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지금은 여행중 /6월 크로아티아

기다림을 배우는 시간, 노을지는 자다르

프리 김앤리 2014. 5. 27. 14:00

 

 < 2014 6월 투어야여행사 단체배낭 크로아티아 준비 22 >

 

크로아티아, 자다르. 여행자들이 좋아하는 구시가지는 손바닥만하다.  

하늘에서 내려다 보면 한 눈에 다 보일 정도로.

 

남북으로 길게 뻗어나온 구시가지.

붉은 지붕의 집들과 간간이 보이는 푸른 나무, 그리고 바다쪽으로는 대리석 길이 멋지게 나있다.

 

유럽의 어느 곳을 가더라도 시가지의 중심은 광장이다.

자다르도 마찬가지. 중세 광장, 나로드니다. 

러시아어로 나로드니가 인민이라는 뜻이니 인민광장.

'인민'이라는 단어에 묻어있는 선입견 때문에 괜히 무시무시하게 느껴지지만, 이름으로  따진다면 '사람들의 광장'이다.

세상 어느 곳이든지 광장이란 사람들이 모여드는 곳.

자다르의 나로드니 광장도 그 곳에서 사는 사람들의 휴식처, 만남의 장소이다.

 

세계 지도에서 크로아티아를 보면 유라시아 대륙의 서쪽 끝이고 서유럽 입장에서는 바다 건너 동쪽 지방이다.

만약 아시아 지역의 세력이 힘을 키운다면 유럽이 지켜내야하는 마지막 보루.

서쪽으로 진출하려는 오스만투르크와 서유럽 세력이 힘을 겨루던 곳이다. 

크로아티아 자다르에는 16세기 베네치아 인들이 오스만 투르크의 공격에 대비해 식수를 확보하기 위해 저수지를 만들고 다섯개의 우물을 팠다.

그 때 팠던 다섯개의 우물은 그대로 남아 지금도 도시의 명물이 되어 있다.

 

자다르 구시가지를 걷다보면 절대 놓칠 수 없는 성 도나타 성당과 성 아나스타샤 성당.

손바닥만한 곳이니 아무렇게나 걷고 있어도 반드시 우리 앞에 나타날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자다르를 가고 싶어 하는 이유는 다른 곳에 있다.

광장과 성당 그리고 유적지, 유럽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도시의 모습, 특히 어디나 비슷한 도시의 모습을 보여주는 크로아티에서

자다르를 반드시 가고 싶어 하는 이유는...

다른 곳에는 없고 자다르에만 있는 무언가를 보기 위해서다.

 

첫째, 태양의 인사 (Sun Salutation,  The Greeting to the Sun).

아드리아해의 뜨거운 햇살을 온 몸으로 받아들이는 330개의 유리판.

이 거대 유리판은 한 낮의 태양열을 그대로 모아 두었다가 밤이면 그 에너지로 불을 밝힌다.

어둠이 찾아와도 한낮의 '태양이 인사'를 하는 거다.

 

"안녕~~~ 당신들은 어디서 오셨나요???"

 

그리고 하나 더.

세상 어디에도 없고 자다르에만 있는 것, '바다 오르간(Sea Organ)'.

바다에서 파도가 치면 계단 틈에 설치된 파이프와 호각이 자연의 연주를 하는 곳.

 

사람들은 대리석 계단에 앉거나 누워 바다가 들려주는 자연의 노래를 듣는다.

자다르에서는,

혹시 사람들이 땅바닥에 그냥 누워 있더라도, 땅으로 난 구멍에 귀를 대고 있더라고 전혀 놀라지 마시라.

그들은 지금 자연을 숨쉬고 있는 것이다.

 

서쪽으로 난 바다로 해가 질 것이다.

수영에 자신이 있는 사람들은 해가 지는 바다에 몸을 담그고 자유의 유영을 펼칠 수 있다.

자다르에서 그럴 수 있다.

 

가만히 앉아 지는 해를 바라볼 수 있다.

자다르에서는 그래야 한다.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할 지도 모른다.

해가 뜨고 해가 지는 일은 세상 어느 곳에서도 매일 일어나는 일, 그러나 그 매일 일어나는 일도 기다리는 사람에게만 주어지는 선물이다.

기다리지 않는 사람은 그 황홀한 풍경을 절대 선물 받을 수 없다는 것.

 

낮동안 달궈진 태양의 인사 위에서 춤을 추고...

 

바다 전체가 붉게 금빛으로 물들어 가는 가슴 짠한 풍경.

 

주위의 모든 것이 정지되어 있는 듯한 순간이 자다르에서 펼쳐질 지도 모른다.

 

자다르에서 우리가 배워야 할 것은 그래서 '기다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