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지금은 여행중 /6월 크로아티아

우리 사이가 변하니?... 응! 변해

프리 김앤리 2014. 10. 31. 11:54

 

< 2014년 6월 투어야 여행사 단체배낭 크로아티아 이야기 6>

 

나는 오늘 마지막 편지를 띄웁니다.

화창했던 지난 여름, 크로아티아를 함께 여행했던 당신들께 마지막 편지를 띄웁니다.

여행 떠난다고 처음 공항에서 만난 날, 기억나세요?

말을 붙이기도, 그렇다고 모른 척하기도 어색한... 그러면서도 여행 생각에 얼굴은 헤벌쭉!!

물론 이런 저런 관계로 이미 서로 알고 지내는 사람들끼리는 여행의 들뜸을 나누고 있었지만

처음 보는 얼굴들 앞에서는 점잖은 척, 고고한 척, 아님 쿨한 척...

친구 사이, 직장 동료 사이, 엄마와 딸 사이, 시누 올케 사이, 옆집 아줌마 사이... 처음엔 각자 인연의 끈들을 달고 공항에 나타났지만

열흘을 넘게 보내는 동안 우리는 기왕 각자가 갖고 있던 인연의 끈 위에

다시 이리저리 섥히고 얽혀서 내내 깔깔거렸다는 것. 그래서 우리는 또 다른 인연의 끈을 만들고 있었다는 것...

 

"우리 사이가 변하니?"

" 응!!! 변해!!!'

 

그 여름이 그립습니다.

 

우리 둘은 같은 직장에서 일하는 사이...

"우리 사이가 변하니?"

"음~~~ 이건 안 변할 것 같애... ㅋㅋ 당분간은..."

 

여기는 엄마와 딸 사이.

"우리 사이가 변하니?"

"NEVER! "

 

두 사람은 같은 동네 사는 옆집 아줌마 사이.

"우리 사이가 변하니?"

"당연히 가능성은 있겠지."

"그럼, 우리 사이는 어떻게 되는 거지?"

"뭘 고민해! 옛날 우리 옆집 아줌마지~~ "

 

이 동넨 시누와 올케 사이...

"우리 사이가 변하니? "

"모르지, 뭐~~"

 

여긴 터키를 같이 여행했던 사이.

"우리 사이가 변하니?"

" 과거형은 변하지 않아... 이젠 내용이 달라지겠지... 같이 크로아티아를 여행했던 사이로."

 

같은 업종에서 일하는 사이.

"우리 사이가 변하니?"

"퇴직전까지는??? 그대로???"

 

같은 생각으로 전국 각지에서 같은 일을 하는 사이.

(이렇게 쓰고 나니, 좀 웃겨요. 같은 일? 같은 생각? ㅋㅎㅎㅎㅎ 조폭???)

"우리 사이가 변하니?"

"누군 물하고 놀고 누군 강하고 놀고, 또 누군 새하고 놀면 같은 일은 아니겄지. 같은 생각은 변하지 않겄지?"

 

둘은 갑과 을의 관계?

같은 직장은 아니지만 서로 거래처의 직원으로 만나는데 그 때는 갑과 을이 된다나요?

"우리 사이가 변하니?"

"SURE! 영원한 갑과 영원한 을이라면 인생이 재미가 없잖아? 근데...갑과 을이 뒤바뀌려면 뭔가 쇼킹한 직업 전환이 있어야겠지..."

 

친구 사이, 같이 책읽는 사이, 같은 종교를 가진 사이, 같이 여행 다니는 사이...

"우리 사이가 변하니?"

"우린 너무 많은 인연의 끈으로 묶여 있어. ㅠㅠ"

 

우린 친구 사이.

"친구야! 우리 사이가 변하니?"

"팔뚝 굵은 사진 올려놨다고 니가 날 차버리지만 않는다면..."

ㅋㅎㅎㅎㅎㅎㅎ

 

물론 이런 저런 인연의 끈 없이 혼자 나타난 사람들도 있지요.

 

"우리 사이는 뭐니?"

"뭐긴 뭐예요? 처음 만난 사이지."

 

그런데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은 없지요.

"우리 사이가 변하니?"

"응~~~ 변해!"

 

처음 만나서 좀 어색하기는 했어요.

뮌헨의 영국공원. 화사한 그 아침, 그 꽃향기가 기억납니다.

 

우리 사이는 이렇게 변하지요.

