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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와 연애하는 법 2권 미국편 발간

프리 김앤리 2013. 5. 29. 13:22

 

우리 부부의 배낭여행기 2권이 나왔습니다.

'지구와 연애하는 법' 2권 미국편.

 

 

여러명이 물었습니다.

왜 '미국'이냐고.

그러게요.

원래 미국은 우리 여행 계획에 없었습니다.

중국부터 육로로 중동을 거쳐 유럽, 아프리카까지 가는 여행이 세계여행을 생각하고 있는 우리의 루트였습니다.

그렇게 첫해를 떠났구요.

남들이 다 부러워한다는 학교 선생님이라는 직업을 버렸지만

세계여행을 마치고 나면 우리 부부가 같이 하자고 한 일은 결정되어 있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님이 계시는 봉하에 들어가는 것이었지요.

남편은 농사를 짓고, 저는 생물 선생의 전공을 살려 숲 해설가를 하면서 그렇게 살려고 했었습니다.

그런데 그게 안됐습니다.

대통령님은 우리가 1년의 여행을 다 마치고 돌아오기도 전에 돌아가셨고

중국부터 유럽까지 여행을 마치고 온 우리는 돌아갈 아늑한 품이 사라져버렸습니다.

다시 여행을 떠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렇게 간 곳이 미국, 캐나다입니다.

우리나라를 기준으로 서쪽(중동, 유럽)은 다 갔다 온 것 같아서 동쪽으로 눈을 돌리니 아메리카 대륙이 버티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남미는 이미 십년도 더 지난 옛날 겨울방학을 통째로 투자했고 ,게다가 남편은 혼자 몇개월을 더 남아서 중미는 물론 쿠바까지 샅샅이 여행을 했으니

다시 거기를 갈 필요는 없을 것 같았습니다.

그렇게 6월의 어느날, 우리는 캐나다로 떠났고 다시 뚜벅뚜벅 걸어다녔습니다.

 

원래는 캐나다 동부로 들어가서 캐나다 동부 끝까지 여행하고

미국으로 내려와 동부에서 서부로 횡단을 한 뒤

미국 서부에서 다시 서부 캐나다로 올라가 록키 산맥을 본 뒤 돌아오는 여정이었습니다.

흑흑..

그런데 이번에도 또 여행이 순조롭지는 않았습니다.

중간쯤 남편은 아팠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올 수 밖에 없었습니다.

한달간 몸을 추스린 뒤 다시 미국으로 들어가 여행을 이어갔지만

이미 늦가을이 되어버려서 미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국립공원이라는 옐로스톤은 문이 닫혀버렸고

한 겨울이 다 되어 캐나다 록키 산맥을 찾지도 못했습니다.

다시 한국에는 해야할 일이 기다리고 있었던 시점이기도 하구요...

돌아와서 일본 큐슈지방과 중국의 실크로드를 갔었지만 그건 문화가 너무 다른 곳이었습니다.

 

그래서 졸지에 우리의 두번째 책은 '미국편'이 되었습니다.

캐나다와 미국을 같이 엮어볼까 생각도 했지만

캐나다는 동부의 아주 일부밖에 되지 않은 것 같아 그냥 미국편만 독립적으로 묶었습니다.

 

<지구와 연애하는 법> 2권 미국편은 모두 네 파트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제 1장은 15개의 미국 국립공원 이야기가 있는 '사막과 바람의 길'입니다.

 여러가지 정치적인 이유로 미국을 달가워하지 않는 우리 부부였지만 미국의 국립공원에는 정말 홀딱 반했습니다.

아무것도 없는 황량함 속에 오히려 완벽한 자유가 보였던 데스밸리,

온통 붉은 바위로 끝없이 황무지가 펼쳐지던 아치스 캐년과 브라이스 캐년,

그리고 나바호족의 슬픈 이야기가 담겨있는 모뉴먼트 밸리,

수십억년 지구의 역사를 생각하며 그저 뚜벅뚜벅 걷게 만든 그랜드캐년,

흰색 이외에는 아무것도 없는 듯 온통 흰 세상, 화이트샌드 공원까지...

우리는 거대 자연속에 그저 아주 작은 일부분이 되어 걷고 또 걸었습니다.

걸으면서 우리가 나눴던 이야기, 우리의 생각들이 중간중간에 들어있습니다.

 

제 2장은 미국의 도시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새로운 발견, 8개의 도시'.

사실 미국은 한번도 가보지 않은 사람에게 조차 그리 낯설지 않은 곳입니다.

숱한 영화의 배경이 되기도 하고, 세계 뉴스의 중심이 바로 미국입니다.

비단 정치적인 뉴스 뿐만 아니라 다양한 부분에서 미국은 이미 사람들속에 들어와있고 너무나 많은 정보들이 넘쳐납니다.

거기에 또 다른 정보를 보탤 필요는 없었구요.

그냥 누구에게나 똑같이 펼쳐놓고 있는 미국이지만

우리는 그냥 우리식으로 미국의 도시들을 보았고, 우리 생각대로 이야기를 나눴고 그 생각을 옮겨놓았습니다.

그리고 여행이라는 것이 일상을 떠난 것이기는 하지만

결국엔 다시 과거의 어느 순간, 일상의 어느 순간을 떠올리게도 만드는 것이 여행이었습니다.

한국도 보였고 옛날 어느 시절, 고등학교 시절도 떠올랐고 학교 선생님이던 시절도 떠올랐습니다.

그런 이야기가 섞여 있습니다.

 

제 3장은 '중년부부의 배낭'입니다.

이건 <지구와 연애하는 법> 1편에 들어있었던 제목과 같습니다.

