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지금은 여행중/1월 이집트

이집트의 짜장면 '쿠사리 한 그릇'

프리 김앤리 2013. 1. 2. 15:58

<2013 이집트 여행 준비 3>

 

좀 고차원적이거나 좀 더 이성적이거나 아니면 좀 더 철학적인 사람들은

여행을 준비하면서 그 나라의 문화나 역사, 혹은 그 동네 사람들의 생활 방식을 공부할 지 모른다.

그런데 나는 아직 그게 안된다.

그보다는 '어디서 잘 것인가?'  '뭘 먹을 것인가'를 먼저 고민한다.

저차원적이락 해도 좋고 덜 이성적이라고 해도 할 수 없고

철학이라고는 개똥도 없다고 비아냥 거려도 어쩔 도리가 없다.

여행 또한 삶이라고 생각한다면

삶의 가장 기본인 의식주를 최우선으로 둬야 한다.

ㅋㅋㅋㅋ

 

이집트.

그래, 또 간다.

뭘 먹을까?

내 이전의 이집트 여행은 달콤함이었다, 푸짐함이었고 만족감이었다. 맛에 있어서만은.

다시는 꼬라지도 보기 싫은 이집트 사람들과는 다르게 이집트 음식은 우리를 만족시켰으며 매번 기대하게 했다.

이집트를 여행할 즈음에는 이미 세계여행을 시작한지 아홉달 째를 넘기고 있었다.

항상 배고픈 여행자에게 주어지는 '음식'이라는 이름은 뭐든 다 맛있을 때였고

그리스를 마지막으로 유럽에서 건너와 처음 만난 중동지역이었으니 가격 또한 흐뭇했다.

모든 상황이 지금과는 180도 다른 때이니 그때의 그 황홀한 감동을 그대로 적용시키는 것은 무리일지도 모른다.

아니 정확하게 무리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집트 여행을 준비하고 있는 지금 나는, 여전히 기대된다.

 

 

가장 그리운 것은 '쿠사리'.

우리나라로 치자면 외식의 대명사로 등극해있는 '짜장면' 급 쯤 된다.

마카로니에 몇가닥의 국수, 콩, 양파 튀김.... 에 맵싸한 소스를 끼얹은 음식.

이집션들이 가장 즐겨하는 한 끼 요리다.

이집트를 여행할 때 남편과 내가 매일 아침 나눈 인사는???

"쿠사리, 한 그릇 때리러 갈까?"

 

물론 저 위의 사진처럼 멋진 그릇에 담겨 나오는 경우는 잘 없다

주로 재떨이 같은 철제 허름한 그릇이나 아니면 한번 먹고 버리는 플라스틱 그릇.

 

대표 외식요리, 대중요리라 하더라도 우리나라 중국집과 마찬가지로

만드는 주인에 따라 소스 맛이 다르고 들어가는 내용물의 배합이 조금씩 달라 먹는 집에 따라 맛은 조금 차이가 난다.

그렇지만 우리나라에서도 모르는 동네에 가서 사 먹을 음식이 마땅찮으면

'무조건 중국집으로 가서 짜장면을 먹으라'는 말이 있듯이

이집트에서 어떤 음식을 먹을까 고민이 되면 주저하지 말고 아무 집에나 들어가 쿠사리를 한 그릇 때릴 일이다.

짜장면이 거기서 거기 듯이 아무리 소스의 맛이 다르고 내용물의 배합이 약간 달라도

쿠사리는 쿠사리다.

맛? 좋다.

입맛? 우리 입맛에 얼추 맞다.

 

다음은 따메야.

한마디로 고로케다.

풋콩을 으깨어 옷을 입힌 뒤에 튀긴 음식이다. 

펄펄 끓는 기름에 막 튀겨 나오는 따메야의 고소한 맛을 따라오는 것은 없다. 

이집트 사람들도 아주 즐겨 먹는다.

 

 

 

 

따메야는 패스트 푸드 개념도 있어서

그냥 따로이 단품으로 주문해서 먹을 수도 있지만

왠만한 식당에서는 하나의 요리로 취급되어

빵 (피타) 과 함께 나오기도 한다.

포테이토나 샐러드를 곁들여 먹으면 한 끼 훌륭한 식사.

 

 

 

 

 

 

 

 

 

 

 

 

 

또 하나.

따메야는 다른 야채와 함께 주로 빵에 싸서 먹기도 하는데 이게 바로 팔라페다.

팔라페는 이집트 요리라기 보다는 중동 지방에서 빵에 뭔가를 싸서 먹는 것을 총칭하여 팔라페라고 한다.

우리나라로 친다면 햄버거?

특별히 이집트에 있는 걸레빵(에이쉬)의 빈 속 안에 따메야를 넣어서 먹는 팔라페는 완벽하다.

 

팔라페 안에 들어가는 속도 가게 주인 마음이다.