나무 이름을 묻고 그 나무의 생태에 대해서 설명을 듣는 사이로...

전직 생물 교사였다는 사실이 잠시 쪽팔렸던 순간요...

ㅋㅋㅋㅋ

그래도 제가 그때 이야기 했나요?

저는 식물의 생태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순전히 '육체파'라고...

 

뮌헨에서 하룻밤, 그리고 두브로브니크에서 두번째 밤.

그리고 이렇게 우리는 진작에 알고 있었떤 사람들처럼 나란히 서서 함께 웃지요. ㅋㅋㅋ

 

오직 두 밤밖에 보내지 않았을 뿐인데

우리 사이는 이렇게 서로를 꽉 껴안을 사이로 바뀌었지요.

 

딸은 엄마를 버리고 어느 새 이 친구와 함께...

그래, 용서해줬다.

느거둘이 여기서 '가장 젊은 청춘들'이니까.

 

그렇다면 이 둘 사이는?

'신혼여행 코스프레'라고 봐야겠죠?

 

각자 따로 여행을 왔지만 둘은 같은 방을 쓰는 사이가 되었고

밤이면 밤마다 이야기 꽃을 피우는 사이가 되었답니다.

 

그리고 사진 작가와 모델 사이로 변신하기도 하구요.

 

우린 어느 새 모두 모두 친구로 변했죠?

나이요?

그 따위는 개한테나 줘버려야죠.

 

같은 생각으로 같은 일을 하는 사이 둘은 어디로 보내버리고, 동종 업종에서 일하던 직장 동료는 어디로 내 팽개쳐버리고

이런 연합으로 이렇게 활짝~~~

 

그 사람은 이렇게 놀고 있겠지요.

또 다른 사람과 같은 곳을 함께 바라보는 사이로 변해 있겠지요.

 

나란히 걷고 그리고 다정한 포즈를 취하는 사이로 변해있겠지요.

 

나란히 앉아 배를 기다리기도 하고,

 

같이 밥을 먹는 사이가 되기도 하고

 

이리 아름다운 여인들로 변모하기도 합니다.

 

"우리 사이가 변하니?"

"응~~ 변해. 난 완전히 다른 사람들과 놀 수도 있어!  남성중창단의 일원으로 날 바꿔놓을 수도 있어!"

 

"그것만 되는 줄 알아?

 나는 과일파는 처녀로도 변할 수 있다구~~~"

 

"외국인과 친구 사이로도 변할 수 있어~"

 

다들 잘 있어요?

밖에는 비가 내려요.

 

웃고 떠드는 사이

 

폭 안긴 사이

 

찍어주고 찍히는 사이.

 

그러고 보니.. 최 PD 님은 정말 직업정신에 투철하셨군요.

이 팔을 든 폼 하며..

사진을 정리하는데 최PD님은 대부분 이런 사진이었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마지막 밤이었습니다.

숙소로 돌아가는 아쉬운 발걸음.

쟈그레브의 마지막 밤이었지요.

어디선가 아코디언 소리가 들리고 누구랄 것도 없이 우리는 발걸음을 멈췄습니다.

친구 사이, 직장 동료, 이웃, 시누 올케...

기왕에 우리가 갖고 떠났던 '관계'들이 그리 중요하지 않았던 순간.

그 때, 바로 그 시점에 우리는 함께 있었고 같은 음악을 들었고 함께 즐거웠다는 것,

그래서 같은 기억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중요한 순간.

 

잘 들 계시나요?

 

나, 이 사진 보고 진짜 웃었어요.

다들 한쪽을 바라보고 있는데 혼자 셀카질을 하는 저 여인.

"도대체 저 여인과 우리는 무슨 관계란 말입니까? "

 

대장과 큰 언니들 사이.

언니들 잘 있어요?

스플릿은 지금도 빛날까요?

 

둘은 서로 그랬습니다.

서로를 닮고 싶다고.

한 사람은 다른 이의 '여성스러움'을,  그 다른 이는 그녀의 '씩씩함'을.

여행을 떠나기 전에는 한번도 만난 적이 없지만 우리는 서로가 서로의 무엇을 닮고 싶어하는 사이가 되기도 했지요.

 

이제 편지를 끝냅니다.

 

이미 해가 져버린 자다르의 저녁.

그 저녁이 기억 나십니까?

 

"우리 사이가 변하니?"

"응! 변해!!! 그런데 추억은 아마 그대로일꺼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