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지금은 여행중 /6월 크로아티아

'따로 또 같이' 가는 여행이 멋지다

프리 김앤리 2014. 9. 2. 11:47

< 2014년 6월 투어야 여행사 단체배낭 크로아티아 이야기 5>

 

투어야 단체배낭의 기본 컨셉은 '따로 또 같이'다.

겁이 많아서 혼자 떠나기 두려운 사람 혹은 바빠서 준비하기 어려운 사람, 혼자보다 여행이라는 걸 통해 새로운 사람을 만나기를 원하는 사람들이 주로

여러 명이 '같이' 가는 단체 배낭을 택한다.

그러나 여럿이 다니지만 단체가 주는 답답한 틀보다  여행이 가지는 자유를 누리고 싶기에 '따로'라는 컨셉이 필요하다.

내가 먹고 싶은 밥을 먹고, 내가 보고 싶은 것은 좀 더 오랫동안 보고, 남들이 다 보러가는 것도 내가 보기 싫으면  혼자 시간을 가질 수 있는 '따로'.

그래서 단체배낭은 한마디로 '따로 또 같이'다.

'따로'와 '같이'가 칼로 두부 베듯 확실하게 나눌 수는 없지만 여행자가 마음을 먹는다면 충분히 가능하다. 

그리고 내가, 특히 내가 이런 여행을 몹시 좋아한다.

ㅋㅋㅋㅋ

 

                                                      <  눈이 부시도록 반짝거리던 스플릿의 대리석 길에서 >

 

 " 자! 모이세요!"

  " 뭔 단체 사진을 이렇게 많이 찍는거야? "

  " 단체잖아요!!!"

물론 우리는 안다.

'따로 또 같이'라 해놓고 왜 한번씩은 꼭 이렇게 단체 사진을 찍자고 성화를 해대는지...

(이유는? 이제는 다 알고 있지만 인터넷 상으로는 비밀이다. 내랑 여행을 같이 해봐야 안다. ㅋㅋㅋㅋ)

 

사실 나는 단체로 다닌 그 시간만 안다.  

이리저리 찢어져 각자 놀때는 마침 내가 같이 있었던 그 순간 만을 기억한다.

나는 함께 여행했던 사람들이 각 도시에서 어떤 시간들을 꾸렸는지, 좋았는지 싫었는지 잘 모른다.

다만 믿을 뿐이다.   

다른 사람들과는 같이 하지 않은 '자기들만의 스플릿'이 있을 것이고, '저 혼자만의 두브로브니크' ' 쟈그레브...'등이 있을 것이라고...

당신들만의 여행이 있을 것이라고...

 

그랬다.

눈이 부시도록 반짝거리는 대리석 길에서 저렇게 단체 사진을 찍고 조금 후 우리는 뿔뿔이 흩어졌다.

기자 지구의 스핑크스 만은 못하지만 그래도 축소판 스핑크스가 떡하니 놓여있는 쥬피터 신전의 광장에서 헤어지면서

골목이 정겨운 스플릿의 구석구석을 각자 알아서 헤매기로(?) 했다.

혼자 남은 나는 사진의 룩소르 까페 야외 계단에 앉아 냉커피를 시켰다.

Ice Coffee 를 주문하면서 나는 얼음이 가득 든 깔끔한 아메리카노를 원했지만 달꼼쩍쩍한 아이스크림을 가득 얹은 커피가 나와 당황하고 있는 순간

어느 새 성당 꼭대기까지 올라 갔다 온 큰 언니들이 다가왔다. 그래서 잠시 노니락.

언니들은 다시 어디론가 사라졌고, 몇몇이 노래 소리가 흘러나오는 구멍뚫린 방으로 들어가는 것이 보였다. 그리도 또 잠시.

아까 들어오던 골목에서 본 신발? 가방? 인가를 찾으러 갔던 구미 팀들이 잠시 또 내 앞을 스쳐갔고

또 몇몇이 성당 꼭대기를 내려와 뒷편의 성당을 들어가느라 분주히 움직이는 것도 내 레이더 망에 잡히곤 했다.

왔다, 갔다... 나타났다, 사라졌다... 그래도 내 눈에 보이는 사람도 있었지만 헤어지고 난 후 한번도 얼굴을 못 본 사람도 있었다.

현옥씨는 스플릿의 구석진 골목까지 돌아다니며 몇번이나 왔던 나도 찾아내지 못한 동네 슈퍼를 찾아 시원한 물을 아주 싸게 샀다 그랬고

골목 안 어딘가에, 내가 일러주지 않은 다른 맛있는 집을 발견했다며 흥분하는 이들도 있었다.

그랬다.

다 달랐다.

우리는 같은 시간 스플릿에 있었지만 다른 여행을 하고 있었다.

 

같은 장소에서 사진을 찍었지만 바다로 향해 있는 저 대리석 통로를 지나간 시점은 서로 달랐다.

따지고 보면 네명씩 짝지은 이 그룹이 끝까지 그대로 간 건 또 아닌 듯.

