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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옮김 - 책 소개 > “바람으로 늘 함께한 그분과 여행하다”

프리 김앤리 2012. 7. 12. 09:38

노무현 재단의 사람사는 세상 에서 옮겨 옴

☞ http://www.knowhow.or.kr/space/rmhworld/bbs/view.php?tn=t6&pri_no=999510550

 

 

“바람으로 늘 함께한 그분과 여행하다”

- 이호철 전 수석 <지구와 연애하는 법> 출간


 

 

   내게 ‘꼭 해보고 싶은 일’을 꼽으라면 으뜸이 세계 여행이다.

   뚜벅뚜벅 걸으면서 다른 나라 곳곳을 다녀보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보는 것.

   일정에 쫓기지 않는 여유로운 여행. 체력이 지치지 않는 한 2~3년은 그리 살고 싶다.

   어쩌면 지금의 조건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은 해방, 일탈을 꿈꾸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런 내게 “와, 부럽다”는 감탄사를 연발하게 한 주인공들이 있다.

   <지구와 연애하는 법>(도서출판 예린원)이란 책을 펴낸 김승란, 이호철.

   ‘뚜벅부부의 배낭여행기 1편’이란 부제가 붙은 책으로 중국에서 유럽까지 2년간 여행한 기록을 모았다.

 

 

 

 

 

 

 

 

 

자유로운 영혼의 유랑기

첫 장을 넘기자 “자유로운 영혼, 이 아름다운 부부의 세계 유랑기”라는 제목의 추천사가 들어왔다.

정연주 전 KBS 사장의 글이다. 그도 KBS 사장에서 강제 해임되었을 때 모든 의무와 책임에서 벗어나

완전한 자유인이 되겠다고 마음먹었으나 검찰과의 기나긴 싸움으로 ‘산산조각’이 나고 말았다.

그는 이루지 못한 꿈을 김승란, 이호철 뚜벅부부의 블로그 (푸른 지구를 찾아 떠나는 여행, blog.daum.net/freeleeandkim)를 통해

간접적으로 해소했다고 전했다.

그들이 길 위에서 띄운 편지들을 읽고, 그들이 만난 사람들과 역사 이야기를 듣고 하다 보면,

어느새 그 모든 것이 내 속에 차곡차곡 담겼다고. <지구와 여행하는 법>은 그저 그런 여행서가 아니다.

그들이 찾았던 곳곳의 자연이 주는 경이로움이 있다.

그 ‘자유의 길’에서 만난 지구의 역사와 인류의 역사를 직접 대하는 듯한 생생함이 있다. 

 그들이 세상을 만나면서 느낀 감동이 가슴으로 전해온다.

 

 

 

‘책임만큼 무거웠던 부담’을 털다

 

 

특히 그들이 여행길에서 마주한 ‘바람’은 남달랐다. 그 이야기는 198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저자 이호철은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민정수석으로 노무현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했던 참모.

아니 대통령이 되기 전 변호사 노무현의 삶을 근본적으로 바꿔놓은 ‘부림사검’(1981년 부산지역 최대 용공조작 사건)의 핵심 인물이다.

노 대통령 자서전에는 “내 운명을 바꾸었던 ‘그 사건’을 만나고 나서야, 나는 판사로 변호사로

사는 동안 애써 억눌러왔던 내면의 소리를 진지하게 듣게 되었다. 내 삶이 부끄럽게 느껴졌다.”고 당시 상황이 기록돼 있다.

부산 재야활동부터 청와대 시절, 퇴임 후 봉하마을까지 20여 년을 노 대통령과 함께한 이호철에게

‘노무현’은 그야말로 하늘이요, 바람이요, 모든 것이다.

그가 아내 김승란과 세계 여행을 결행할 계획은 애초엔 청와대 생활이 끝나면 바로 떠날 작정이었다.

‘책임만큼 무거웠던 부담’을 훌훌 털고 자유의 발길이 닿는 대로 세상을 보고 싶었다.

