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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옮김- 책 소개> 돈을 줘야 하는 이유, 돈을 받아야 하는 이유

프리 김앤리 2012. 7. 11. 10:30

얼굴은 한번도 본 적이 없는 여자.

내게는 늘 바람처럼 왔다가는 여자.

너도바람님이 우리 책 <지구와 연애하는 법>을 자기 블로그에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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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도 어느 순간부터는 우리 곁의 바람이다. 그리고 그의 바람은 늘 따뜻하다.

그의 글을 그대로 옮긴다.

 

너도바람님의 블로그 머무름없이

 http://blog.ohmynews.com/nedobaram/

 

 

돈을 줘야 하는 이유, 돈을 받아야 하는 이유

 

아무리 감탄하며 읽었어도, 블로그에서 읽었던 글을 엮은 책을 선뜻 사게 되지 않는다. 그토록 공감하며 읽었던 글들이 이상하게 활자가 되어 나오면 생명력을 잃으며 그저 그런 책이 되기 일쑤이다. 게다가 책이 아니어도 공유할 방법이 넘치는 시대에 책 한권 보탠다는 것은 나의 생보다 훨씬 길게 산 나무에게 미안한 일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날 그날 올라오는 김승란, 이호철 부부의 여행 기록을 이미 생생하게 읽은 터였다. 나는 이미 읽었으니 살 마음이 없다손치더라도 다른 사람들이 읽으면 참 좋겠다 싶은 마음에... 워낙 여행기를 즐겨 읽는데다 하두 허접한 여행기가 많아 책으로 엮어졌으면 하는 바램은 있었다.

<지구와 연애하는 법> 출간 소식을 듣고 낼름 다섯권을 주문했다. 내 삶의 지평을 넓혀준 것에 대한 후원과 의리를 겸한 선물용이었지 꼭 읽으려고 했던 것은 아니었다. 책을 내미는 내 손이 부끄럽지 않을, 좋은 책 소개해줘서 고맙단 말을 들을 자신이 있었다. 그 뿐이었다. 이미 프리님께서 <바람님은 이미 블로그에서 다 읽은 내용이예요>라고 쓰지 않았던가.

기말고사의 황금같은 평일 오후 시간을 명달리나 목왕리, 아니면 도공네 집에서 보내고 있었을거다. 게다가 서종사에 행자 스님이 왔단 소식도 있었으니 달려갈 이유는 차고 넘쳤다. 그런데 어젯밤부터 갑자기 허리가 아파 엉거주춤, 집으로 돌아와 뒹굴거리다 책을 집어들었다.

여행을 하는 와중에 고된 일정을 끝내고 매일 매일 어떻게 이런 글을 올렸는지 읽는 내내 감탄했다. 난 여행을 마치고 돌아와서도 쓸 수 없는 여행지의 사람, 문화, 풍경, 역사는 물론 관음증을 자극하는 그들의 은밀한 사생활까지도 다 들어있다. 저녁도 먹지 않고 몰입해서 끝까지 다시 읽었다. 가슴이 벌렁거렸고 가끔은 눈물이 나기도 했다. 블로그에서 이미 읽었던 것들이라 펼쳐만 보고 친구들 다 나눠줬으면 정말 억울할뻔했다.

이 땅의 예술가 혹은 작가들의 지난한 삶을 알기에 몇 백만원짜리 혹은 몇 십만원짜리 그림을 살수는 없어도, 기십만원짜리 음악회는 못가도 이런 방법으로 문화 생활을 즐기고 후원할 생각이다. 프리님의 남편분 말씀이 맞다. 우린 돈을 줘야 할 이유가 있고, 그들은 돈을 받아야 할 이유가 확실이 있다. 반성하며 개천마리님의 책도 이 김에 주문했다. 부산에 적을 둔 출판사 주소를 본 순간 '역시' 했었다. 프리님 블로그에 갔더니 이런 댓글이 달렸다.


책 발간에 조금의 사연을 조심스럽게 적어봅니다. 사실 몇 군데 다른 출판사에서 제의가 있었다더군요. 저희말고... 근데 부산에 있는 저희(예린원) 출판사에서 책을 내게 된 것은 전부 "지방도 묵고 살아야지..."하는 선배님과 형수님의 생각 덕분이었습니다. 사실 지방이 출판 마케팅능력, 인프라 등이 수도권보다 한참 뒤떨어 지는게 사실입니다. 그것은 판매부수라는 결과와 직결되고요. 그 손해(?)를 감수하면서 기꺼이 원고를 내어주신거 참으로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암튼 책이 많이 배포되어 많은 이들이 즐거워졌으면 합니다. 축하드리고 많이 팔리기 길 기원합니다. - 출판사 관계자로 추측되는 분의 댓글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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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우리는 다시 여행을 떠납니다. 산다는 것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웃고 울면서 지내는 것이라 생각했는데... 한국에서의 지난 3주는 너무나 힘들고 고통스러운 나날이었습니다. 우리가 사랑했던 것 보다 더 많은 사랑을 받아서 고마우면서도 미안하고 미안하면서 원망스럽습니다. 할 말이 너무 많은데 같이 이야기 할 사람도 별로 없고,원망하지 말라고 하셨지만 가슴에는 원망이 너무 많습니다.

