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지금은 여행중 /여행 하루하루

T99(7월 7일) 스코틀랜드의 하이랜드, 글렌코

프리 김앤리 2009. 7. 9. 19:12

 스코틀랜드 하이랜드 트레킹.

워낙 넓은 곳이라 어디로 어떻게 가야하는 지는 잘 몰랐다.

스코틀랜드 관광청으로 들어가서 찾아낸 건

스코틀랜드의 서쪽 도시 글래스고 조금 위의 Milngavie에서 시작해 Fort William까지 8박 9일동안 걷는 프로그램이

가장 좋았다.

 

그리고 거기서 가장 압권은 글렌코(Glencore) 주변의 트레킹이었다.

여러 트레킹 책자에서

Glencore를 설명하는 수식어는 그 자체만으로도 우리를 매혹시켰다.

"Majestic Mountains, Stunning Geological Formations, Dramatic Atmosphere, Breathtaking Scenery...

... Exciting... Spectacular... Remarkable...Ecofriendly..."

더이상의 화려한 수식어를 생각해 낼 수 없을 만큼 '찬사' 그 자체였다.

 

고민하지 않고 글렌코를 찾았다.

 

Aviemore 에서 Inverness를 거쳐, 포트윌리암을 지나 5시간여만에 도착한 글렌코...

산허리를 감아도는 구름... 낮은 구릉.. 끝없이 펼쳐진 산군들...

어디에도 오염되지 않은 깨끗한 공기가 우리를 맞았다.  

 

스코틀랜드의 하이랜드 지형은 산만 있는 것이 아니라 곳곳에 호수가 있다.

이렇게 깊은 곳에 호수가 숨겨져 있으니 괴물 '네시'가 나온다고 할 만하다.

호수 바로 앞에 있는 조그마한 마을이 글렌코다.

 

글렌코의 설명 중에 " Notorious Massacre in History" (악명높은 대량학살) 이라는 게 나온다.

스코틀랜드의 슬픈 역사 중 하나다.

1688년 명예혁명 이후에 영국왕 윌리엄 3세를 따르지 않고 여전히 도망간  제임스 2세를  따르던 스코틀랜드 사람들을 

대량 학살 한 곳이란다.  이때 윌리엄 3세에 끝까지 저항한 중심 세력이 바로 여기 글렌코의 맥도널드 가문이었단다.

 

우리는 대량학살 하면 수천명을 생각하는데...

38명이 이곳에서 목숨을 잃었단다.

'인간에 대한 존엄성'을 말하는 데 숫자가 무슨 의미가 있는지...

잠시 우리를 반성하게 했다.

 

글렌코의 대량학살 추모비...

아름다운 글렌코 마을의 한쪽에 처연하게 놓여있다.

 

도착하자 마자 비가 내리더니, 금새 개인다.

그리고는 선명한 무지개가 하늘에tj 우리를 반긴다.

 

 한국은 찜통더위라는데...

아니 장마비가 퍼붓고 있다는데...

여기는 겨울 잠바를 꺼내 입을 만큼 쌀쌀하다.

숙소를 찾아야 하는데...

 

글렌코에도 유스호스텔이 있다는 책자만 하나 달랑 들고 도착했다.

그런데 버스 Stop에서 2Km는 걸어가야 한단다.

짐이 없으면 뭐, 그리 먼 길은 아니지만...

산길을 올라야 하는데...

 

ㅋㅋ

다행이 유스호스텔을 올라가는 스코틀랜드 아주머니를 만나

차를 얻어타는 행운을 얻었다.

숙소 위치가 정확하게 어딘지 물을려고 전화를 걸려고 공중전화 부스에서 앞 사람 전화를 기다리는데

자기도 방금 유스호스텔에 전화를 해서 위치를 물어봤단다.

이런 행운이...

 

무작정 나서도 항상 길은 있다.

(여행을 떠나와서 항상 '오늘 저녁은 어디에서 자야하나?'가 큰 고민중의 하나이지만

 또 우리가 경험으로 터득한 건,

 정해지지 않은 다음 시간에 대한 두려움이 약간 있을 뿐, 언제나 시간이 지나고 나면 우리 한 몸을 뉘일 곳을 찾아내고 있더라는

사실이다. 단지 조금 힘들 뿐, 답은 항상 나서면 있었다...)

 

글렌코 마을 중심에서 2Km 떨어진 산중에 있는 'Glencoe Youth Hostel'

100년도 더 된 건물이다.

물론 Bed 도 남아있고.

 

우리처럼 허접하게 등산 준비를 하고 온 사람들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거의 등산 전문가들 처럼 보인다.

어마어마하게 큰 지도와 장비들...

종이 몇장을 들고 단지 '글렌코가 좋다더라'하고 찾아온 우리를 보고 사람들이 막 웃는다.

유스호스텔의 여자스탭은 우리가 묻는 말에 자세히 설명해 주면서도 빙글빙글 연방 웃는다.

이리도 정보가 약해서야...

그런데 참 좋다.

 

산속에 있는 호스텔.

