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지금은 여행중/7월 헝가리 루마니아 불가리아

그 때는 잿빛 우울한 도시였다. 루마니아 부쿠레슈티 2

프리 김앤리 2013. 6. 26. 17:00

 

사실 이번 여행을 준비하면서

어떻게 부쿠레슈티는 살짝 건너뛸 수 없을까 고민도 했었다.

적어도 나의 기억 속의 부쿠레슈티는 잿빛이었고, 우울이었다.

우리가 여행했을 때는 사흘 내내 비가 내렸고 날은 추웠다.

배수시설이 잘 되어있지 않은지 도로에는 더러운 물이 한가득 고여 있었고

거리의 차들은 그 물을 사정없이 튀겨가며 질주하고 있었다.

계절이 겨울의 입구여서 그랬는지 사람들은 두터운 옷을 입은 채 움츠리고 있었고 무표정이거나 슬퍼보였다.

밝은 기운을 가져다주는 유채색은 어디에도 볼 수 없었고 냄새 마저 음울했다.

그랬다.

어느 백화점인가에 들렀던 것 같다.

물가가 싸다는 루마니아에서 신발이라도 사볼까 하고 들어갔던 것 같다.

그러나 마음이 내키지 않았다.

오랜 여행으로 신발이 다 닳아서 빗물이 스며들어 몹시 고통스러웠는데도 그 어두침침한 분위기에서는 통 구매 의욕이 일지 않았다.

백화점도 어두워보였고 사람들들도 어두워보였고 신발조차 우울했다.

우리는 백화점의 어느 한 코너에서 무료로 나누어 주는 향수 샘플을 받아 챙겼으며 그 향수에 기대어 찝찝한 부쿠레슈티의 우울을 치료하고자 했다.

그나마 우리가 묵고 있었던 호스텔의 대학생 둘이 아주 친절해서 마음이 좀 풀어졌으며 엄청 싼 물가에 맛있는 음식이 있어서 위안은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나치게 크고 화려한 인민궁전은 우리의 마음을 몹시도 불편하게 만들었으며

거리 어디에서든 만날 수 있는 소박한 정교회와 신앙심 깊은 루마니아 사람들의 모습에 오히려 더 애가 쓰였다.

 

   그 때의 여행기 ☞ http://blog.daum.net/freeleeandkim/449

   (이 여행기를 읽으면 그리 우울하지는 않다.  그 때는 가족들에게 보내는 안부형 블로그였으니 슬프다거나 힘들다거나 하는 이야기는 늘 숨겨야 했다.

    그래도 글의 행간에는 우울이 있다. 눈 밝은 사람들은 보이리라!!!)

 

다시 루마니아 여행을 기획하면서 어떻게든 부쿠레슈티는 살짝 뛰어넘어 보려고 노력했으나

... 어렵겠다.

헝가리를 지나 루마니아를 관통해야만 불가리아로 내려갈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여정의 한 곳인 부쿠레슈티는 건널 뛸 방법이 없었다.

고작 내가 생각해낸 건 잠시만 머물렀다가 얼른 빠져 나오는 방법.

그리고 호텔 로비의 컴컴함 보다는 그나마 전세계 여행자들이 모여드는 호스텔을 선택하는 것.

거기서라도 우리는 전세계 젊음들의 호쾌한 웃음소리를 들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상상... 뭐 그런...

여름이라서 겨울보다는 낫지 않을까 하는 기대... 뭐 그런...

 

하여튼 !!! 부쿠레슈티, 간다!

 

<통일광장 Piata Unirii>

 현대적인 건물이 즐비한 부쿠레슈티 최고의 번화가이자 쇼핑가.

 광장의 동쪽으로 4km에 달하는 통일거리(일명 상젤리제 거리)를 따라 인민궁전과 연결되어 있다.

 통일 거리에는 고급 상점과 옛날 고위 공산당 간부들이 거주한 호화 아파트가 늘어서 있다.

 

<인민궁전 Casa Poporului>

 단일 건물로 미국의 펜타곤 국무성 다음으로 큰 건물로 기네스북에 올라있다.

 이름은 인민을 위한 궁전이지만  결국엔 인민을 수탈한 궁전이 되었으며 차우셰스쿠를 멸망하게 만든 궁전이었다.

 지금은 하원 의원 사무실, 정당 사무실, 국제 학회장, 결혼식 피로연장등의 행사장등 다양한 용도로 쓰이고 있다. 

 인민궁전의 내부 견학은 반드시 신청을 해야 하며 가이드의 안내에 따라야만 한다.

 오후 4시가 마지막 타임이다.  

 

<대학광장 Piata Universitatti>

 부쿠레슈티 대학이 있는 지역으로  차우셰스쿠를 몰아낸 1989년 12월 혁명의 상징적인 장소다.

 광장 주변에는 오페라 연극 뮤지컬 콘서트 등이 열리는 국립극장도 있다.

 혁명의 주요 장소답게 광장 중앙에는 희생자를 위한 위령비가 서 있고, 혁명을 기리기 위한

 '1989년 12월 22일'이라는 거리의 이름도 있다.

 대학광장의 이름처럼 활기가 넘치고 헌 책을 파는 노점들도 늘어서 잇다.

 마게루 거리에서 이 주변까지가 부쿠레슈티의 문화, 패션의 중심지이다. 

 

<혁명광장 Piata Revolutiei>

  25년간 장기 독재집권을 한 차우셰스쿠를 몰아낸 시민혁명이 일어난 역사적 장소.

  그날 차우셰스쿠는 당시 대통령 궁이었던  이 건물의 발코니로 나와 연설을 시작했다.

  그러나 10분도 지나지 않아 아래에 모여있는 군중들 사이에 소요가 일어나기 시작했고

  시위를 벌이던 시민들을 향해 무차별 사격을 가하는 장면이 TV를 통해 전세계에 방영되었다.

  지금도 광장의 주변 건물에는 총탄의 흔적이 선명하게 남아있다.

  무차별 사격이 있은 후 차우세스쿠는 건물의 옥상으로 올라가 헬리콥터를 타고 피신했지만

  사흘만에 붙잡혀 부인 엘레나와 함께 군사재판에서 총살당했다.

 

<1989년 희생자 위령비>

  혁명광장 앞에 있다. 주위 벽면에는 당시 총격으로 숨져간 사람들의 이름이 적혀있다.

 

 

 

 디립다 크게만 지어놓고 색깔이라고는 없어보이는 부쿠레슈티의 무채색 건물에 질려버렸지만

 그래도 소박하게 지어놓은 루마니아 정교회 성당들은

 서유럽의 대성당들과 달리 참 소박했고 정겨웠다.

 부쿠레슈티의 그나마 위안이라면

 결코 튀지 않는 작은 교회들과 소박한 내부, 그리고 진심으로 신을 경배하는 소박한 루마니아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이었다.

   

                                                                   <2013년 7월 헝가리 루마니아 불가리아 여행준비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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