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지금은 여행중/1월 이집트

황당한 가격 결정 "How much, do you want?"

프리 김앤리 2013. 1. 4. 16:30

 

<2013 이집트 여행 준비 6>

 

 동쪽 하늘에서 해가 뜬다.

 붉은 하늘을 가르고 아잔 소리가 울려퍼진다.

 신심이 깊은 사람은 메카를 향해 엎드려 절을 하며 기도를 올린다.

 아득한 아잔 소리와 함께 이집션들의 아침은 밝아온다.

 

이집트는 이슬람 국가다.

아기 예수가 박해를 피해 피난 오고

그 보다 더 오랜 옛날 모세가 광야로 나가면서 기도를 올렸던 땅이라지만

지금은 이슬람의 땅이다.

전 국민의 90%가 무슬림이며

도시를 오가는 사람이나 거리의 풍경, 건물 분위기 대부분이 이슬람적이다.

동이 터오는 새벽녁이나 해가 지는 노을 속의 아잔 소리는 '지금 내가 여행하고 있다는 것'을 가장 선명하게 자각하게 하는 소리.

기대와 상상 속의 아잔은 늘 이렇게 고즈넉하고 아름다운데...

이집트에서 만날 아잔은 사실 '고즈넉'이 아니라 '혼돈'으로 떠오른다.

왜일까?

 

  "사람 사람... 사람 소리 차소리 아잔 소리... 길을 건너는 당나귀... 쓰레기 먼지...  크락션 빵빵... 냄새 냄새 양고기 향신료 ...

   왁자지껄... 북적북적... "

 

내 기억 속의 카이로는 뒤범벅이었고 혼돈이었다.

 

 

<이슬람 국가의 수도, 카이로>

- 이슬람 군의 요새 시타델(Citadel)

  시타델이란 성채라는 뜻이다.

  카이로에 있는 시타델은 십자군으로 부터 카이로를 지키기 위해 12세기에 지어진 요새다.

  성벽의 길이만 해도 2Km가 넘는 거대한 요새다.

  카이로의 모카탐 언덕 위에 세워져 가까이 다가서면서 이미 그 위풍당당함에 놀란다.

 

- 시타델 안에 있는 무함마드 알리 모스크.

  언뜻 보면 이스탄불의 소피아 사원과 닮은 듯 하기도 하고 술탄 아흐멧 사원(블루모스크)를 닮은 듯도 하다.

 

- 시타델의 언덕 위에서 바라본 카이로 시내

   정말 어지럽다.

    

- 그러나 또 다른 각도에서 바라 본 카이로 시내.

  시타델 언덕 위에 서면 바로 아래에 있는 술탄 하산 모스크와 리파이 모스크가 한 눈에 들어오기도 한다.

  푸른 색 겉옷에 푸른 색 히잡을 둘러 쓴 이슬람 여인, 그의 뒷모습 처럼 아름다운 카이로를 기대한다.

 

- 칸 엘 칼릴리 시장 옆에 있는 알 아즈하르 모스크(Al Azhar Mosque).

  여행자라도 남자들은 마음대로 출입할 수 있는 데 반해 여자들은 뒷문으로 들어가라, 뒷문으로 가도 안된다

  어찌나 까다롭게 굴던지 결국엔 남편만 들어가고 나는 들어가보지도 못했던 모스크다.

  덕분에 남편이 모스크 안에 들어가 있는 시간 동안(어둠이 이미 깔린 저녁시간이었다)

  나는 거리에서 어슬렁 거리고 있던 아랍 사내들의 끈적끈적한 시선을 오랫동안 견뎌내야 했다.

 

이 외에도 카이로에는 숱한 모스크들이 있다.

이곳이 이슬람 국가라는 것을 부인할 수 없는 도시의 분위기.

그러나 눈에 띄는 웅장한 모스크 건물 보다는 부르카를 뒤집어 쓰고 걸어가는 여인들,

번쩍 번쩍한 아랍 상인의 물건들, 또 향신료 냄새가 짙게 배인 길거리 음식점이 이슬람 분위기 같았다.

 

이런 ~~~~

 

 

 

 

 

그리고 이런~~~

복잡하고 정신없고 화려하고 뭐든지 다 있고

여행자들이 들어가면 혼이 쏙 빠지고 바가지를 왕창 쓰고 나온다는 칸 엘 칼릴리 시장(Khan al Khalili).

물건을 사려는 사람이 가격을 물어보는 동네가 아니고 되려 파는 사람이 가격을 물어오는 황당한 동네.

 

"How much, do you want?"

 

얼마이기를 원하냐고? 팔려고 하는 상인이 가격을 제시하는 게 아니라 사려고 하는 내가 얼마이기를 원하냐고????

 

이제 일주일만 있으면 가려는 이집트, 벌써부터 환청이 들려온다.

"How much, do you wa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