6인용 도미토리인데... 방에는 우리 둘 밖에 없다.

 

다음날..

Pap of Gencore를 오르기로 했다.

'글렌코의 젖꼭지'라는 뜻이란다.

저기 위에 보이는 저기까지...

멀리서 보면 톡 튀어 올라있다.

 

트렉킹 중에 만난 야생동물.

'노루'가 맞나?

우리도 깜짝 놀랐는데, 지가 더 놀란 모양이다.

후다닥 뛰어가다, 물끄러미 우리를 쳐다본다.

아니 물끄러미가 아니라 겁에 질린 채 발을 못떼고...

그런데 사진으로 보니 눈에 광채가 난다.

이 산에서 자유롭게 풀을 뜯고 있던 이 녀석에게 불안감을 준 우리가 불청객 맞겠지?

이 산 전체에 움직이는 동물은 이 녀석과 우리 밖에 없는 듯 하다.

아니다.

하루살이들도 있구나...

 

중턱에서 바라본 하이랜드 풍경.

아!!! 사진 찍는 걸, 배우고 왔었어야 하는데...

도저히 우리가 느끼는 감동을 우리의 사진실력으로는,

손바닥만한 디카로는 담을 수가 없다.

바로 이 장면은 숱한 책자에서 Stunning, Breathtking라고 말해놓았던 곳인데...

 

 

얼굴이 많이 탔다.

완전 무공해 공기에 햇빛을 하루종일 받으면서 그렇게나 걸어다녔으니... 

 

Pap of Glencore의 꼭대기에서.

아래로는 호수가 보인다.

저 멀리 바다로 부터 내륙지방까지 물길이 나 있다 .

피요르드 지형이다.

 

호스텔에서 만들어 온 샌드위치, 과일로 점심을 먹고 내려가려는 준비 중.

올라 오는 길이 제법 힘들어 무릎 보호대를 끼우고 있다.

 

산을 좋아하기는 하지만...

지리산 종주를 숱하게 했지만..

그래도 산에서는 겸손해야 한다.

자연 앞에서는 겸손해야 한다.

 

자연 앞에만 서면 인간은 그저 나약한 존재라는 걸 늘 느낀다.

건방지지 말자.

삶에서도...

 

내려가는 길.

언제나 그렇듯이 산은 내려오는 것이 더 힘들다.

미끄러워서 힘들다. 무릎에 부담도 오지만...

푸른 잔디에 보라색 들꽃이 가득하다.

 

아마 우리 블로그를 보는 사람들은

'이 산이 저 산이고, 저 산이 이 산'인 것 처럼  구별이 안 될 것 같다.

어디든 초록과 푸른 색, 그리고 들 꽃 뿐이니...

우리는 장면 장면이 다 다르고...

생각한 것도 다른데...

 

이번 여행, 참 많이도 걷는다.

 

이틀을 자고 숙소를 나서는 중.

올라갈 때는 자가용을 얻어 탔지만

내려가는 길은 '히치' 자체를 아예 포기하고 타박타박 걷기로 했다.

이 길을 즐기면서...

원시림속의 아침 공기가 싱그럽고 차갑다.

 

하이랜드를 지나면서.

버스 안에서.

내내 이런 길이었다.

꼭 다시 와서

8박 9일을 하이랜드 트레킹 코스를 처음부터 끝까지 걸어보고 싶다.

마음 맞는 친구들과 함께...

아마 우리 주변 사람들은 모두 좋아할 길일 것 같다.

정 안되면 그 중에서도 하이라이트인  KingsHouse 에서 Kinlochleven

까지의  14 km 만이라도 다시 걷고 싶다.               

 

이걸로 스코틀랜드는 떠난다.

저녁에 런던으로 다시 돌아가 아이슬란드로 들어갈 준비를 해야 한다.

원래는 영국의 호수지방(Lake Distrlct)를 가서 트레킹을 더 했으면 했는데...

트레킹은 이번에 원도 한도 없을 만큼 한 것 같아서.

숲길, 산길은 정말 많이 걸어다녀서...

그리고 아이슬란드 여행 준비가 전혀 안되어 있어서...

런던에서 한 이틀정도 쉬면서 자료나 찾아볼까 싶다.

사정이  허락하면 뮤지컬도 하나 더 보고...

 

....

....

 

 

 런던으로 밤차를 타고 들어가기 위해서 잠시 들른 글래스고.

여긴 뭐 그랬다.

에딘버러 같은 장엄함도 없고, 멋지지도 않고..

 

강가 벤치에 앉아 간단한 점심을 먹는데...

현지인이 길가다가 돌아와서 여행자냐고 묻고, 그렇다고 하자,

여기는 위험하니 가능하면 빨리 시내로 들어가라고 한다.

약간은 어두워보이는 글래스고, 아름다운 강변이 치안이 안좋다니..

그래도 알려주는 마음이 고맙다.

 

 글래스고 터미널에 놓여져 있는 청동상이 눈에 띈다.

터미널이니까 주제가 이별이겠지?

자세히 보면 여자의 눈에서 눈물이 흐른다.