다.

 

1566년 완공되었을 당시 이 다리는 세계에서 가장 긴 단일 구간 다리였다.

이 지녁은 15세기부터 오스만 투르크의 지배를 받았는데,

오스만 제국의 슐레이만 황제는 로마로 이어지는 아드리아해의 길목에서 만난 네레트바 강에 진지를 구축했고 원활한 수송을 위해 이 곳에 다리가 필요했다.

이 도시가 중요한 의미를 지니기 위해서는 강을 건너는 다리, 모스트가 있어야 했고 다리가 있어 이 도시가 발전하여 번영하였다.

 

 

 

야간 조명에 빛나는 모스타르의 오래된 다리, 스타리 모스트.

 

스타리 모스트는 모스타르를 남북으로 가르는 네레트바 강을 잇고 있다. 

다리를 중심으로 북쪽으로는 기독교계(크로아티아계)가 살고 있고, 남쪽으로는 무슬림계가 살고 있다.

그러나 이 아름다운 다리는 보스니아 내전때 폭격을 당해 완전히 부숴진 적도 있었다.

 

보스니아 내전 초기에는 무슬림계와 크로아티아계가 힘을 합쳐 유고 연방의 맹주인 세르비아계의 공격을 막아냈으나

이후 이곳에 살고 있는 기독교 세력, 즉 크로아티아계가 크로아티아와의 합병을 추진하면서

다리를 사이에 두고 양측의 세력이 충돌하였다.

결국 1993년 11월 크로아티아 포병대에 정확한 포격에 의해 스타리 모스트는 파괴되었다.

다행히 내전이 끝나고 난 뒤 유네스코의 지원을 받아 다리는 다시 재건되었고

내전의 상처와 아름다운 영광을 가지고 있는 스타리 모스트는 전 세계여행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그래서 모스타르에 들어서면 곳곳에 1993년을 잊지 말자는 구호를 볼 수 있다.

다리의 한쪽에, 그리고 어느 길의 모퉁이에서...

1993년, 자신들을 폭격한 그 놈들을 잊지 말자는 것이 아니라

아랫마을 윗마을 하며 사이좋게 살아가던 사람들이 전쟁이라는 소용돌이 속에서 서로에게 얼마나 큰 상처를 주었는지

전쟁이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잊지 말자는 다짐 같은 거였다.

전쟁이 일어나기 전에는

자신의 종교가 무엇인지 고민할 필요도 없었다고 말하던 사람들.

눈빛 맑은 그 사람들을 다시 만나고 싶다.

 

내가 여행했던 지난 2009년에는 한여름 성수기가 지난 가을이어서 그랬는지 다리의 난간을 정비하고 있었다. 

그러나 한 여름 이 곳에서는 뚝심을 자랑하는 청년들이 다이빙 대회를 연다고 했다.

매년 7월의 네번째 주말에 축제를 열고 강물로 뛰어드는 젊은이를 볼 수 있다는데...

우리가 그 곳에 가는 날이 축제 이틀 전 쯤 되니, 혹시 사전 연습하는 용기있는 젊은이라도 볼 수 있을란지???

 

뭐, 안 그래도 괜찮다.

다리가 보이는 그 예쁜 돌길... 그 곳을 천천히 걸어만 가도 즐거우리라.

 

유럽 내에서 이슬람의 분위기를 가장 많이 느낄 수 있는 곳.

그래서 작은 터키라고도 불리우는 곳.

우리는 어쩌면 그 곳에서 알록달록한 터키식 스카프를 살지 모른다.

그리고 터키식 진한 커피를 맛볼지도 모른다.

 

매콤한 케밥 한 조각을 먹으며,  가지 혹은 파프리카 혹은 양배추를 돌돌 말은 돌마를 먹으며

모스타르의 밤을 맞게 되겠지...

모스크에서 울려퍼지는 아잔 소리를 들으며...

이슬람 식 돌집에서의 평온하게 찾아오는 여행지에서의 어느 저녁....

나는 지금 모스타르를 꿈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