우리 부부의 이야기입니다.

이 나이에 여행을 떠난다는, 떠났다는 소식에 사람들이 제일 궁금해 하는 부분입니다.

도대체 무엇을 먹고 다니며, 어떻게 다니며 무슨 마음으로 다니는지... 둘이 싸우지는 않는지, 무슨 이야기들을 나누는지...

ㅋㅋㅋ

별거는 없습니다.

다시는 서로들 안볼 것 처럼 처절하게 싸우고 둘다 장렬하게 전사하는 그런 장면은 없습니다.

그래도 아파서 여행을 중도에 포기해야 했던 이야기, 괜히 싱퉁부리며 툴툴거리는 이야기, 작은 거 하나에 히히덕거리는... 뭐 그런 것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가장 평범한 미국 가정에서의 며칠과 미국내의 한국인 행사에 관한 우리의 생각.

ㅋㅋ

우리 그냥 이렇게 여행  다닙니다.

 

제 4장은 미국 내에 있는 대통령 기념관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어쩌면 1년간의 긴 여행을 마치고 다시 여행을 떠나야겠다고, 그것도 미국으로 떠나야겠다고 생각한 가장 중요한 이유가 바로 이것이었습니다.

우리도 노무현 대통령 기념관이 필요해질테니까요.

조지 워싱턴부터 케네디, 링컨, 클린턴, 레이건 대통령 기념관까지 다 돌아보고 아주 꼼꼼하게 살펴보고 열심히 사진도 찍었습니다.

평범한 사람의 눈으로, 미국과 관련없는 여행자의 시각으로 기념관들을 둘러보았습니다.

그것들 중 일부를 옮겼습니다.

LA에서 가까운 닉슨 대통령기념관도 갔었지만 여기는 옮기지 않았습니다.

역시 책에는 쓰지 않았지만 필라델피아의 '국립헌법 센터'는 아주 인상적이었습니다.

대통령 기념관이나 헌법센터는 민주주의가 탄생한 나라, 미국에서의 민주주의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는 현장이었습니다.

그래서 4장의 제목이 '민주주의 학교, 5개의 대통령 기념관' 입니다.

부록으로 워싱턴 스미소니언 박물관 안에 있던 '대통령관'을 써놓았습니다.

대통령의 임무와 권한,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생각 그리고 민주주의에 대한 아주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하는 곳이었습니다.

대통령 기념관은 여행기로서는 뜬금없는 내용이기는 하지만 우리의 미국 여행에서는 중요한 주제였습니다.

 

<지구와 연애하는 법> 1권이 나오고 나서

우리가 여행했던 좀 낯선 곳을 두고 어떤 경로로 거기에 갈 수 있냐는 질문이 많았습니다.

물론 여행을 떠나기 전에 공부를 하고 간 곳도 있었지만 실제 많은 곳은 여행을 다니면서 현지에서 받은 정보로 움직인 곳도 많았습니다.

1권에는 아이폰을 이용하여 구글 지도도 넣고, 숙박지등 몇몇의 정보를 넣었지만

아직까지 책과 함께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것은 익숙지 않아서 오히려 정보가 사장되는 안타까움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각 꼭지의 글 마다 그곳을 어떻게 찾아가는지, 우리는 어느 숙소에 얼마주고 묵었는지 적어 놓았습니다.

그리고 다른 팁이 있다면 그 내용까지...

요즘은 인터넷이 워낙 잘 발달되어 있고, 미국은 네비게이션만 있으면 문제없이 다닐 수 있는 곳이기는 하지만...

 

 

책은 이미 2주일전에 출간되었습니다.

인터넷에도 쭉 깔려 있구요.

사무실의 바쁜 일만 처리하고 나면 곧장 책 소개 블로깅을 하려고 했는데

제가 게으름을 부렸습니다.

 

부지런한 파워블로들이 제 책을 먼저 소개했는데 이제서야 글을 올리네요.

ㅋㅋㅋㅋ

 

두루두루 널리 알려주시와요.

처음 여행 떠날때는 이런 욕심이 없었는데 

혹시 책이 많이 팔리면 이거 밑천 삼아서

이번에는 아프리카로 떠나볼까? 아니면 남미로 다시 갈까?

꿈을 꾸고 있습니다.

ㅋㅎㅎㅎㅎㅎ

<지구와 연애하는 법>이라는 이름을 달고 1, 2권 시리즈로 나와서 그런지

1권도 다시 좀 많이 나간다네요. 반가운 소식입니다

 

 

며칠 전 읽은 책의 한 구절을 옮기며 우리 책 출간 소식을 마칩니다.

 

  "펜은 검보다 강하다." 언론은 무력으로 짓누를 수 없다는 뜻이다.

   ... (중략)

  그런데 이 유명한 말을 러시아인에게서는 들은 적이 없다. 

 아마 같은 의미로  예로부터 회자되어온 '러시아제' 관용구가 있기 때문인지 모르겠다.

  "펜으로 쓴 것은 도끼로도 파낼 수 없다."

  이 관용구는 '무력에 대한 언론의 우위'를 의미하는 동시에

  '한번 쓴 글은 돌이킬 수 없다'는 의미로 쓰이는 경우가 많다.

  ... (중략)

  일본 학교의 습성으로 무심코 정식 노트에 연필로 써버린 내게, 

  수학 선생님도 러시아 선생님도 타이르셨다.

  "마리, 한번 쓴 글은 도끼로도 못 깍아낸단다. 그래서 가치가 있는 거지.

   곧 지울 수 있는 연필로 쓴 것을 남의 눈에 띄게 하다니 무례천만이야."

   ...                                   요네하라 마리 지음  「프라하의 소녀시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