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지금은 여행중 /6월 크로아티아

때로는 흐트러진 여행이라서 훨씬 더 편할 수 있다

프리 김앤리 2014. 7. 8. 10:41

 

< 2014년 6월 투어야 여행사 단체배낭 크로아티아 이야기 3 >

 

살아가는 일상에서는 지켜야 할 것도 참 많다.

보고 있는 눈들도 참 많다.

애써 떨쳐 보지만 쉽게 자유로워지지는 않는다.

오랜 습관때문에... 스스로 지켜온 오래된 관습 때문에...

그런데 여행은 그렇지 않아도 된다.

때로는 흐트러져도 된다.

의식하지 않아도 된다.

...

 

스플릿에서 배로 한 시간 떨어진 조그만 섬, 흐바르에서 우리의 점심은 그랬다.

흐바르 섬에서 스플릿으로 다시 돌아나가는 배를 타려면 스테판 광장에서 12시 20분 버스는 타야 했다.

그러나 그 버스를 놓쳐버리기로 했다.

흐바르 성 꼭대기가 펼쳐줬던 그 눈부신 광경을 쉽게 포기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바람결에 살짝 살짝 라벤더 향기가 묻어나오던 그 예쁜 골목길을 빨리 벗어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과감하게 버스를 놓쳐버리고 택시를 타기로 결정한 뒤...

점심은 그냥 길바닥에 앉아서 먹기로 했다.

열 여덟명의 누나들과 언니들이 광장의 그늘에서 쉬고 있는 동안, 단 한 명있는 스무살의 꽃처녀와 우리의 청일점, 이승기가 동네 슈퍼를 찾아

와인과 맥주, 치즈와 햄 그리고 스낵을 사 들고 나타났다.

아까 스플릿 아침 시장에서 산 견과류들도 내어온 우리들의 성찬.

붉고 흰 와인과 거품 많은 맥주가 뜨거운 목젖을 타고 흘러내리고 햄과 치즈는 입에 착착 들러붙던 우리의 흐바르...

퍼질러 앉은 광장의 대리석이 더욱 차갑게 다가왔다.

 

때로는 흐트러진 여행이라서 훨씬 더 편할 수 있다.

 

 

 

두 여인은 와인을 열심히 따고, 한 여인은 맥주를... 그리고 우리의 왕언니는 요구르트?

 

 

 

Tip.

스무명의 여인들 중 우리 열 둘은 지난 일요일, 부산에서 다시 만났다. '정모'라는 이름으로...

서울에서 수원에서 그리고 안성, 구미, 광주, 창원, 김해에서 다들 달려왔다.

우리들의 저녁은???

ㅋㅋㅋ

부산 광안리 수변공원에서 돗자리를 깔고, 회와 치킨과 호박죽과 떡과 치즈와 땅콩과 그리고 와인, 맥주, 콜라...

바닷바람이 그렇게 시원하더라.

키득키득거리던 우리...

"뭐여? 우리 또 이렇게 바닥에 퍼질러 앉은 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