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지금은 여행중 /7월 크로아티아

크로아티아 자다르, 그곳에선 무슨 일이???

프리 김앤리 2012. 9. 18. 10:17

<2012년 7월 투어야 여행사 크로아티아 단체배낭 10>

 

자다르(Zadar)!

몇년 전, 세계 여행하면서 잠깐 스쳐 지나간 도시.

새벽 항구에서 버스를 타러 가던 휑한 큰 길과 사람도 거의 없는 버스터미널의 빵가게에서 풍겨나오던 고소한 빵냄새 밖에 기억나지 않는다.

그리고 그 도시를 까마득하게 잊어버렸다.

그러다 올해 크로아티아 여행을 준비하면서 문득 자다르가 튀어올랐다.

그곳엘 가면 바다 바로 옆의 기다란 대리석 계단에 큰 관을 끼워넣어 출렁이는 파도의 소리를 담아 지상으로 노래가 흘러나온다고 했다.

'바다의 오르간'이라고 부른다고 했다.

사람들은 파도가 치는 바다 옆의 대리석 계단에 누워 귀를 갖다대고 있었다.

또 바닷가에는  이상하게 생긴 아주 커다란 원판이 놓여 있다고 했다.

사진으로 만난 그곳은 푸른 색인 것 같기도 하고 붉은 색인 것 같기도 하고 하여튼 빛을 내고 있었고

사람들은 하루의 노을을 배경으로 춤추듯 흐느적 거리고 있었다.

'태양의 인사'

낮동안 달궈진 태양빛을 한껏 받아 모두어 두었다가 밤이면 그 에너지를 발산한다는 곳.

 

새벽 항구 큰 길의 휑함과 사람도 없는 빵가게에서 얄밉게 풍기던 고소한 냄새만으로의 자다르는

여행을 준비하는 우리 가슴을 후려쳤다.

급하게 일정을 바꾸었고, 우당탕탕 숙소를 정했다.

그 동네의 도심이 어떻게 생겼는지 어떻게 움직여야 '바다 오르간'이니 '태양의 인사'니를 볼 수 있는지 기초 정보는 하나도 알지 못한 채

어느새 우리는 스플릿을 떠나 자다르 버스 터미널에 도착해 있었다.

 

자다르에서 우리가 만난 것은???

그리고 우리가 한 일은???

 

금방이라도 뒤집어 질 것 같은 보트를 탔다.

노를 젓는 아저씨는 약간(?), 아주 약간 알코올 끼가 느껴졌다.

그래서였을까?

바닷물은 더 흔들거리는 것 같았고 노는 흐느적거리는 것 같았다.

 

우리를 기다리고 있던 것은 한 여름 아드리아해의 바닷가.

사람들은 바닷속으로 뛰어들고 있었고 어디서든 유쾌한 웃음소리가 들렸다.

한편으로는 귀를 찢는 듯한 큰 소리의 락음악.

한여름의 바닷가는 흥청거리고 있었다.

 

해가 지는 것을 기다리기로 한 우리들.

배가 몹시 고팠다.

슈퍼에 들어가 커다란 빵과 바나나, 쥬스 그리고 크로아티아 맥주를 사와 걸인들처럼 허겁지겁.

 

(세상은 상대적인 것임에 틀림없다.

 세계여행을 다니면서 만났던 크로아티아의 빵 맛은 환상이었다.

 물론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빵은 '갓 구워나온 빵'이라며 어느 동네든지 막 구워져 나온 따끈따끈한 빵에는 흥분했지만

 그 경우를 제외하고는 덴마크의 어느 모퉁이에서 먹었던 두툼한 갈색빵, 그리고 크로아티아 곳곳에서 사먹었던 빵에 흥분했었다.

 다시 크로아티아를 여행하면서 다른 것도 있었지만 나는 한편으로 크로아티아의 빵을 그리워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한결같이 예쁘고 친절한 언니들이 건네주는 크로아티아 빵말이다.

 근데... 이번에는 뭐, 그랬다. 굳이 맛이 없다고 폄훼할 생각은 없지만

 흥분이니 환상이니 이런 단어를 들먹이기에는 좀 머쓱했다.

 결론은 이거다.

 '상대적'이라는 사실.

 세계여행을 다닐때 유럽에서의 우리는 늘 배가 고팠으며 늘 초라했다.

 어느 멋진 호텔의 아침식사는 한번도 경험한 적 없으며 깔삼한 레스토랑에서의 근사한 식사도 거의 없었다.

 매번 슈퍼를 찾아 음식재료를 사와 밥을 해먹었고 늘 허기졌다.

 거리를 지나가면서 풍기는 빵냄새에 음식냄새에 우리는 매번 환호했으며 기웃거렸다.

 환호할때마다 기웃거릴때마다 사먹을수 있는 처지도 아니었으므로

 어쩌다 걸려드는 빵가게와 식당에서의 종업원들은 항상 친절했다고 느꼈으며 그 맛은 항상 환상이었다.

 그런데...

 아무리 배낭여해이라지만 그래도 단체로 다니는 이런 여행은

 매일 아침마다 떡 벌어지는 뷔페로 온갖 종류의 빵과 과일, 햄 소세지 쥬스들이 넘쳐나니까

 한번도 배가 고픈 적이 없고 아쉬울 것이 없다는 점...

 끙~~~ 그래서 좀 아쉽다.

 크로아티아 빵이 얼마나 맛있는데~~~ 그걸 모르고 그냥 다니자니~~~

 끙~~~)

 

Anyway

약간의 빵과 맥주로 허기를 달랜 뒤

우리도 사진에서 보는 것 처럼 바다 옆 대리석 계단의 조그만 구멍에 귀를 대고 누웠다.

음악이 들려왔다.

파도가 울고 있었다.

바다가 노래를 하고 있었다.

 

 

구멍구멍에 귀를 갖다대고 바다의 노래를 들었다.

ㅋㅋㅋ

근데 외국애들은 좀 예쁜데 우리는 왜 이리 노숙자같지???

 

행복한 커플도 눈에 보이고

 

아~~~ 바람이 불었었다.

산들산들 바람이 불었었다.

 

서쪽 하늘의 태양도 서서히 바다를 향해 내려오고 있었다.

 

 

 

우리들 중에 몇은 바다속으로 뛰어들었고

 

또 누구는 그냥 바다를 걸었다.

 

이제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서쪽 하늘에서 태양이 바다로 잠기는 그 순간을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삼삼오오 모여든 사람들은 모두를 한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우리도 무리중의 하나둘이 되어 그냥 그 자리에서 가만히 기다리고 있었다.

 

자다르 바다의 또 한쪽편.

낮동안 달구어진 태양의 인사 원판 위에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해가 지는 시각, 자다르에서의 움직임 하나하나는 그대로 춤이 되었다.

우리들도 그 춤의 일부가 되었다.

자다르에서의 우리들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