그러나 노 대통령 퇴임과 함께 이호철은 봉하로 내려와 농사를 지었다.

‘농부’로 변신한 참모들과 주민들 사이에서 그는 ‘큰형 호철’로 불렸다.

이호철은 2008년 말 노 대통령에게 “꼭 1년만 세계 여행을 한 뒤 돌아와 아예 생활터전을 봉하로 옮기겠다”는 약속을 하고 배낭을 쌌다.

김승란은 여행을 위해 교사를 그만뒀다.

 

바람으로 늘 그들과 함께한 ‘대장’

 

 

하지만 여행 몇 달만에 노 대통령은 서거했다.

그들이 이란을 여행하고 있을 때였다. 딸처럼 사랑하던 조카마저 세상을 떠났다. 그들은 여행을 중단하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삼재까지 마치고 그들은 다시 여행을 나갔다. 그런 그들을 두고 “참 독하다”는 말도 나왔다.

그러나 그들이 다시 떠난, 떠날 수밖에 없던 진짜 이유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우리가 할 일도 없고 어떤 일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책을 읽을 수도 없고... 잠도 제대로 잘 수가 없고...  

   꿈에서라도 한 번 보면 마음이 편할 텐데 악몽으로 밤을 보내서... 힘듭니다. 

  술 마시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일이 아무 것도 없습니다.”

다시 여행을 떠나던 날 인천공  항에서 쓴 글이다.

그들의 가슴 저린 고통이 전해온다.

이호철은 “어지러운 소식을 들으며 한국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했으면서도

실행하지 못하고 여행을 계속했던 죄스러움을 스스로도 용서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김승란은 “제정신이 아닌 남편을 부여잡고 다시 여행을 나가자고 설득했다.

아무렇게나 짐을 싸고 다시 나서던 날, 설렘은커녕 두려움조차 없어져 버린 여행이었다”고 기억했다.

그들은 여행 내내 각각의 작은 가방에 노란 추모매듭을 달고 다녔다.

불교에서 윤회를 나타내는 끝이 없는 매듭, 진짜 윤회가 되었으면 좋겠다면서. 

아일랜드 킬라니국립공원 무크로스성당을 돌아볼 때는 온통 한국 생각에 바람만 쳐다봤다.

  “바람이 불었다. 대장님이 오신 거다. 곁에 계신 거다. 항상 우리와 함께하시는 거다.

   그 이후 우리는 세상 모든 곳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느꼈고 그 바람과 함께 여행을 했다.”

 

 

 


우리 일상과 삶이 여행

 

그들의 회한은 끝나지 않았다. 이호철은 아직도 편히 잠을 이루지 못한다.

지난해 가까운 지인들과 술자리를 했다. 다들 기분 좋게 취했다.

그러나 이호철은 스스로 가슴을 뜯으며 절규했다. 노 대통령을 지키지 못한 죄인이 이렇게 부끄럽게 살고 있다고.

그들은 “바람으로 늘 우리와 함께하신 대장님께 이 책을 바친다.”고 적었다.

요즘 여러 가지로 힘들던 차에 이 구절을 보곤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낯설고 새로운 것을 만나는 우리 일상은 여전히 여행 같다. 반드시 떠나야만 만나는 여행이 아니라 지금의 이 삶이 여행이다.”

바람으로 다시 그 분을 만나게 해준 책이 고맙다.

 

 

 

※ 팁1 : 아이폰용 앱으로 <지구와 연애하는 법>을 더 스마트하게 볼 수 있다. ‘지구와 연애’ 앱을 실행한 뒤 책 속의 ‘smart TIP 마크’ 이미지를 인식시키면 책에서 못다 보여준 사진, 지리정보, 여행지 정보를 볼 수 있다. 저자와의 SNS, 블로그 방문도 가능하다.

 

 

※ 팁2 : 311일간의 세계 여행에 들어간 경비를 꼼꼼하게 기록했다. 매일매일

일기를 쓰듯 정리했다. 이들의 여행가계부는 여행을 꿈꾸는 이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신미희(노무현재단 홍보출판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