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지금은 여행중/1월 이집트

"헤매더라도 거기서 해결한다 !!!"

프리 김앤리 2013. 1. 8. 16:00

<2013 이집트 여행 준비 9> 카이로 맛집

 

일상이 여행으로, 여행이 일로 되어 있는 요즈음, 남편은 내게 종종 묻는다.

터키 셀축의 그 빵가게 빵은 여전히 맛있는지, 이스탄불 뒷골목의 그 양갈비집은 여전한지

크로아티아를 가면 맛있는 빵을 예전처럼 날마다 사먹는지... 그리고 같이 여행간 사람은 그 음식들을 맛있어 하는지....

함께 추억하고 있는 여행의 한 조각, 단 하나의 빵만으로도 행복해했던 배고프고 가난했던 우리의 어느 시간을 떠올리는 것이다.

크게 한번 마음먹고 사먹은 이스탄불의 양갈비는 그래서 우리 여행의 최고 음식이었고 그리운 사치인 것이다.

그러나 요즘의 내 대답은 참 어이없다.

"셀축 빵? 요즘 우리 그 집에서 안 사먹어. 양갈비도 뒷골목에 가서 안 사먹고 보스프러스 해협과 술탄아흐멧 광장이 다 내려다보이는

 멋진 레스토랑에 앉아서 사먹는데????"

 

에페소 유적이 있는 셀축의 그 빵 집은 아침마다 우리를 들뜨게 했다.

터키 사내 서넛이서 하고 있는 길가 빵공장, 조그만 창 앞에 매일 아침 사람들은 줄을 서 있었고 우리도 그들 뒤에 서 있었다.

1월의 한겨울이라 밖에 서 있는 사람들 입에서는 하얀 입김이 새어나왔지만 가게 안은 바쁘게 움직이는 사내들이 내뿜는 열기로 후끈거리는 듯 보였다. 

줄 선 순서대로 한아름씩 난을 사가고 우리 차례가 되면 우리는 고작 큰 바게트 한덩어리나 난 하나를 샀다.

가격은 고작 0.75TL. 오백원도 채 안되는 가격이었다.

방금 화덕에서 구워져 나온 빵은 종이봉투 안에서도 따뜻함으로 우리를 감싸안았고 구소한 냄새로 우리를 환장하게 만들었다.

호스텔에 가서 먹자고, 거기까지만은 그냥 참고 봉지 채 들고 가자고 말한 날도

점심으로 먹을거니까 그냥 막바로 가방안으로 집어넣자고 한 날도

우리 둘은 그 다짐을 지키지 못한 채 몇걸음도 못 옮기고 어느새 따뜻한 빵을 뜯고 있었다.

그 순간만은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행복한 순간이었다.

 

그런데 그 이후 몇번이나 셀축의 그 거리를 걸어갔으면서도 그 빵가게 앞에 줄을 서 본 적이 없다.

내 추억의 한 켠이라 힐끔 쳐다보기는 하지만 그냥 무덤덤이다.

요즘은 너무 맛있는 걸 많이 먹는 탓이다, 배가 고프지 않은 탓이다, 허접한(?) 것에는 관심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좋은 말로 하면 여행의 업그레이드요, 나쁜 말로 하면 건방진 여행이다.

 

내 기억속의 이집트도 여전히 배가 고프다.

그리고 허접하다.

쿠사리 한 그릇만으로 행복했고 따메야 한 조각만으로도 배가 불렀다.

나일강의 멋진 야경이 바라다 보이는 레스토랑, 반짝거리는 식기와 테이블보가 곱게 차려진 멋진 레스토랑은 기억속에 없다.

그래서 지금 현재의 내 심정은 대략 난감이다.

가만 서 있으면 혼을 다 빼갈 것 같은 혼돈의 도시, 카이로에서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먹어야 할 것인가?

ㅠㅠㅠ

에라이, 모르겄다.

목표는 명확하다.

반짝거리는 식기가 아니라 '맛있기'로.

콧수염 멋지게 난 서빙 아저씨의 입에 발린 듯한 친절이 아니라 진심을 '만나기'로.

멋진 경치 보다는 진짜 이집트를 만나는 것 같은 '행복하기'로... 

다 정해놓고 가는 재미없음이 아니라 우연히 '즐겁기'로.

 

타흐릴 광장 옆 골목레 있는 쿠사리와 따메야의 집, FelFela.

워낙 유명한 집이니 여기는 꼭 들러야겠지?

이집트 고고학 박물관을 간 날, 점심이면 어울리겠지?

 

아저씨 넉넉함이 묻어나는 맵싸한 쿠사리 한 그릇 때리러 가야겠다.

 

칸 엘 칼릴리 시장 안에 있는 팬케익집.

없는 것 빼고는 세상의 모든 물건이 다 있다는 칸 엘 칼릴리 시장의 혼잡함 그 속에서 먹는 달콤한 팬케익???

간판의 불도 다 떨어져 나갔지만 이집션들의 사랑을 듬뿍 받는다는...

 

여기는 엘 압드(El Abd) 빵가게.

줄을 섰다, 줄을 섰어.

아니다. 정신없이 손이 먼저 나가고 있구나.

과연 저 아수라의 틈바구니 속에서 빵 한쪼가리라도 사 먹을 수 있을까?

위치 ; 타흐릴 광장에서 탈라하브 광장쪽으로 800m (펠페라 쿠사리집 더 지나서)

 

대충 머리속에 그려놓은 계획은 딱 한 가지.

도착하는 14일 저녁. 호텔에 짐을 던져놓은 뒤 나일강변으로 나가

강변의 어느 식당에 앉아서 맥주 한 잔과 그리고 저녁(?)을 먹는 것!!!

 

이 외에도 도키 역에서 10분 정도 걸린다는 마그라블 마하따남 식당의 양갈비.

한국 사람들이 많이 찾아와서 밥 하고 오이지(토르쉬)를 알아서 챙겨준다는... 50파운드 정도?

올드 카이로 지구에도 맛있는 양갈비 식당이 있다는데...

하여튼.... 명확한 목표~~

"헤매더라도 현지에서 알아서 해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