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지금은 여행중 /떠나기 전

"얼마쯤 듭니까?"

프리 김앤리 2009. 2. 18. 18:38

“여기가 쿠스코가?”

 우리 집이 추울 때마다 우리는 서로를 쳐다보며 이렇게 말한다.

“여기가 쿠스코가?,  와 이리 춥노? " ㅋㅋ

 

웬 쿠스코?

쿠스코는 해발 3400미터에 위치한 고대 잉카제국의 수도이다. 

면도날도 들어가지 않는다는 정교하고도 위대한 잉카의 건축물이 있는 곳, 그리고 마츄픽츄로 가는 관문.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가보고 싶어하는 곳이지만,

우리 둘에게는 밤새 추위로 떨었던 공포의 기억도 함께 있는 곳이 쿠스코다.

 

쿠스코로 가려면 페루 리마에서 깜깜한 새벽에 출발하는 비행기를 타야했다.

어스름 동이 틀 무렵, 쿠스코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3,400m의 고도가 주는 고소증의 고통을 느끼기 시작했다.

어질어질, 두근두근, 땅을 딛고 있는 발걸음이 둥둥 떠다니는 것 같았다.

게다가 날씨까지 추워 감기증세까지 겹쳤다.

하지만 당장 우리가 해결해야 할 일은 그날 저녁을 머무를 숙소를 찾는 일이었다.

공항에서 나누어 주는 코카잎을 씹으며(코카잎은 코카인의 재료로 이 잎을 씹으면 고산증 증세를 약화시켜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두근거리는  심장을 겨우 진정시키며 아침부터 쿠스코 광장을 헤매며 머무를 곳을 찾아다녔다.

 

그러나 당시에도 쿠스코의 숙박비는 만만찮았다.  

고산증 증세에, 감기에, 그리고 낯선 도시.

쿠스코 바닥을 헤매기를 두어시간, 광장 뒤에 있는 싼 숙소(두명 7$- 당시 일기장을 찾아보았다)에 짐을 내려놓았다.

그러나 지붕이 높은 옛날 전통 방식의 쿠스코 집은 너무 추웠다.

가지고 있는 두꺼운 옷을 모두 꺼내 입고 잠을 청했건만 밤새 얼마나 떨었던지...

한편으로는 머리가 깨질 듯한 고산증과도 싸우면서.

아침에 일어나니 둘의 얼굴이 모두 부황 뜬 것 같이 퉁퉁 부어있었다.

따뜻한 물이 나온다던 공동욕실에선 차가운 물만 나오고, 샤워는 커녕 세수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쿠스코와 잉카. 마츄픽츄.

정말 좋았다.

다시 가고 싶다.

그러나 그 추위만은???

그래서 우리 둘은 방이 춥기만 하면 "여기가 쿠스코가?"라는 우리 둘만의 은어를 쓴다 ㅋㅋ.

 

그동안 간간이 우리는 “다음 번 여행에는 좀 더 좋은 곳에서 자자”라고 입버릇 처럼 말하곤 했었다.

이제 나이도 좀 들었으니까 편한 여행을 하자고 얘기하곤 했었다.

무엇보다 추운 곳에서는 좀 따뜻한 방을, 더운 곳에서는 에어컨이 나오는 시원한 방을 구하자고.

편안한 샤워도 하고, 너무 험한 방은 구하지 말자고 다짐했었다.

그리고 여행하다 많이 힘들면 이번에는 호텔도 한번 들어가 보자고 말하기도 했었는데...

 

그런데...요즘 환율이 장난이 아니다.

여행자에게 환율은 치명적이다.

작년 이맘 때는 1$에 950원 정도였는데...

그 때 떠났더라면...

오늘은 1$에 1468원이다.

1달러에 500원 이상이 올랐다.

달러에 연동되어 우리가 여행할 중국의 위엔, 유럽의 유로화도 장난이 아니다.

아무리 세계가 금융위기이라지만 다른 나라는 이렇게 돈의 가치가 떨어지지 않는데...

왜 우리나라만 이런지...

좀 잘하지....

 

걱정이다.

그렇다고 오랫동안 생각하고, 이제 겨우 여행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왔는데 이번 여행을 연기할 수는 없다.

다녀와서도 우리는 살아야 하는데...  

 

모르겠다. 이번 여행이 어떻게 될지는.

다만 그동안 우리가 꿈꿔왔던 ‘이번에는 좀 ~’이라는 소망이 ‘이번에도 역시~’로 될 것 같아 염려가 될 뿐이다.

어쩔 수 없이 이번에도 여전히 공동샤워장에서 씻을 각오를 하고 출발해야 할 것 같다.

아끼면서 다녀야겠지만 여행 중엔 먹고, 자고, 차비도 들고 입장료도 내야 하니까.

 

그러나 또 한편으로는 ‘괜한 걱정이다’ 라는 생각도 든다.

아주 좋은 호텔에 자는 것도, 비행기만 타고 다니는 것도 아니니 그다지 많이 들지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

여기서도 우리의 삶, 떠나서도 연속되는 생활이기 때문이다.

어차피 먹고 자는 기본적인 생활비는 드는 거니까...

지금까지 여행을 떠날 때마다 예산을 세웠고 실제 우리의 경비는 거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길 떠나는 우리에게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한다.

도대체 돈을 얼마나 예상하고 떠나냐고.

한국에서 먹고 사는 비용에 조금 더 보탠 정도를 쓸 거라고 말하면 사람들은 통 믿지를 않는다.

며칠 전 만난 사람은 그 정도의 돈으로는 몇 달도 못 살 거라고 오히려 우리를 걱정스런 눈으로 쳐다보기도 했다.

혹시 노숙하고 쫄쫄 굶고 다니는 것 아니냐며.

누구는 '퇴직금 다 털어먹고, 전세금도 홀랑 다 날리고' 돌아오는 거 아니냐고 걱정이 태산이다.

 

‘우리가 쓰는 경비를 하나부터 열까지 다 알려놓으면 우리 주변의 사람들이 좀 안심을 할까?’

....

....

이것은 우리의 여행 생활경비입니다.

우리 이렇게 쓰고 다닙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우리가 나가 있는 동안 제발 환율이 안정되어서 좀 더 편안하게 여행을 다닐 수 있기만을 그저 바랄 뿐입니다. 

...

...

 

환율이 지금보다 훨씬 많이 떨어진 날, 이 여행 가계부가 벗들에게 힘을 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래서 배낭을 메고 길을 나선 벗들을 이 세상 어느 곳에선가 만나게 된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

준비과정부터  여행 기간동안의 저희 여행경비를 

 떠나기 전/ 우리의 이야기/여행준비 가계부에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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