양배추, 토마토에 치즈도 있고 때로는 삶은 달걀을 반 토막씩 잘라서 넣어주기도 한다.

다합에서는 팔라페 맛있게 하는 집을 알아서 '골라넣는 재미'까지 즐기며 매일 아침을 보냈다.

 

그렇다면 여기서 이집트 빵을 그냥 넘어갈 수 없지.

이집트를 여행하면서 내내 보는 모습들.

" 빵 사세요~~~~"

 

이집트 말로는 '에이쉬(Aish)', 우리나라 사람들은 '걸레빵'이라고 부른다.

화덕에서 막 구워져 나올때는 빵빵하게 부풀어 있으나

밖으로 나오면 얼마 안되 걸레처럼 널부러지기 때문에 그렇게 붙였나?

하여튼 에이쉬의 역사는 아주 오래되어 이집트 벽화나 옛날 그림에서도 자주 등장한다.

 

맛? 쯧. 그냥 그렇다.

터키나 이란 등에서 맛보는 난 보다는 한참 하수다.

가격? 아주 착하다.

1파운드만 내밀어도 몇장씩을 안겨준다. 다 못먹을 정도로.

 

물론 그건 여행자들이 가격을 정확하게 알고 있을 때의 일이다.

현지인들 물가의 두 배, 세 배는 예사고 때로는 수십배의 바가지를 쓰기도 한다.

고작 몇 백원 때문에 이집션에 대한 여행자들의 시각이 달라지고

이집션들이 끔찍해지는 시작일 수도 있다.

 

그렇거나 말거나...

에이쉬는 타히니(Thahini)라는 소스에 찍어먹으면 제 맛이다.

참깨 소스다.

식당에서 타히나 소스를 요구하면 따로이 준다.

오른쪽 사진은 아스완의 어느 날 우리 식탁이다.

나일강에서 잡아올린 생선과 에이쉬, 그리고 샐러드와 타히니 소스다.

이번에도 이 집을 찾을 수 있을까???

 

 

 

또 하나의 이집트 음식, 쿱바(kubba).

'쿱바'는 밀이나 다른 곡식 가루에다 양파를 아주 잘게 썰어 넣고 잣과 각종 양념, 올리브유를 쳐 계란 모양으로 둥글게 빚되

속을 비게 하고 그 안에 간 양고기를 넣어 만든 음식이다.

그냥 튀김으로 먹기도 하고 토마토 소스로 국물을 만들어 먹기도 한다. 

 

이거 이거~~~~

아주 맛있는 샥수카(Shakshka).

우리나라 맛으로 치자면 순두부찌개다.

다진 고기에 토마토, 양파 등 각종 야채르 넣어 양념을 하여 볶다가 맨 위에 계란을 풀어 익힌다.

한국 사람의 입맛에 맞은 음식!!!!

국물요리인데다가 매운 맛까지!!!

 

요건 따겐이다.

질그릇 요리.

역시 매운 국물 요리다.

이란으로 치자면 디지, 우리나라로 치자면 육개장 정도라고 할까?

(디지: 이란 여행때 우리를 흥분시킨 이란판 육개장!!)

주로 고기로 양고기를 넣지만 소고기를 넣는 경우도 있다.

룩소르 시장 뒷편에서 사먹었었는데...

따겐 하나와 에이쉬, 그리고 샐러드를 첨가하면 훌륭한 한 끼 식사~~~

 

다음은 반찬? 보조요리? 마흐쉬(Mahshi).

터키에서 자주 보던 돌마다.

속을 파낸 가지와 애호박 , 그리고 양배추잎 포도잎에 쌀과 고기 토마토 양파를 섞어서 양념한 것으로 속을 채운 음식.

루마니아, 불가리아에서도 아주 맛있었고 요즘 터키 여행에서는 즐겨 먹는 음식이다.

 

자!! 이제 후식으로 넘어갈까?

 

나는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쌀 푸딩, 무할라비야.

아랍 전통 후식이다.

달콤한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나

혹시 여행중에 아파서 다른 음식을 삼키기 어려운 사람에게 적당하다.

 

 

그리고 중동 지방 여행의 별미!!

과일쥬스다.

토마토니 수박 쥬스 같은 건 이미 알고 있으니 뭐, 별다른 것은 없고

이집트에서 특히 사랑받는 것은

사탕수수 쥬스, 아쌉과  석류쥬스 비슷한 카르카디다.

 

룩소르 지방에 사탕 수수 밭이 특히 많아 룩소르를 여행한다면 신선한 아쌉 한잔으로 

더위를 식힐 기회가!!! 

카르카디(Karkae)는 어퍼 이집트 지역에서 많이 재배하는 허브로

볽은 꽃잎, 히비스커스의 아랍어 이름이다.

새콤한 맛이 특징이지만 이집트 사람들은 설탕을 듬뿍 넣어 새콤달콤하게 마신다. 

피로 회복에 으뜸이고 여자 몸에 특히 좋다는 설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