한국에서 우리가 할 일도 없고 어떤 일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책을 읽을 수도 없고... 잠도 제대로 잘 수가 없고... 꿈에서라도 한 번 보면 마음이 편할텐데 악몽으로 밤을 보내서... 힘듭니다. 술 마시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습니다.

공항에서 한 명의 외국인을 만났는데 그는 밀짚모자에 노란 대장님의 사진을 붙이고 있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외국인까지 그 분을 기억을 해줘서. 우리 둘도 각각의 작은 가방에 노란 추모 매듭을 달았습니다. 불교에서 윤회를 나타내는 끝이 없는 매듭, 진짜 윤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조카도 대장님도... 한참 뒤에 만날 것을 바라면서... 우리 다시 나갑니다. - 2009년 6월 16일 인천공항에서-


여행 끝나고 부부가 한국으로 돌아왔을 때 난 이들의 여행이 계속되야 한다고, 후원금을 내고 등 떠밀어 나가게해야한다고 주장했었다. 아랫글은 우리 오두막에 옮겨 적은 글이다. 읽으면서 옮겨 적으면서 가슴이 벌렁벌렁했다. 그리고 조금 울었다.

ps. 2009년 5월말 우리는 이란을 여행하고 있었다. 딸처럼 사랑했던 조카의 죽음과 아버지처럼 따르던 노무현 대통령님의 서거 소식에 우리는 여행을 그만두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3-4월 어지러운 한국 소식을 들으며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했으면서도 실행하지 못하고 여행을 계속했던 죄스러움을 우리 스스로도 용서하기 어려웠다.

장례식과 삼재까지 제정신이 아닌 남편을 부여잡고 다시 여행을 나가자고 내가 설득했다. 주변에서도 '대통령님도 허락하신 여행이었으니 그대로 계속하라'며 남편을 놓아주었다. 아무렇게나 짐을 싸고 다시 나서던 날, 설렘은커녕 두려움조차도 없어져 버린 우리들의 여행이었다. 바람이 불었다. 대장님이 오신거다. 곁에 계신거다. 함께 하시는 거다. 그 이후 우리는 세상 모든 곳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느꼈고 그 바람과 함께 여행을 했다.


지나가는 사람도 거의 없는 지하도의 이 벽 저 벽으로 기타 음들이 부딪히면서 더 큰 울림을 만들어 내고 있었습니다. 하마터면 그 지하도에서 울 뻔 했습니다. 너무나 감동적이었었습니다. 빠른 손놀림과 열정적인 연주. 우리는 또 지갑을 열었습니다. 남편은 거리의 연주자들을 만나면 꼭 이렇게 말하곤 합니다.

'저런 사람들에게는 꼭 돈을 줘야 한다. 저 사람이 연주만 하고 살아갈 수 있도록. 저런 사람이 살기 힘들어서 돈벌이가 되는 다른 일을 찾으러 떠난다면 어떻게 되겠냐? 거리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주는 행복과 감동을 없애는 것과 마찬가지 아니냐! 저 사람이 계속 저렇게 멋진 연주를 할 수 있도록, 저것만 하고도 살 수 있도록 그의 음악을 듣는 사람은 반드시 얼마라도 돈을 지불해야한다.'

맞습니다. 저 사람은 저토록 멋진 연주를 계속하고 돈을 받아서 살아야 하고, 그 음악을 듣고 감동하는 사람은 돈을 내야 한다는 사실. 남편은 웃으며 여기에 한 가지 덧붙입니다. '우리 같은 사람들에게는 나라에서 여행 경비를 대줘야한다고. 이건 또 웬 궤변? 우리의 여행이 단순히 우리 둘만의 것이 아니라 주변 친구들에게 '세상에 대한 지평을 넓혀주는 것'이라서 그렇답니다.

그러면서 블로그의 글도 그냥 어디를 갔다 왔네, 거기는 그냥 좋더라 라는 식으로 무식하게 쓰지 말고 좀 더 공부하고 좀 더 생각하면서 써야 한답니다. 지금은 그것이 우리가 해야할 일이랍니다. 어디선가 우리를 응원하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 우리를 지켜보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 고단한 행군을 이어갑니다.

누가 부르지도 시키지도 않은 행군을 오늘도 계속합나디. 우리 사고의 지평을 넓히기 위해, 그리고 우리를 응원하고 있는 사람들의 지평을 넓히기 위해. 지금 여행을 하고 있는 우리가 받고 있는 주변 사람들의 응원이 바로 그에 응당한 지불이기 때문입니다.

오늘 밤 모스크바로 떠나는 야간기차를 탑니다. 이 밤 내도록 달리는 기차 안에서는 러시아 키릴 문자를 열심히 공부해서 반드시 외워야합니다. 이건 생활입니다. 러시아라는 또 낯선 곳에서 살아남기 위한 생존법칙입니다. - 돈을 줘야하는 이유, 돈을 받아야 하는 이유 <우크라이나 키예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