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지금은 여행중 /6월 크로아티아

때로는 천천히 하는 여행이라서 더 많이 볼 수 있다

프리 김앤리 2014. 6. 30. 11:20

< 2014년 6월 투어야 여행사 단체배낭 크로아티아 이야기 2 >

 

  " 나의 여행은 맥도널드가 아니다.

    빨리 먹을 수 있고 누구든 똑같은 햄버그를 먹고 

    먹을 때는 배가 부른 것 같은데 돌아서면 늘 허전한 맥도널드

 

    왔다갔다는 흔적을 남기기 위해 얼른얼른 사진만 찍어대고

    남들이 유명하다는 장소만 똑같이 꼭꼭 찍어서 봐야하고

    뭔가 가득 본 거는 같은데 남아있는 것은 없는 것 같은 허전한 여행

 

    우리의 여행은 맥도널드가 아니다.

    좀 덜 봐도 좋고 꼭 다봐야 되는 것도 아니고 아니 안봐도 되는

    유명한 건 못봤는데 나만 느낄 수 있는 뭔가가 하나라도 있으면 OK! "

               ☞ 내 블로그 '맥도널드 여행' 에서 옮김 .  http://blog.daum.net/freeleeandkim/1148

 

 

빨리빨리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면 더 많은 장소에 도장을 찍을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어쩌면 그런 시간들은 마음에 담아올 수 없을지는 모릅니다.

때로는 천천히, 쉬면서 걸으면서, 느긋하게 다니는 여행에서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불어오는 바람 색깔에서, 언뜻 스치는 어떤 생각에서 우리는 더 많은 것을 마음에 담아올지도 모릅니다.

우리의 크로아티아 여행은 그랬습니다.

 

환상의 호수, 플리트비체에서는 꼬박 6시간을 걸었습니다.

하늘 빛 담은 호수를 따라 길을 걷고 다리를 건너고 배도 타고 쉬기도 하고... 천천히 천천히 걸었습니다.

 

두브로브니크의 골목에서 만난 거리의 악사들, 대리석 벽에 부딪혀 되돌아오는 음악이 우리를 붙잡았습니다.

성 밖을 돌아보는 작은 요트도 탔었지요.

 

아드리아 해를 휘감아 도는 두브로브니크 올드타운의 성벽도 처음부터 끝까지 다 돌았습니다.

저녁에는 스르지산에 올라 서쪽 바다로 넘어가려는 해를 지켜보았습니다.

 

플리트비체 호수 옆 마을 라스토케에서는 신발을 벗고 그 물에 발을 담궜지요.

생각보다 예쁜 마을이 아니어서 약간 실망했지만 차가운 물에 발을 담그는 순간, 짜리릿~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의 모스타르에서는 시간이 참 많았습니다.

돌아볼 동네는 자그마했지만 우리들에게 허락된 시간은 제법 많았습니다.

덕분에 우리는 제법 긴 시간동안, 내전의 아픔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오래된 다리를 지켜볼 수 있었고

세차게 흐르는 네레트바 강을 바라보며 느긋한 식사를 즐길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자갈이 깔린 좁은 골목의 야외 식당에서 다시 맥주를 한 잔 하는 여유까지...

참 많이도 웃었습니다.

 

우연히 들른 시베닉의 성당 앞에서도, 은퇴한 로마황제가 살았다는 스플리트에서도 우리의 시간은 충분했습니다.

여행은 '어디를 가느냐' 보다 '누구와 함께 하느냐'가 중요하다고 했던가요?

정확하게 다 기억할 수 는 없어도 그 때 우리가 나누었던 이야기들이, 일상으로 돌아온 지금 우리를 행복하게 만드는 에너지입니다. 

 

스플리트 궁전의 어느 방을 가득 채웠던 굵은 남자들의 노랫소리와 늦은 저녁 마르얀 언덕에서 바라보았던 스플리트의 야경이

지금도 우리의 귓전에서 울리고 눈에 선합니다.

 

독일 뮌헨의 아침에는 영국 정원을 찾았습니다.

간밤에 내린 이슬로 푸른 잔디는 촉촉했습니다.

끝도 없이 펼쳐진 넓은 잔디밭을 들어서는 순간 흰 꽃송이가 흩날리던 그 장면은 결코 잊을 수 없습니다.

우리 모두가 동시에 뱉어 낸 탄성이 마치 어제 일 같습니다.

 

바닷가 끝에 자리잡았던 두브로브니크 식당에서 맛보던 먹물 리조또 맛과

트로기르 바다에 몸을 담그고 만세를 부르던 시간이 우리에게 고스란히 남아있습니다.

천천히 가야 보이는 세상입니다. 느긋하게 있어야 느끼는 바람입니다.

땀을 흘리며 올랐던 흐바르의 그 언덕이 있었기에 흐바르 성 요새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트로기르의 그 광장 앞에서 마셨던 냉커피 한 잔, 우리 여행의 마지막 날 쟈그레브의 숙소로 돌아올 때 우리의 발길을 오랫동안 잡았던

아코디언 연주도 천천히 가는 시간에서 잡은 행운입니다.

 

바다 오르간이 노래를 부르고 태양의 인사가 불을 밝히던 자다르의 저녁.

 

때로는 천천히 하는 여행이라서 더 많은 것을 담아올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