스플릿의 거리에서 샀다는 정현 쌤의 그 이쁜 천가방을 권해 준 사람이 정림씨라고 하는 것 보면

어느 순간, 어느 네 명의 팀이 찢어졌을지도...

ㅋㅋㅋ

 

여기는 두브로브니크의 어디인 것 같은데..

(기억도 안난다. 단지 그날 입었던 옷을 보니 알겠다.

 아직 스카프들을 안 두르고 있는 것 보니 아침, 호텔을 나서는 순간인 듯. 호텔 앞의 버스 정류소?)

이렇게 우리는 같이 하루의 여행을 다함께 시작했는데...

 

두브로브니크 성벽을 돌 때는 각자의 속도대로 걷고 있었다.

때론 뭉쳤다가... 흩어졌다가...

 

다른 사람들이 두브로브니크 성벽을 돌고 있는 그 시간, 나는 두브로브니크 골목길을 걷고 있었다.

어느 골목길에서는 두브로브니크 성벽 돌기를 후딱 끝내고 자기들만의 시간을 가지고 있던 엄마와 딸 팀을 만났고

또 한참 후에는 플라차 대로에서 혼자 다니고 있는 진희씨를 만났다.

뭔가를 샀는지 이미 손에는 쇼핑한 물건이 들려 있었다.

몇번의 여행을 같이 했던 진희씨인데... 이번엔 '혼자' 다니는 여행을 많이 해 볼 참이라고 그랬다.

마음속으로 그를 응원했다.

다른 사람들은 모르는 '그만의 여행'을 말이다.

 

그런데 그 날 저녁은 이랬다.

이번 여행에서는 '혼자'에 익숙해지겠다고 하더니만, 사람 좋아하는 그는 결국 이렇게 다른 사람들과 함께 저녁 식탁에 앉아있었다.

그렇지... 이렇게 우리는 또 만나야 하는 거지...

함께 여행하는 벗이 없다면 단체 여행이 무슨 재민겨!!!

 

몇몇씩 짝을 이루어 어디선가 다들 무엇인가의 저녁들을 먹고 다시 뭉쳤다.

스르지산을 오르기 위해서였다.

다같이 한 케이블카에 옹기종기 모여 왁자지껄 떠들다가... 산 꼭대기에 올라서는 또 각자의 속도대로, 각자의 취향대로 움직였다.

그래서 두브로브니크 꼭대기 단체 사진에 4총사가 없었던 것이고, 남들은 없는 이런 4총사의 사진을 건진것이다.  

ㅋㅋㅋ 그들은 항상 우리보다 속도가 빨랐다. 아니 보고자 하는 내용이 달랐나???

 

이때까지만 해도 참 어색했는데...

비행기 노선 때문에 하루를 묵었던 독일의 뮌헨, 한때 여고생들의 로망이었던 전혜린이 놀았다는 슈바빙 거리다.

아직 우리는 따로 놀기에는 겁이 나고, 그렇다고 하나로 뭉쳐 단체라고 표현하기에는 응집력이 떨어지는 시간이었다.

어정쩡~~~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우리는 '따로'도 잘 놀았고.. '같이'도 즐거웠다.

 

흐바르 섬의 성에는 올라간 사람도 있고... 안 올라간 사람도 있고... 빨리 간 사람도 있고... 천천히 간 사람도 있고...

김희애가 올랐다는 마르얀 언덕에서 스플릿의 야경을 보고 감동한 사람도 있고... 마르얀 언덕을 오르지않고 그 야경 속에 들어앉아 풍경이 된 사람도 있고...

예정에 없던 프리모슈텐 바닷가 길을 걸으며 행복했다는 사람도 있고, 그 길을 포기하고 프리모슈텐 해변의 바람을 즐겨 또 행복했다는 사람도 있고...

자신이 선택한 자신의 시간을 즐기면 되는 거였다.

 

여기는 어딜까? 어딜 이렇게 같이 몰려다녔을까?

 

플리트비체 호수내 공원버스를 기다리던 순간이다.

함께 여행을 한지 제법 며칠이 지난 시점. 아니 점점 끝이 보이는 시간이라고 해야되나???

여행을 떠나오기 전부터 익히 알고 있었던 지인들, 그래서 처음 며칠 동안은 지인들끼리만 짝을 이루어 다니던 때와는 달리

이 즈음 우리는 이미 '헤쳐!  섞어 모여!' 상태다.

일상에서 서로 알고 있었고 서로 친했던 사람과 나란히 붙어 있는 것이 아니라 여행에서 새롭게 만난 사람들과도 충분히 가까워 질 수 있는 것...

(ㅋㅋㅋ 어쩜 이렇게 완벽하게 원래 친하던 사람들과는 조금씩 떨어져 있는 것인지...ㅋㅋㅋ)

여행이라는 게 그렇다. 이게 여행의 비밀이다.

'따로 또 같이' 놀고나면 그렇다.

 

혼자서 놀기도 하고

 

 

 여럿이 놀기도 하고...

 

 

단체로 놀기도 하고....

'따로 또 같이' 가는 여행은 참! 멋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