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지금은 여행중 /10월 일본 시코쿠

오셋타이 お接待 せったい

프리 김앤리 2015. 11. 25. 10:42


 

시코쿠 순례 세번째 이야기

"へんろさん! おきをつけて"

...

19번절 다츠에지를 지나 20번절 가쿠린지로 가는 길, 한낮의 태양이 이미 넘어가버린 산아래 마을을 지나고 있었다.
순례자들이 짚고 가는 지팡이 끝에 매달린 방울 소리만 짤랑거리는 조용한 거리.

멀리서 걸어오는 우리를 기다렸는지 허리 구부정한 할머니 한 분이 나오신다.

"오헨로상! 오끼오쯔께데."

헨로상은 순례자를 뜻하는 말, 조심하라는 말과 함께 드링크 두병을 건네주신다.

오셋타이(お接待)다.


오셋타이는 마을 사람들이 오래 전 수행을 하는 스님들에게 공양을 하던 문화가 그대로 남아 순례자들에게 접대를 하는 것이다.

부처님에게 하는 공양과 같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들의 오셋타이를 거절해서는 안된다.
'접대를 해주셔서 고마워요. 접대를 하게 해주셔서 고마워요. '

 

순례길에 나선지 7일째.
가는 곳마다 친절한 일본 사람과 그들이 베푸는 작은 오셋타이에 감동하고 있다.
이른 아침, 일부러 순례자들의 길목에서 기다려 건네주는 사탕, 복주머니까지 만들어 초코렛과 스낵, 땅콩을 건네주는 아주머니.
힘든 산길로 소문난 12번절 쇼산지로 오르는 산 중턱, 가쁜 숨을 몰아 쉬는 우리에게 따뜻한 차 한잔과 삶은 고구마, 카라멜을 주시며 힘내라던 아주머니들.

공사장의 휴게소를 순례자들도 쓸수 있도록 꾸며놓고 시원한 냉커피를 주시던 아줌마 노동자. 그는 우리의 잠자리를 위해 민박집에 전화를 걸어 예약해주고 위치까지 꼼꼼히 물어 알려주었다. 
피곤할때 쯤이면 나타나는 순례자 휴게소. 그 곳엔 편안한 의자 뿐만 아니라 시원한 물과 녹차, 감, 귤이 놓여 있다.
차를 타고 가다가 멈춰서서 사탕봉지를 건네기도 하고, 물건을 파는가게에서도 귤을 몇 개 집어 넣어주며 '오헨로상, 오끼오쯔께데!'란다.

 

그리고... 가츠꼬 할머니!
88살 미수 기념이라며 집 대문 앞에 순례자들이 앉을 자리를 만들어놓고 꾸러미 선물을 갖다두었다. 
꾸러미 선물이 든 박스에 감탄하고 있는 우리 소리를 들으셨는지 집밖으로 나오신다.
"88살까지 건강하게 살아온 것에 감사드리며, 88개의 절을 순례하고 있는 순례자들에게 선물을 마련했다."고.

선물 하나하나마다 수건 하나와 물 한병 그리고 땅콩등 과자를 소복하게 담아두셨다.
고맙다는 우리의 인사에 오히려 이런 선물을 하게 해줘서 더 고맙단다.

"할머니! 감사합니다.

 아흔아홉까지도 건강하게 사셔서 그때도 이런 선물 꼭!!!! 주세요."

 

순례길에 나선지 7일째.
우리는 지금 165km쯤 걸어 23번절까지 와있습니다.       2015. 10.22.

                         

 

 

산아래 마을에서 드링크를 주시던 할머니. 이때 우리는 20 몇키로째 걷고 있어 얼마나 목이 말랐던지.

우리에겐 보살할머니셨다.

 

88세, 미수 기념으로 집 앞 그늘에 쉬는 자리까지 마련해놓고 오셋타이를  내어놓으신 가츠꼬 할머니. 

수건에는 미수기념이라는 글자도 새겨놓았다. 따로 수건을 준비해가지 않은 우리가 동네 목욕탕 갈때 아주 요긴하게 쓴 수건.

 

 

 

 

"오헨로상이예요?" 확인까지 하며 복주머니를 전달해주시던 아줌마. 다른 오핸로상은 정통 순례복장을 하고 다니는데... 우리는 좀 불량 순례자들이라...

 

 

시코쿠 순례길에서 가장 힘들다는 쇼산지 가는 산 중턱. 숨을 헐떡이는 우리들에게 고구마와 따뜻한 차를 건네 주시던 아주머니들. 매일같이 이 일을 하시는듯.

 

아줌마노동자. 고맙다며 사진을 찍자니 손사래를 치시다가 카메라 앞에선 결국 웃으셨는데...

근데 너무 엉겁결에 찍어 정면을 바라본 사진의 얼굴이 공사 안전모에 완전 가려져 버려 결국 이 사진으로~~

공사장 슈게소를 순례자도 같이 쓸 수 있는 배려까지. 에어컨에 냉커피!!!!!

 

 

피곤할 때 쯤이면 나타나는 순례자 휴게소. 깨끗하게 정리되어 있는 안에는 쉴수 있는 의자와 동네 사람들이 가져다 놓은 과일이나 물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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