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지금은 여행중 /11월 크로아티아

[옮김]절망의 전장에서 인간다움을 지킨다 <사라예보의 첼리스트>

프리 김앤리 2014. 10. 17. 10:30

<투어야여행사 단체 배낭 11월 크로아티아 보스니아 준비 5>

 

 

 

절망의 전쟁터에서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

 

                                                                                         ▲  사라예보의 첼리스트 표지  
 
"가장 놀라운 것은 그 모든 일이 너무도 빨리 일어난다는 사실이다.

함께 거리를 걷거나 뛰어가던 사람들이 다음 순간 느닷없이 풀썩 쓰러진다.

마치 그들이 마리오네트 인형이고, 인형 조종사가 기절이라도 한 듯이.

그들이 쓰러지는 것과 동시에 날카로운 총소리가 들리고, 일대의 모든 사람들이 몸 가릴 곳을 찾는다.

몇 분 후, 상황은 정상이라 할 만한 상태로 돌아가는 듯 보인다....

저격수가 또다시 총을 쏠 때까지는 그가 가버리고 없다는 듯 행동하고, 그러고 나면 똑같은 일들이 다시 반복 된다."

 

1992년 사라예보에는 민간인들을 향해 총을 쏘는 저격수가 있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1992년 4월 5일부터 1996년 2월 29일까지 점령당한 사라예보에는 유엔군 추산으로 만 명가량의 사람들이 죽고,

오만육천명이 다쳤으며, 하루 평균 329개의 포탄이 떨어 졌다.

최고기록은 1993년 7월 22일에만 3777개의 폭탄이 터졌다.

그렇게 50만 명이 살아가는 도시에 만 채의 집이 파손된 곳. 그곳이 사라예보 이다.

그리고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었다.

 

소설 <사라예보의 첼리스트>에는 네 명의 인물이 등장한다.

Arrow라고 불리는 여성 저격수와 아내와 아들을 외국으로 피신시킨 채 사라예보를 떠나지 못하는 드라간,

온 가족들이 마실 식수를 떠오기 위해 목숨을 걸고 물병을 메고 나가는 케난,

그리고, 폭탄이 떨어진 바로 그 장소에서 22일 동안 알비노니의 아다지오 G단조를 연주하는 첼리스트가 그 들이다.

 

실제로 베드란 스마일로비치(Vedran Smailovic 1955)라는 첼리스트를 모티브로 한 인물이다.

1992년 5월 27일 바세 미스키나의 시장에 빵을 사려고 줄을 서 있는 사람들 위로 박격포탄이 떨어져 22명이 사망하고 70여명이 부상을 당했다고 한다.

바로 그 이튿날부터 시작된 스마일로비치의 연주는 22일 동안

죽은 자들을 기리기 위해 포탄이 떨어진 그 장소에서 알비노니의 아다지오 G단조를 연주했다.

                                                                              ▲  베드란 스마일로비치  

 

전쟁터에서 인간다움을 유지하는 것은 불가능할까?

사라예보는 전선이 아니었다.

그곳은 일상생활을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이 살던 곳이었다.

그런데, 그곳을 향해 폭탄이 떨어지고, 저격수의 손가락 놀림에 자신의 목숨을 맡겨야 하는 사람들이 살고 있는 것이다.

다른 사람이 다리를 건너는 것을 보고 저격수의 타이밍을 헤아려 보고,

서로 아는 사람들을 만나도 말을 건네는 것이 꺼려지는 절망이 비처럼 내리는 도시에서 사람들은 인간다움을 서서히 잃어가고 있었다.

전쟁터에서 일상을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삶의 결정권을 자신이 갖고 있지 않았다.

스스로가 절망적인 상황에 있기 때문에 타인의 불행에 둔감해져 버린 것이다.

사람들은 절망에 가득차 있었고, 그 절망이 서서히 사람들을 죽이고 있었다.

전쟁은 그런 면에서 가장 인간다움을 부정하게 만드는 어마어마한 위력을 가졌다.

 

하지만 첼리스트는 암살의 위협속에서도 22일 동안 제자리에서 첼로를 연주했고,

첼리스트를 암살하기 위해 보내진 저격수는 그 음악을 듣고 저격을 멈춘다.

 

드라간은 사용기한이 지난 혈압 약을 필요한 환자에게 전달하기 위해 길을 떠나고, 케난은 아래층 과부의 식수까지 떠오기 위해 폭격을 감수한다.

Arrow는 민간인을 저격하라는 군부의 명령을 거부하고 이젠 자기가 몸담았던 군대로부터 목숨을 위협 받는다.

상황은 언제든지 더 나빠질 수 있지만, 상황이 악화되는 걸 막아줄 수 있는 게 단 하나 있다면,

그건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지금 하고 있는 사람들이라고 그들은 담담하게 말한다.

인간다움을 잃어버린 유령이 되고 싶지 않았고, 그 누구도 자신에게 누군가를 미워하라고 명령할 수 없다고..

 

전쟁을 일으키는 사람들이나 전쟁을 멈추는 사람들은 광기나 이기심, 정치적 야욕, 자본의 논리대로 움직이지만,

전쟁을 잊혀지게 하고 삶을 회복시키는 사람들은 인간다움을 잃지 않은 평범한 사람들이다.

 

 

오마이뉴스 「책동네」에서 옮김   박영록 씀

 http://ojs4.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086663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박영록의 블로그 http://blog.naver.com/izone3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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