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지금은 여행중 /4월 스페인 포르투갈

돈 키호테와 라 만차

프리 김앤리 2018. 3. 17. 10:30

 


이 질문에 답을 아시는지.

세상에서 가장 많이 읽혀진 책? Bible이다. 그러면 두 번째로 많이 읽은 책은?

「이솝우화」, 「헨젤과 그레텔 동화」, 「반지의 제왕」, 「기네스 북」... 심지어 「전화번호부?」까지... 조사하는 기관마다, 대답하는 사람마다 다르다.

대학 시험에서 수석을 하지 않았으면 무조건 차석이었다 우기고, 세계 5대 미술관을 거론할 때도 세계 3대 미항, 혹은 7대 불가사의 등이 때때마다 다른 이유는 정확하게 모르기도 하거니와 대답하는 사람이 처해있는 물리적 위치에 따라 유리하게 재편집되기 때문이기도 하다.

정확하게 규정하기는 어렵다 하더라도 나열되는 항목에 끼는 책이 베스트 셀러임은 확실하고 거론되는 유적지, 박물관 또한 세계적으로 주목받는다는 사실은 틀림없다. 그렇게 따진다면 세계에서 두 번째 많이 읽은 책 항목에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가 빠지지 않는 사실도 주목할만 하다.  

스페인 여행을 앞두고 있는 지금, 나는 세계에서 두번째로 많이 읽은 책으로 「돈키호테」를 꼽을란다. 왜냐구???? ㅋㅋㅋ 내 맘이다.

그런데 이건 아시는지. 「성서」든 「돈키호테」든 끝까지 다 읽은 사람은 그리 많치 않다는 사실!!!

나도 물론!! 그 두꺼운 성경책을 다 안읽은 것은 확실하고 중학교 때 의무처럼 읽었던 고전 소설 돈키호테 역시, 첫장을 펼쳤던 기억은 있으나

그 끝은 모르겠다는...

그래도 아는 척, 심심하면 햄릿형 인간이니 돈키호테형 인간이니 인간 분류를 들먹였던 것 또 진실. 쪽팔리기는 하지만...

 

 

 

「돈키호테」는 가난한 소설가 세르반테스의 1605년 발표 작품.

소설 속의 주인공 알론소 키하노는 라만차 지방의 몰락한 계급 관리(향사)였는데 당시 유행하던 기사 소설을 탐독하다 급기야 자신을 기사라고 착각하여

이름도 '돈키호테'로 바꾸고 볼품없는 자신의 말, 로시난데를 타고 모험을 떠난다는 이야기다. 우선 돌격부터 하고 보는 비현실적인 돈키호테의 옆에는

현실적인 시종 산초판사가 늘 붙어 있다. 낡은 갑옷을 차려입은 두 사람은 진정한 기사가 되기 위해 길을 떠나고 소설은 그 길에서 일어나는 기상천외한

일들을 재미있게 풀어 놓은 것이다. 

당시 소설 「돈키호테」는 출간과 동시에 날개돋친 듯 팔려나갔으며 길거리에서 웃고 있는 사람은 '미친 사람'이거나 아니면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를 읽고 있는 사람이라고 할 정도였다고.

 

 소설의 무대가 되는 라만차 지방은 스페인의 중부고원 지대(오른쪽 지도에서 빨간 부분)로 라만차 (La Mancha)란 아랍어로 '건조한 땅'이라는 뜻이다.

 주인공 돈키호테도 사람들에게 자신을 소개할 때 항상 '나는 라만차의 돈키호테다' 라고 소리친다.

 

 

요즘으로 치자면 소설 「돈키호테」는 로드 무비다. 소설속의 돈키호테와 산초판사가 다닌 길이 무려 2,500km!

라만차에서 시작한 돈키호테의 모험은 아래로는 시에로 모레나까지, 위로는 사라고사와 바르셀로나까지 진격(?)했으니 당시 소설을 읽는 사람들은 

돈키호테의 무모한 모험도 흥미진진했겠지만 멀리 다른 세상 이야기에도 관심이 많았을 것이다.  

최근 스페인 정부는 라만차 지방을 중심으로 돈키호테가 모험했던 길을 '돈키호테의 길(Ruta de DON QUIJOTE)'로  이름지어놓고 행자들의 인기를 끌고 있다.

소설의 주 무대였던 라만차 지방은 해발고도 700m 정도의 고원지대로 건조하면서 바람이 많은 지역이다. 

돈키호테가 기사로 착각하여 전투를 벌이는 풍차가 곳곳에 세워져 있으며 넓게 펼쳐진 초원에 포도밭, 해바라기밭 그리고 버섯, 올리브 과수원이 있다.

낙농업도 잘 되어  만체고 치즈와 같은 특산물이 나오는 곳이기도 하다.

라만차 지방의 수도인 톨레도 이외에도 캄포 데 크립타나, 엘 토보소, 산 후안, 콘수에그라, 쿠엥카, 푸에르토 라피세, 사우다드 레알 등이 소설에 등장한다. 돈키호테의 연인 둘시네아가 살았다는 엘 토보소(물론 다른 연인은 둘시네아로 착각?)의 마요르 광장에는 돈티호테가 둘시네아에가 무릎을 꿇고

있는 조각상도 있고  푸에르토 라피세를 가면  돈키호테가 기사 작위를 받았다는 여관, 벤타 델 기호가 지금은 레스토랑으로 변신해 여행자들을

맞이하고 있다. 그 레스토랑에는 돈키호테가 먹었다는 음식 이름도 있단다.

그러나 돈키호테 하면 무엇보다 '풍차와 싸우는 돈키호테'다. 책을 다 읽었든지 아니면 어디서 줏어 들었든지 '진격 돈키호테' '좌충우돌, 무모 돈키호테'를 연상하는 건 벌판위에 서 있는 풍차를 무기를 든 거인으로 착각해 무모한 싸움을 거는 돈키호테, 지금 공격하려는 것이 거인이 아니라 풍차일 뿐이라는 산초판사의 충고도 무시하고 그의 애마 로시난데를 타고 달려가는 돈키호테, 그러나 풍차의 날개에 몸은 갈기갈기 찢기고 내동댕이쳐지는

돈키호테...

그 풍차가 있는 마을이 캄포 데 크립타나이고 콘수에그라다.

 

우리는 그 중에서 콘 수에그라를 갈 예정이다.

 

바람 부는 언덕 위에 그 바람을 맞고 돌아가는 11개의 풍차.

11개의 풍차를 각자 이름을 가지고 있으며 마지막 풍차까지 걸어가면 '돈키호테의 길' 안내판을 만날 수 있다.

언덕위에 서면 파란 초원과 검붉은 흙, 그리고 넓게 펼쳐진 올리브 밭, '건조한 땅' 라만차와

그곳을 종횡무진하던 비현실적이지만 우리에게 정의를 가르쳐 주고, '꿈'을 간직하게 한 돈키호테를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