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4 6월 투어야여행사 단체배낭 크로아티아 준비 24 >
신발을 잃어버렸다.
아니 빠뜨렸다는 말이 맞다.
그건 순전히 플리트비체의 호수가 너무 맑았기 때문이다.
플리트비체 호수에 발 한번 안담그는 것은 물맑은 호수에 대한 모독일 것 같았기 때문이다.
새색시처럼 나무 데크에 살포시 앉아 아주 얌전히 신발을 벗으려는데...
어느새 신발 왼짝이 호수속으로 퐁당.
헉~ 귀신?
진짜다. 나는 아무 짓도 안했다.
신발 지 혼자 호수속에 퐁당 빠지더니 벌러덩 뒤로 누운 채 동동 떠내려간다.
건져보고려? 당근 노력은 했지.
근데 맨발을 호수에 디디는 순간, 죽는 줄 알았음.
지금까지 물 아래 보이던 고운 석회질이 알고보니 거의 뻘 수준이라는 사실.
그때 누군가 내 한쪽 팔을 잡고 있지 않았다면 온 몸이 빠져들어버리는 아주 낭패한 순간을 맞을 뻔 했다는 것.
재빨리 포기. 얼릉 올라와버렸다.
"발 한번 안담그는 것은 물 맑은 호수에 대한 모독"이라며 건방을 떨던 바로 직전의 순간이 어찌 그리 쪽팔리던지.
ㅋㅋㅋ
포기는 빠를수록 좋다.
어차피 해결 안될 거, 그 상황을 즐기는 것이 최고의 선택~~
남은 오른쪽 신발을 들고 미소를 짓는다.
다음 단계는 한쪽 남은 신발을 나무 데크의 귀퉁이에 고이 모셔놓기.
그리고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플리트비체 호수를 맨 발로 씩씩하게 걷기.
ㅎㅎㅎ
2년 전의 이야기다.
어느 귀퉁이에 모셔둔 신발 찾으러 가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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